기독교문서선교회에서 출판(2000년 초판 인쇄)한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는 매 장의 제목 밑에 해당 성경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마존 등에서 시판되고 있는 영문 원서는 The Banner of Truth Trust에서 1985년에 초판이 발간된 것들입니다. 그 이전에는 Zondervan에서 출판되었나 본데, 본인이 소장한 1975년에 발간된 The Final Perseverance of the Saints (8:17~39 성도의 견인, 한글판 제6권에 해당)를 보면 매 장의 제목이 없고 해당 성경 구절만을 인용하였습니다.

이들 구절들은 흠정역(KJV, King James Version)에서 인용되었는데, 한글 번역판에는 <개역 한글> 성경을 그대로 번역문으로서 인용하였습니다. 각 장의 서두에 붙은 KJV 인용문은 관례상, 또는 책 출판의 성격상 <개역 한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으나, 본문 내에서 로이드존스가 직접 지적하는 KJV의 번역 오류 ? 그러니까 그리스어 원문을 영문으로 번역할 때 생긴 오류 ? 를 번역할 때에는, 그가 오류라고 지적한 KJV구절을 그 영문 자체로부터 뜻을 살려 번역해야 하고, 그가 옳다고 하는 번역을 <개역 한글>, <개역 개정> 또는 <새번역>을 통하여 인용하면 될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3:21)에서, 로마서강해 제1권 제3p62에는 KJV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번역해 갑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한 의가 율법 외에 나타났다” (But now the righteousness of God without the law is manifested)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도가 기록한 것은 사실상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다” (But now without the law the righteousness of God is manifested)입니다. 그는율법 외에’ (without the law)하나님의 의보다 앞에 놓고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물론 하나님의 의가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 절대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제 제시해 주신 의의 길은 율법과는 별도의 것이요 율법 밖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율법 외에’, ‘율법과 별도의라는 말을 썼는데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는 하나님의 한 의가 율법 외에 나타났다”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다이 두 말은 제가 이해하는 한글로는 완전히 동일한 의미로 밖에 들려지지 않습니다. 로이드존스는 그 둘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여기서 로이드존스가 말하려는 바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원래 그리스어 원문(UBS 4th edition, Nestle-Aland 27th edition)을 보면 Νυνι δε χωρι? νομου δικαιοσυνη θεου에서 apart from law에 해당하는χωρι? νομου But now a righteousness of God에 해당하는δικαιοσυνη θεου 사이에 쓰여져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영어는 한글과 달리 미묘한 의미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주로 형용사() 또는 부사()가 그 배치된 순서에 따라 수식하는 단어 또는 구에 의미를 가감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이지만 이 경우보다 훨씬 중요한 예를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 7권 로마서 1 16, 17절에 대한 강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7권 제23장 맨 마지막에, 그가 하박국2:4을 인용한 바울의 번역을 따라 ‘The just shall live by faith’- or a better translation altogether is this: ‘The righteous by faith, or the just by faith, shall live’. In other words, those who are righteous by faith shall live.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더 나은 번역은 믿음으로 의롭게된 자는 살리라’) 라고 강해한 이유와 동일합니다. 그리스어 원문Ο δε δικαιοσ εκ πιστεωσ ζησεται 에서 by faith를 뜻하는εκ πιστεωσshall live를 뜻하는ζησεται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경우 의미의 차이는 확연이 드러나고, 각자의 신학적인 입장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럼 영문에서 율법 없는 하나님의 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the righteousness of God without the law’ 보다 ‘without the law’‘the righteous..’ 앞에 놓음으로써 독립된 구로 (혹은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좀 멀리 떨어진 구로) 전체의 의미에 기여해서, ‘율법과는 별도로라는 의미가 느껴지는가 봅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로이드존스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두번째 요지는, 그 다음의 두페이지에 걸쳐서 그 ‘without the law’가 아닌 ‘apart from law’임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without the law’하나님의 의를 바로 수식함으로써 자칫 줄 수 있는 오해, 그러니까 율법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폐지되어서 쓸모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기도교문서선교회의 한글판에서는이제는 하나님의 한 의가 율법 외에 나타났다 KJV인용문을 번역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율법이 (필요)없는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다같이 번역해야 하며, 그 다음에 로이드존스가 권하는 영문 구절에 대해서 그러나 이제 율법과는 별도로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다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한글판 번역의 오류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율법 외에’ (without the law)에서부터의 영문 원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He put ‘without the law’ before the ‘righteousness of God’; and he did that, of course, because he was anxious to emphasize that that is the big thing. He says this way of righteousness that God is now offering is something apart from the Law, without the Law.

          What does he mean by saying ‘without the law’, ‘apart from the law?’…

이것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물론 하나님의 의가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 절대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제 제시해 주신 의의 길은 율법과는 별도의 것이요 율법 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의가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 절대적인 문제라고 번역한 영어 원문은 단순하게 “that is the big thing”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냥 그것이(하나님의 의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라는 뜻이지 우리의 것이 된다든지 절대적인문제라는 것은 또 다른 말입니다. 오히려 그 다음에 나오는 의의 길을 풀어서 의롭다고 여김을 받는 길(칭의)’이라 하는 것이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의 본 뜻을 잘 반영한다고 하겠습니다. ‘의의 길이라 하면 오히려 성화와 관련지어 그리스도인의 삶을 연상시키거나, 자칫 인간이 노력하는 올바른 행위를 암시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다음의 율법 밖이란 말도 기왕이면 우리말 성서에 따라 율법 외에라고 하면 더 좋습니다.

로이드존스는 KJV을 선호합니다. 그것이 가장 잘 나타난 예가 제1권 제5화목제물 Propitiation (KJV, NASV)’속죄제물 Expiation; a sacrifice of atonement (NRSV, NIV)’대한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드존스는 KJV의 부적절한 번역을 여러 곳에서 지적하는데, 이는 그의 강해가 주는 매력으로서, 깊은 묵상과 광범위한 연구에서 나온 그의 성실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실과 진리 앞에서 양심있게 행동하는 참 신앙인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로이드존스는 KJV과 기타 다른 번역을 비교하며 취사선택을 하는데, 아마 희랍어 원문을 나름대로 대조한 듯 합니다. 그의 로마서강해 제7 (로마서 1)에 있는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에 대한 강해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성경을 KJV로 보고 그것을 인용하지만, 상당부분에서 그 KJV 번역의 오류를 지적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오류로 지적된 KJV부분은 그 인용된 영어 자체로부터 번역해야하고, 그가 옳다고 하는 번역을 우리 성경에서 쿠오트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말 성경은 KJV의 모본이 되는 희랍어 원문을 모본으로 삼은게 아니라, 그 보다 더 오래된 필사본을 모본으로 삼는 좀 더 현대적인 희랍어판을 근저로 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로이드존스의 로마서 강해에 나오는 KJV과 기타 번역의 비교 분석을 제가 읽어 본 로마서 1 3 8장에 한하여 정리를 시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