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위력이냐 합의냐'.. 안희정 유·무죄 가를 핵심 쟁점


-‘위력에 의한 성관계’라면 혐의 인정 가능성 커
-폭행ㆍ협박 아닌 무형의 압박도 위력으로 인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범죄 혐의점이 드러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기존 판례를 통해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 김지은(33) 씨는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에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형법 303조)과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10조) 혐의를 기재했다.

둘 다 회사 상사와 부하 직원 등 보호ㆍ감독 관계에서 상급자가 ‘위력’을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사진설명=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안 전 지사가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위력’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와 김 씨 모두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두 사람의 상하 관계도 뚜렷한 상황이다.

 여기서 위력이란 폭행이나 협박 수준이 아니어도 된다.

가해자의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지위나 권세에 눌려 추행이나 간음을 당한 것도 위력에 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김 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제 위치 상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절) 표현은 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뚜렷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성관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처지였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고용형태 등을 고려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대법원은 승진이나 전출 등을 언급하며 10여 명의 부하 여직원을 추행하고 간음한 회사 사장 A씨에게 지난해 10월 징역 5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피해 여직원들은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원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입을까봐 쉽사리 사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며

이를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으로 인정했다.


김 씨가 성관계 당시 이를 범죄라고 깨닫지 못해 거절하지 못했더라도,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

대법원은 다수의 피팅모델을 추행하고 간음한 회사 사장 B씨에게 지난 2015년 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당시 피해자는 B씨의 행위를 마사지로 받아들여 거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이를 성범죄라고 봤다.

성행위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피해자가 아닌 일반적 상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안 전 지사 사건에는 뚜렷한 물증이 존재하기 어렵다.

결국 법원이 김 씨와 안 전 지사의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믿을 만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다.

부하 여직원과 단둘이 술자리를 가진 뒤 간음한 회사 사장 C씨의 경우 성관계 후 ‘집에 잘 들어갔느냐’는 문자메시지에 피해 여성이 ‘네’라고 답장한 점을 들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고,

1심도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뒤집고 C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간음 전후에 걸친 피해자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하면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즉시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C씨가 피해 여직원에게 ‘무릎꿇고 사죄할 기회를 주라’ ‘부탁한다’는 등

여러 건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을 고려했을 때 위력에 의한 간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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