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스런 아내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2010. 4. 7. 03:16

         

        아직은 바람이 세차게 불긴 하여도 봄이라 그런지

        아침이면 게을러지려는 몸과 마음을 다잡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매일 30분씩 걸어주기만 하여도 모든 성인병은 물러간다는 데...
        단단히 결심을 한 나는 따끈한 모닝 커피 한 잔으로
        나른해지려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집 앞에 딸린 손바닥만큼 작은 뜰로 나가봅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한 아침 햇살이
        파란 잔디위로 쏟아져 내리고
        언제 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샛노란 들꽃들이
        살랑이는 바람결 따라 하늘거리며 춤을 춥니다.


        처음에는 조금 느린 속도로 걷다가...
        폐속 깊이 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늘어나면서
        찌뿌덩하니 무겁던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점점 빨라지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거립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저만치서 칠순도 더 넘어보이는 노부부가 나타나셨습니다.


        남편인 듯한 할아버지는 깡마른 체구입니다.
        바싹 메마른 어깨며, 꾸부정한 허리는
        뵙기에도 무척 힘들어 보이십니다.
        아내인 듯한 할머님은 상대적으로 몸이 아주 비대하십니다.
        게다가 중풍을 한 번 맞으셨던지, 걷는 것이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할머니는 그 육중한 몸을 깡마른 할아버지를 의지한 채,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곧 쓰러질 듯 절뚝거리십니다.
        솔직히 말해서 걷는다기 보다는 할아버지의 팔에 매달린 것 같았습니다.
        병든 아내에게 운동을 시켜 주시려고 밖에 나오신 것 같았습니다.


        바라보는 타인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더욱 가여워 보입니다.
        저렇게 연세가 높으시면 자신의 몸도 지탱하기가 힘이 든다는 데....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행복하신 모양입니다.


        거목같이 비대한 병든 할머니를 아기같이 다독거리시며
        할아버지는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다정하게 들려주시는지....
        간간이 할머니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멀리서도 들립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볼품없는 할머니지만,
        그분이 젊고 아리따울 때부터 사랑했기에,
        저렇게 늙고 병이 들어서도 ...
        여전히 그 아내가 사랑스러운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유난히도 수려한 아침에,
        노부부의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면서
        운동하러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마저 흐뭇합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입니다." (고전 13:13)


            목양연가 중/최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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