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과 소모되는 설교



방금 저녁식사를 하는데 TV에서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오래 전에 유행했던 대중음악을 젊은 가수들이 현대 감각을 살려 새롭게 부르는데 정말 압권이다. 40여 년 동안 온 국민들이 애창해온 하얀 손수건을 다시 열창하니 그 감동의 물결이 온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퍼져가는 듯하다.


그것을 들으며 문득 오래 전 어떤 목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가수는 한 번 자신의 곡이 히트하면 평생 그것을 재탕하며 돈을 버는데 목사는 아무리 좋은 설교를 만들어도 같은 교회에서 다시 써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교를 준비하다가 그 프로를 보아서 그런지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그렇게 보면 설교사역은 무한히 소모하는 일 같아 보인다. 몇 년 전에 큰 교회 목사가 내가 주일마다 몇 십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설교한다는 말을 듣고 참 아깝다고 했다. 정성껏 설교를 준비해서 전해도 적은 회중 가운데서도 소수만이 경청한다. 그러니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도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서는 효율성이 핵심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별히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열 명 가까운 성도들을 상대로 충성스럽게 말씀사역을 하는 목사들이 있다. 주의 종은 하나님의 소모품이라는 말이 있다. 설교사역이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기에 한없이 더디고 완고한 사람들에게 무한히 소모하는 사역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의미해 보이는 봉사를 통해 자격 없는 자들에게 당신의 사랑과 말씀을 무한히 탕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증거된다. 하나님이 평가하시는 성공적인 사역의 기준은 효율성이 아니라 주님이 맡기신 일이라면 작은 것이라도 우직하게 충성하는 것이다.


별 효율도 없이 곧 소모되어버릴 설교를 준비하느라 이 밤도 노고를 아끼지 않는 동료 설교자들에게 파이팅을 보냅니다.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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