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도가 무엇이냐 묻는 이들에게
2014년 02월 25일 (화) 16:15:15 전현진 ( 메일보내기 )( wjsguswlswls

파장은 컸다. 고 김성수 목사의 사인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밝힌 기사의 조회수는 사흘이 지나지 않아 2만 건을 훨씬 넘겼다. 기사 밑으로는 '신뢰할 수 없다', '진실은 하나님만 아신다'는 식의 의문과 '자살하면 천국에 못 간다'는 댓글이 달렸다. 항의성 메일도 이어졌다.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썼다는 비판과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기사를 쓰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기사 자체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의문을 남긴 부족함을 인정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그동안의 취재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취재수첩은 의도가 무엇이냐 묻는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인 셈이다.

처음 제보를 접한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고 김성수 목사가 개척한 LA·서울 등 서머나교회에서 그가 사망한 뒤에도 생전 촬영한 설교 영상을 통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월 세상을 떠난 김 목사의 사인 역시 당초 알려진 심장마비가 아닌 자살이라는 소문도 돈다고 했다. 교회 리더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교인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 김성수 목사의 사인은 심장마비사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자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를 제외한 유족들과 교회 팀장들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 시험에 들까 봐 심장마비사로 발표했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서머나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김 목사 소개. (서울서머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민감한 내용이었다. 소문이었지만, 대게 소문은 여러 경로를 거쳐 확인할 경우 사실로 드러난다. 사실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고인이 된 김 목사의 이야기를 다시 들춘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이의 영상으로 정기적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그의 설교를 들으며 그를 추종하는 이들도 여전했다. 또, 김 목사가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사실을 알면서 침묵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취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떠도는 소문을 정리했다.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틈틈이 자료를 확인했다. 실체에 다가서기 전 조금씩 디딤돌을 쌓아 갔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와도 함께 취재를 진행해 소문을 확인했다. 설교 영상을 틀어놓고 예배를 열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되었다.

자살설에 대한 확인은 쉽지 않았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그의 첫 부고 소식을 보며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을 궁리했다. 장례식에 함께 했던 조문객들과 교회 리더들을 수소문했다. 김 목사 자살에 대해 인터넷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린 한 인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김 목사가 자살한 것이 맞으며 장례식장에서 들었다고 했다. 당시 추모를 위해 자리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위원으로 참여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장례 예배에 참여한 한 목회자는 기자의 질문에 "세상을 떠나신 분인데 사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김 목사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2월 6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사실을 확인해 준 이는 취재원 보호를 요청해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었다.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김 목사의 아내는 자살 사실을 부인했다. 김 목사의 다른 가족과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교회 팀장들은 자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김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회 장로 등 책임자들에게 침묵한 이유를 물었다. 서울서머나교회의 한 팀장은 자살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지만, 사인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며 일부러 감출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믿음이 약한 이들과 김 목사의 명예를 위해 심장마비로 사인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미주LA서머나교회 한 장로는 '그런 소문이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오히려 자살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했던 말씀이라고만 했다.

보도가 나간 뒤 논란이 이상한 방향으로 번졌다. 많은 이들이 자살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마치 진리인양 '선포'하기 시작했다. 기사에 밑으로 달리는 무수한 댓글 속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유로 한 인간이 겪어낸 비극을 마치 스스로 신이라도 된 것 마냥 판단하는 자들이 넘쳐났다. 그의 구원 여부를 자신이 판가름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김 목사의 설교를 들어오던 많은 이들이 한 목회자의 죽음을 파헤친 이유가 무어냐고 물었다.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김 목사를 질투한 돈 많은 목사가 사주한 것 아니냐며 추측을 늘어놓았다.
   
 
 

▲ 서울서머나교회는 김성수 목사가 2012년 4월 설립한 교회다. 김 목사는 2013년 3월 사망했지만, 교인들은 흩어지지 않고 장소를 얻어 김 목사의 영상 설교를 들으며 예배를 지속하고 있다. 주일예배 때는 본당에 빼곡히 앉고서도 자리가 없어 바깥 로비까지 의자를 놓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의 죽음을 파헤친 이는 누구인가.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여전히 스크린 안에서 살아가게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죽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도대체 누구의 유훈 쫓는 것인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저 살아남은 자들이 김 목사의 영면을 훼방한 채 스크린 속에 그를 끝없이 불러낸다. 누구나 문제 의식을 품을 법한 일이다. 기사를 사주한 것은 질투에 눈 먼 목사가 아니다. 진실에 눈 감은 채 매주 프로젝터로 그를 소환하는 이들이다.

당신들의 예배는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그가 전한 말씀이 중요하다'는 그 말씀은 누구의 말씀인가. 예수의 말씀인가 김 목사의 말씀인가. 지금 당신을 향해 김 목사는 뭐라 말하겠는가. 양복 입은 무당을 절규하며 비판한 그를, 스크린 속에 가둬 양복 입은 우상으로 만든 당신에게 뭐라 말하겠는가.

전현진 기자 / jin23@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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