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동물-소 이야기

반추동물이 어디 소뿐이겠는가. 양, 염소, 사슴, 노루, 말, 낙타...

오늘은 소 이야기 좀 하련다. 흔히들 소는 미련한 동물이라고 한다. 미련한 게 아니라 우직하고 동작이 느릴뿐이다.

소걸음은 급할 게 없다. 느릿느릿 걷는다. 요즘은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육우이지만 예전엔 대부분 일소였다. '이랴~ 자랴~ 워워~' 소부리는 소리다. 소몰라치면 이 세 가지 단어는 필수다. 앞으로 갈 때는 이랴~, 좌우로 방향을 틀 때는 꼬삐를 잡고 자랴~, 서야 할 때는 워워~, 재미있지 않은가.

황소는 특별한 경우 성전의 제물로 하나님께 드려졌다. 정결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소나 양이나 염소, 비둘기는 다 정결한 동물로서 제물로 드려졌다. 하나님은 왜 굽이 갈라진 반추동물 그것도 온순한 가축을 제물로 받으셨을까.

거룩이란 죄악된 세상과의 분리를 뜻한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 거룩한 삶의 시작이다. 굽이 갈라지듯 세상과 완전히 갈라서야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이란 눈에 보이는 세계나 이 사회를 일컫는 게 아니다. 하나님 없이 지멋대로 살아가는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되새김질은 말씀의 묵상을 뜻한다. 딱딱한 말씀도
먹고 계속 반추함으로써 소화가 되어 영적인 살과
피가 되어 힘을 얻고 그리고 소처럼 밭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이란 밭을 기경해서 복음의 씨를 열심히 뿌려야겠다. 때가 되면,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덧붙이자면, 하나님의 창조명령을 거스르지 않고 지금까지 풀을 뜯는 동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리라.(창세기 1장 참조)

염소는 이미지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길들여진 유순한 가축이다. 산에 방사하면 지금도 야생성이 살아나 스스로 살아가는 동물이다.

작년 초가을에 고향에 갔다가 깊은 산골짜기에 간 일이 있었는데 염소가 있더라고. 주인 없는 야생염소 말이다. 어찌나 날랜지 잡을 엄두가 안 나더라. 음메헤헤~ 우는소리가 참 정겹더군. 염소 울음
들으면서 예닐곱 유년으로 돌아갔었지.

한두 살 많은 동무들은 등교하고 나는 아침을 먹고 염소몰고 뒷산으로 향한다. 아버지가 연전에 염소 두 마리를 사왔는데 그게 새끼를 쳐서 무려(?)13마리나 되었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염소먹이는 일은 내 몫이다. 염소먹이는 일이라 해야 별 것 아니다. 아침나절에 염소를 몰고 가서 동네 뒷산 골짜기에 풀어놓고 집에 온다. 낮에는 동무들과 놀고. 해거름 때 다시 산에 가서 몰아서 오면 되는 것이다.

대장염소 꼬삐를 잡고 앞서가면 다른 놈들은 졸졸 잘 따라온다. 그러던 어느 초겨울날 해질무렵, 염소 몰러갔다. 대장염소를 찾아 꼬삐를 잡고 산길에 서서 음메헤헤~ 하고 부르면 여기 저기서 풀(시들지 않는 겨울초를 좋아한다)을 뜯던 염소들이 몰려온다.

한 마리 두 마리... 어? 열두 마리네?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에 태어난 새끼가 안 보인다. 대장염소를 작은 나무가지에 묶어놓고 골짜기로 내려가서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여기 저기 헤매다가 다시 산길로 와서 어린 염소새끼를 불러본다. 음메헤헤~

날이 어둑해진다. 애가 탄다. 그래도 계속 불러본다. 음메헤헤~

동짓달 짧은 날이라 이내 온 사방이 캄캄해졌다. 무서운 마음도 살짝 든다. 그러나 그 어린 염소새끼 걱정에 무서움도 잊었다. 그러다가 울음이 터졌다. 염소새끼가 산짐승한테 잡혀먹을까봐 걱정이 돼서다.

저 아래서 햇불이 보인다. 웅성거림이 가까이 들린다. '아무개야~ 아무개야~'

'어무이~' 하고 답을 한다. 동네 어른들 두어 분도 함께 왔다. '아니 여기서 여태 뭐하고 있노?' 울먹이며 염소새끼 얘기를 하니까 걱정말고 내려가잔다. 염소새끼 못 찾으면 안 내려가겠다고 버텼다.

내일 아침에 찾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려가자고 달랜다. 집에 와서 늦게 밥먹고 자야 하는데 잠은 쏟아지지만 걱정이 돼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러다가 꿈결로 빠져들었다. 다행히 출타하고 늦게 집에 오신 아버지가 듣고 이른 아침 산에 가서 염소새끼를 찾아왔다.

바위틈에 웅크리고 있더란다. 어찌나 안심이 되고 반갑던지... 꼭 안아준 기억이 새롭다.

하나님은 그날, 염소새끼 찾으려고 산길에서 애타하며 울던 그 어린 아이를 보셨습니다. 세월이 지나 '잃은 양 찾으시는 주님'의 마음을 부어주시고 목회자로 세워주셨습니다.

'천국가는 그날까지 이 사명 잘 감당케 하소서!'

*소 이야기 하다가 엉뚱한데로 빠졌네요. 하기사 '염소'도 '..소'니까요. 다음 번에는 못다한 소 이야기 하겠습니다.

*고향가는 흔들리는 버스 안입니다. 벌초하고 그 골짜기에 가볼 생각입니다. 제피 좀 따려고요.

독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명절되십시오~

 

 

글: 구 자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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