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2년전,

그러니까 2012년 10월경 이었습니다.


웨이브 촬영이

평생의 꿈이었던

한국의 어느 여류 사진작가가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웨이브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 왔습니다.


10월의 어느 화요일 오전,

우리는 웨이브 퍼밋을 받기 위해

추첨 장소가 있는 커납(Kanab)에 도착했지요.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우리는 8시 30분쯤 추첨 장소로 갔습니다.


파킹랏에는

이미 주차할 곳이 없을 만큼

먼저 온 차량들로 가득했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빈자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빈자리는 고사하고

서있기조차 힘들만큼

실내는 물론이거니와 전시실도

신청자들로 초만원을 이루었습니다.


약 50그룹이 신청했는데

전체 신청자는 대략 170명쯤 되었지요.


9시 정각,

사람들의 긴장된

숨소리가 고함으로 들릴만큼

실내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습니다.


드디어

레인저가 라러리를 돌렸습니다.

우리 일행은 긴장된 모습으로 라러리를 지켜 보았지요.


라러리의 구슬이

하나씩 밖으로 빠져 나올 때마다

우리의 번호와 일치되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염원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실망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브라이스 캐년으로 갔지요.


그 날 밤,

우리는 다시 커납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신청자가

전날보다 조금 적은 150명 정도였죠.

경쟁률이 17대 1에서 15대 1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둘째날에도

우리는 실망스런 발걸음을 해야만 했습니다.


셋째날 아침,

우리는 또 다시 신청서를 썼지요.

하지만 ‘혹시나’는 이번에도 ‘역시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추첨 기회는

일정상 내일 오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드디어 4일째 아침,

우리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기다렸습니다.


레인저가

라러리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눈은 라러리에 고정되어 있었고,


레인저가

당첨된 번호를 부를 때마다

떨어진 사람들의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10장의 퍼밋 가운데

이미 7장이 결정되었습니다.

퍼밋은 이제 마지막 남은 3장이 전부였지요.


우리 세명이

붙느냐 떨어지느냐는

이번 추첨으로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추첨에 떨어지면

보따리를 싸야할 판이었습니다.


레인저가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다시 마지막 라러리를 돌렸습니다.


잠시 뒤 레인저는

빠져 나온 구슬의 번호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구슬의 번호는

우리의 간절한 염원과는 아랑곳없이

우리를 실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번호였습니다.


우리는 추첨에 떨어질 때마다

브라이스 캐년이나, 그랜드 캐년,

그리고 앤털롭 캐년에 가곤 했지만


오직 웨이브만을

가슴에 품고왔던 여류 사진작가에게

웨이브 외의 다른 모든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여류 사진 작가 부부는

깊고 깊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거운 맘으로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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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고

고국으로 돌아간 여류 작가에게

웨이브는 잊을 수 없는 흠모의 대상이었습니다.


잠을 자도,

깨어 있어도


웨이브가 아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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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웨이브를 가슴에 품고 지낸지

2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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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사진작가는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웨이브에 다시 한 번 갈 수 없겠느냐고.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남편은

비록 거금이 들더라도

아내의 소원을 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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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부부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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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9일,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2년 전과 같이 

오전 8시 30분쯤 추첨 장소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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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초에

한국에서 온 사진 작가와 함께

이곳에 왔었는데 그 때는 사람이 적게와서

추첨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퍼밋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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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그 때를 생각하면서

“파킹랏엔 아마 차가 2, 3대쯤 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도착해보니 

이게 웬일, 차가 10대쯤 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에,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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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량당

2명이 타고 와도 벌써 20명에

앞으로 9시 전까지 올 사람들을 예상하면

적어도 수십 명이 될텐데 그러면 또 다시 2년 전의 악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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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장소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수십 명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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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59분에

마지막 신청서가 접수되었는데

모두 18그룹에 50명이 넘는 인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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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떨어지는 소리와

숨소리도 들릴만큼 고요한 가운데

레인저가 드디어 라러리를 돌렸습니다.


첫 번째 번호는 1번,

신청자는 다행히 1명이었고

남은 퍼밋은 모두 9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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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가 두 번째로

라러리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에 나온 구슬은

공교롭게도 2번에 2명의 신청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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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두는

월요일에 왔다가 떨어져서

화요일에 다시 신청한 사람들이었는데

화요일에 모두 붙는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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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퍼밋은 7장,

레인저가 세 번째로 라러리를 돌렸습니다.

이번엔 7번이 당첨되었고, 3명의 신청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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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퍼밋은 4장,

이번에 우리가 당첨되지 않으면


우리는 또 고배를 마시거나, 

되더라도 한 두 명은 빠질 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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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첨에서

2명이 당첨된다고 하면

남은 퍼밋은 모두 2장인데


우리 일행이 되더라도

3명 가운데 1명은 갈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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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레인저가

라러리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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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올 때마다

간절히 수도 없이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하나님, 이번에 우리가 꼭 퍼밋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라고


이번에 우리가 받은 번호는 8번이었습니다.

“하나님, 이번에 나오는 저 구슬은 8번이 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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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온 구슬을

레인저가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Number eight.


마침내 

여류 사진작가의 꿈이 

2년 만에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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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 미서부 사진여행, 오지여행 전문가이드 주안(POW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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