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미지는 탈북자 출신 웹툰작가 최성국씨의 글입니다.

아래글에 대한 리액션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나는, 통일은 무조건 '평화적'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노무현이 대통령이었을 때, (그땐 어리고 관심도 없어서 잘 몰랐지만...) 북한에 가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보며 저렇게 악수하고 웃으면 곧 통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북한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였다. 북한 정권에게 ‘평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평화와 달랐다. 북한에서 ‘평화'는 모든 인민이 오직 수령님만을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북한에게 평화적으로 손을 내미는 건 마치 팔이 없는 사람에게 악수를 하자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국이 망설이는 지난 70년 동안 북녘에서는 전쟁보다 더 끔찍한 일로 수많은 생명들이 고통받고 죽어갔다. 지금 통일을 한다 해도 이미 죽은 천만명의 생명들을 다시 살릴 수가 없는데, 이게 과연 평화통일일 수가 있는 걸까?


나는 그동안 전쟁이 날까봐 두려웠고, 북한에 대한 진짜 진실을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져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지금이 평화라고만 생각했다. 한국의 삶, 시골은 조용하고, 도시에 사람들이 가득히 웃고 떠드는, 이게 평화라고 생각했다.


가끔 북한 사람들이 굶어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만큼이나 낯선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게 진짜일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걸 믿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 또 한국도 이렇게 힘든데 북한까지 신경 쓸 수 없다고 합리화하기도 했다. 나는 한끼만 굶어도 짜증내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지금부터라도 그 죄값을 용서받고 싶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아마도,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 무작정 공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으니 ‘때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 핵을 쏠까? 그것은 너 죽고 나 죽고, 다 죽자는 최후의 발악일텐데, 그렇게나 공들여 유지한 70년의 독재체제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을까? 핵은 그들의 독재체제를 지키는 협박용 무기이다. 포악한 사람들은 큰소리치고 화를 내며 협박을 한다. 하지만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비굴해진다.


한국이 포악한 북한에 오히려 당당하게 맞섰더라면 어땠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협상카드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는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고의 과학기술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탈북자들이라는 엄청난 정보통이 있었으니말이다.


북한땅은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한국과 연결되어 있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느라 북한 인민들을 돕지 않는다. (지금도, 앞으로도, 아마 영원히) 오히려 탈북자들을 강제북송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한국이 어려운 상황인건 맞지만, 전 세계에서 북한을 도울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들이 굶어죽는다는 사실 외에도, 같은 민족으로서, 같은 국가로서, 아니 바로 옆에 있는 이웃으로서라도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데 왜 오지 않는 평화를 기다리고, 멀리 있는 남에게 도움받기를 기다려야 하는걸까? 추운 북한땅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왜 한국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는가. 그들은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인데.


'평화적 방법' 그것은 남북의 모든 주민을 놓고 봐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나눠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우리가 직접 재앙을 겪게 하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들의 절실한 도움의 손길을 뿌리쳤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죽음으로 한국의 평화를 유지했다.


'평화'도 상대적인게 아닐까? 전체 생명을 놓고 무엇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지 찾아야 한다. 우리의 생명보다 북한 사람들의 생명이 하찮아서 우리만 잘사는게 ‘평화’가 아니다.


한국이 북한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였다면,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그 재앙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태평하게 그들의 고통과 죽음은 외면한 채 '평화적(?) 통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자유를 빼앗기고 고통을 겪고 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가 오로지 '북한에서 태어난 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원하는 평화적인 통일은 동화책에 나오는 해피엔딩일 뿐이다.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1%의 ‘평화통일’에 국가의 안보를 거는 한국. 그것이 한국의 99%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한국 정부와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믿는다. 우리가 굳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평화를 깰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를 보면, 문제 있는 아이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거의 대부분 부모에게 있다. 북한도 중국과 한국이 그렇게 내버려둠으로써 이렇게 고삐풀린 개망나니 독재집단이 됐고, 또 국제사회 고립이라는 단호한 정책을 씀으로써 억울한 북한 주민들만 죽어나갔다.


놀랍게도 북한 독재자의 욕심은 단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깡패같은 양아치를 반 죽을만큼 때리고 패고 굶겼는데, 어찌된게 얘는 더 포악해지고 자기보다 힘없는 애들을 괴롭혀 잘먹고 잘 살았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외쳐도 북한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진짜 평화가 아니다. 지금 당장 그들을 구해야 한다. 그게 공개적이지 않아도 좋다. 비공개적으로 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북한의 끔찍한 범죄를 알게된 남한 사람들이 벌써 비밀작전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여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탈북자들이 한국 정부에게 북한에 대한 관심과 대응방법 등을 건의했지만, 그들의 의견은 30년이 지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들은 지쳤고, 한국 정부에 대한 미련을 거의 포기해버렸다.


그럼에도 헐벗은 북한 주민들과 눈앞에서 굶어죽은 생명들을 잊을 수가 없어서 지금도 북한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곧 허공에서 사라진다. 지금 매일매일 뉴스에서는 '한반도 위기설'이라며 떠들어대고 있지만, 정작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나 자신을 위해 잘 먹고 잘자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2천만 주민들은 처절하게 고통받고 억압당하며 죽어가고 있다. 아주 많이 늦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좋은 때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지금'이다.



출처: 조아영님 페이스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