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가동률 70%로 추락…반도체 외끌이 경제 한계

◆ 휘청거리는 한국제조업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공장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증가율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반도체 외끌이'로 버텨 온 한국 제조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2% 감소한 것은 5년 전인 2013년 3월(-2.0%)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0.4%) 증가했으나 자동차(-3.7%)와 기계장비(-4.3%) 생산이 크게 줄면서 광공업 생산이 감소(-2.5%)한 것이 두 달 연속 전체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수출 호황을 이끌던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5.0% 증가했으나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나머지 주력 산업은 글로벌 수요 감소 여파 등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분기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판매량이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승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했던 버스·트럭 등 상용차 부문도 주름살이 지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 중형트럭 라인은 4월 물량 감소를 이유로 1주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산업이 주춤해지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7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받았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가동률이다.

잘나가던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중국의 무분별한 LCD 패널 저가 공세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1분기에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LCD 투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생산 물량 확대가 지속되고 있고, 업체 간 경쟁이 심해져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이끄는 양대 플레이어는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분야도 심상치 않다.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가격 저항이 큰 데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 증가로 중국 시장마저 수요 감소세에 접어들어 삼성전자가 판매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도 최근 샤오미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제조업 부진은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될 전망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4월 수출 실적은 2016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도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반도체발 통계 착시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른 산업에 대한 체질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며 "이는 일자리 정부임을 내세우는 정부의 고용 정책과도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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