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재난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기후 재난은 지구인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이로 인한 환경 파괴와 과다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초래한 것으로 해수면 상승과 가뭄, 홍수, 산불 등의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기후변화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전이었으나 지구촌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 충돌, 이기적인 소비 행태 등이 맞물리면서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 사이에 1㎜씩 상승하던 해수면은 태평양상의 섬나라를, 조금씩 녹아내린 빙하는 토착민과 북극곰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협정이 다음달 사상 처음으로 발효된다. 인류에게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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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발효를 계기로 세계일보는 해수면 상승과 산불, 가뭄, 홍수, 대기오염, 빙하 소멸로 생존의 기로에 선 기후 재난 현장을 찾았다.

바닷물에 잠긴 논… 벼농사 포기한 농민

베트남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메콩강 삼각주 인근 농지에 바닷물이 유입돼 농부의 주름이 깊어졌다. 인도네시아는 잦은 산불로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었다.

태풍 `메기`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물에 잠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도심 모습.
EPA=연합뉴스

전체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는 캄보디아는 역대 최악의 가뭄에 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었다. 슈퍼태풍으로 주거지가 물에 잠긴 중국 저장성 주민들은 식수와 생필품 부족을 호소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아이슬란드 솔헤이마이요쿨들은 지구온난화를 상징하는 도시가 된 지 오래다. 이곳의 빙하는 온난화로 과거에 비해 1㎞ 이상 뒤로 물러났다.

60년 전 ‘런던 스모그’로 1만2000여명이 희생됐던 영국은 당시의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대기오염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대기 중 미세먼지 분포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공기질이 개선됐다.

취재팀이 만난 기후 재난 지역의 주민들은 불가항력의 변화 앞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보답받으려면 이제 지구인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우리 가족, 우리 지역, 우리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면 어느 순간 기후 재난은 우리의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팀=정재영·이희경·정선형·조병욱·이현미·조성민 기자 climat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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