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인 '압박 작전(pressure campaign)'이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막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증강과 경제제재라는 '양수겸장'을 통해, 핵 도발을 이어온 북한과 '암묵적 조력자'로 지목한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의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곧 가동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한 채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미국 본토의 영공을 방어하는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이 같은 미군의 움직임은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대체하는 대북 기조로 '압박 작전(pressure campaign)'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쓴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략(strategy') 대신 굳이 '작전(campaign)'이라는 군사 용어를 사용한 것도 심상치 않다.

미군은 단순히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당분간 한반도 해역에 머물게 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격퇴하는 한편, 하와이에도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추가 전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주변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미사일 방어 능력을 위시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함으로써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도 동맹국과 미 본토를 보호하고, 북한을 초전에 초토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는 북한이 실제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적 제재를 통한 '고사 작전'도 조만간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오후 미국 상·하원 의원 전원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열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설명한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진행해온 대북정책 리뷰의 결과물이다.

대북정책만을 설명하기 위해 상하원 의원들을 모아놓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상원의원 브리핑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점도 매우 이례적이다.

 

의회의 초당적이고도 전폭적인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미 행정부와 의회가 일심동체로 북핵 문제라는 '실체적 위협'에 대응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브리핑에서는 이날 해리스 사령관이 밝힌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력 증강과 함께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겨냥한 전방위적 경제제재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지 않은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세컨더리 제재'와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및 북한과의 석탄 거래 전면 금지, 관영 고려항공 항공기의 공항 이용 금지, 공해 상에서의 북한 선박 불시 수색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테러지원국(sponsor of terrorism) 재지정도 검토 대상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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