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연 2024. 3. 29. 10:21
그날 그 밤
          루디아/최송연 
 
별들이 빛을 잃고
달도 그 얼굴을
가리워야만 했었네 
 
독생하신 하나님
말씀이 육신을 입으신
그분의 마지막 밤
 
새들마저 모두 
캄캄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밤
 
고귀하신 얼굴
피가 땀방울 되어
흘러내리며 아버지의
낯을 구하신 밤
 
아버지의 심장은
더 붉은 피로 얼룩져
가고 

 

차라리 
내가 대신 마신다면 
내 마음이 이토록 
아리지 않으리라
 
 
구속 주
그 분께서는
불쌍한 영혼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셨나
 
어찌하여
그 흉폭한 자들에게
존귀하신 몸을 내어
주셔서 그토록
갈기갈기 찣기셨나
 
그날 그 밤의 기도
피땀으로 지새운 눈물이 없었더라면
 
나 대신 
그 모진 십자가의 형벌을 
받지 않아도 되셨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