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창립 10주년을 맞은 어떤 교회는 매년 교인이 천 명씩 늘었다고 한다. 어떤 대형교회는 매년 수천 명씩 몰려온다고 한다. 그런 소식을 접하며 기쁘기보다 마음이 좀 씁쓸한 것은 왜일까? 교인수가 적은 교회를 섬기는 이로서 배가 아프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서일까. 솔직히 그런 것도 없지 않을게다.

 

10년 동안 작은 교회를 섬기면서 찾는 자 없이 싸늘하게 외면당하는 작은 교회의 설음을 뼈속 깊이 체감하였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새 교인 한 명이라도 오면 얼마나 기쁜지, 그러나 교인 한 명이라도 교회를 떠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오랫동안 수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작은 교회를 섬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80% 이상의 한국교회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교인 한 명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작은 교회의 옹색함과 일 년에 천 명씩 몰려드는 교회의 도도함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보다 더 심한 ... 양극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 교회와 목사에게 천 명 속에 한 사람의 존재감이 제대로 느껴질까.

 

그렇게 특정한 교회로 몰리는 현상은 그만큼 갈만한 교회가 없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참신하고 의식 있고 설교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 목사를 중심으로 몰려들어 대형교회를 이루는 것은 결코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이다. 몇 만 명이 모여 이루어진 집단 속에서 어떻게 친밀한 성도의 교제와 섬김을 통해 끈끈한 하나님의 가족애를 체험할 수 있겠는가.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여러 가지 큰일을 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교회의 본질은 점점 구현하기 힘들어진다.

한국교회는 하나님나라의 공동체, 성령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이런 교회관을 가지고 목회하는 이들, 비록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타목사들 못지않게 순수하고 참신하며 실력 있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형교회에서의 럭셔리한 교회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교회의 열악하고 구질구질한 여건 속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라도 쓰러져가는 한국교회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수고와 고난에 동참할 의향만 있다면 말이다.

 

작은 교회 목사는 아프다. 교인들이 늘지 않는 것이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 만연한 인식, 즉 목사가 능력이 없어 교회가 부흥하지 않는다는 은연중의 암시와 따가운 시선 때문에 더욱 그렇다.

 

 

출처: 개혁주의마을

가져온 곳 : 
블로그 >생명나무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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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한아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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