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쪽이 문드리진 채로 살아간다

사모님들의 이야기 2013. 10. 19. 03:29


누구나 어느 한 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

 

제가 방문하고 상담 세미나를 인도했던 한 교회에서 만난

70이 넘은 연세에 말씀을 찬찬하게 하시는 참 고운 할머니가

계셨는데 3일 동안 여러 번 찾아오셔서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그 분은 얼마 전까지도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분노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까지를 다 마친 후

이제 정말 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차에 기름을 채우고 자신이 그 동안 봐두었던 절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절벽은 사람도 잘 오지 않는, 노인 한 사람 쯤은

떨어져 죽어도 흔적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어서 남편의 마음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달리던 중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차가

뜨거운 광야 한 가운데서 서고 말았습니다.

그래, 나는 항상 이렇지.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지.’

너무 화가 나서 차에서 내려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것이 광야의 서편을 붉게 물들인 석양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

 

자녀들만 잘 키우고 나면 꼭 죽음으로 복수하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지난 40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 인생이 마치 지금 지는 해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아픔이 있고, 여전히 상처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니 하나님께서 미국으로 자녀들과 함께 보내시고,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도록 도우셨고,

지금은 보석 같은 손주들까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상처와 눈물만으로 얼룩지고,

분노와 증오만으로 지탱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천천히 지고 있는 해를 보니, ‘아… 참 아름답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이렇게 내 인생이 지는 것인데, 참 아름다운 것이

인생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에 돌아와 한참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독한 마음,

나 스스로를 죽여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40년을 살아왔는데,

살고 보니 그 인생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그 인생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차에 시동이 다시 걸렸습니다. 천천히 차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모태신앙인인데 왜 그렇게 쉬운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파요, 인생이 참 아파요’를 외치며

상처와 아픔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의 인생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아름다운 은혜와 사랑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마다 아픔이 있습니다. 가슴마다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고, 아프다 말할 수도 없는 깊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 고통의 기억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제게 참 소중한 말씀 하나를 남겨주셨습니다.

그러한 인생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그 눈물의 세월을 버텨 자녀들과 함께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편 하늘 붉게 물든 노을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서

새로운 해가 뜨면 새로운 힘으로 또 하루를 살게 되는 것입니다.

                                        

 

-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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