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여상 교목실장 시절이니까 4반세기 훨씬 지난 옛날 얘기다. 

세계에 자랑하는 쪽빛 하늘엔 점점이 작은 구름 몰려 다니고

교문 앞 코스모스 하늘을 향해 생글생글 웃으며 춤을 추는 어느 날,


얼굴에 핏기라곤 하나도 없이 창백해 보이는 어느 학생이,

무거운 책가방을 힘겹게 들고 느지막이 언덕길을 오고 있었다.

3학년 「현정이」학생이었다.


“졸업시험 기간인데, 왜 이렇게 늦었니?

담임선생님 보시면 꾸중하시겠다.”

 

“병원에 입원했다 오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가지 마라 하셨지만 사정사정 하여서 이제야 나왔어요.”


“아이구 저런! 어디가 아픈 것이냐?”

“혈액암…이라는 백혈병…이래요.”


대답하는 현정이의 모기 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질 않았다.

나의 가슴 낭떠러지 바닥에 굴러 뭉개지고 입에선 침이 말라버렸다.

‘그래서 저리도 고운 얼굴에 핏기라곤 하나도 보이지를 않는구나…’


‘주여, 저 어린 딸을 구해주소서'

간절히 기도하는 길밖엔 없었다.

하늘에 손을 대면 손도 파래질 것 같은데,

내 마음 이 하늘은 먹구름만 가득 찼구나.

기도밖에 못하는 나는, 티끌만한 개미 새끼 

이 개미의 기도까지도 주께서는 들으시리니...


며칠 후, 현정이의 담임이신 

하선생과 교목실의 조선생과 세 사람이서,

입원한 현정이의 문병을 갔다.


그런데 현정이의 자리는 비어 있어 

옆의 침대 환자에게 웬 일이냐 물었더니,

교통사고 당하여서 입원한 어린이와 같이 놀아주려고 위층으로 갔단다. 

담임선생 위층으로 얼른 뛰어올라가 다정하게 현정이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우리들 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현정이를 어서 빨리 고쳐 주시옵소서.”

 

눈물로 기도한 후 눈물들을 훔치는데,

현정이는 웃으며 밝고 맑은 목소리로 도리어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그리고 두 분 선생님, 저 이제 죽음이 두렵잖아요.

죽으면 하늘나라 올라갈 텐데, 어찌하여 눈물들을 흘리시나요? 
저는 그래 요사이는 이렇게 기도해요.

‘아버지여,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이것이 요즘 저의 기도랍니다.”


고등학교 학생으로 작은 교회의 주일학교 반사로 봉사하는 현정이

네 믿음이 어느새 이만큼 자랐구나, 나는 너무 감격하여 현정이의 손을 잡고


“현정아, 네 믿음이 정말 크구나. 죽음도 초월한 네 믿음이 장하다.

그러나 정말 참된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신 예수님의 기도가 우리의 표본이다. 
십자가를 지러 오신 주님 예수께서도

죽음의 십자가를 지고 싶지 않으셔서,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셨다.”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막 14:36).


“네게도 소원이 있을 것이 아니냐.

주님처럼 네 소원을 모두 아뢰고 그 다음에 이렇게 기도하여라. 
‘주여, 나의 원대로 하지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시옵소서’

이렇게 기도하라. 내 말 알았지?”


“목사님, 제가 몰라 그랬습니다.

이제부턴 제 소원을 아뢰겠어요.”


“현정아, 간절한 네 소원이 무엇이냐?”

“저는요, 무남독녀 외동딸이거든요.

제가 먼저 죽으면, 혼자 남는 엄마가 

너무너무 가슴 아파 하실 것 같아….

그래서 첫째로 엄마 가슴 안 아프게….

둘째로는 졸업이 몇 달 후인데, 

졸업장 타나 마나 마찬가지겠지만,

이왕이면 졸업 후에 죽게 해 주소서….

이렇게 주님께 기도 드리겠어요.”


“고맙다, 현정아, 나와 선생님들도 

너를 위해 그렇게 주께 기도드리마.”

 

우리 기도 들으시는 주 예수님은 

현정이와 우리 기도를 들어주셨다.

졸업한지 1주일 조금 지나서 하나님은 현정이를 데려가셨다.


차를 몰고 찾아 간 

강남의 성모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흰 옷을 입고 있는 현정이 엄마가 만면에 웃음 띠고 우리에게 인사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게 아니다.

표정은 방글방글 웃고 있는데,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었고,

말할 때도 눈물이 줄줄 새는데, 현정 엄마 얼굴은 웃고 있었다. 
우리는 현정이의 어머니에게 놀라운 신앙의 간증을 들었다.


“목사님과 선생님들 다녀가신 후, 

현정이는 오히려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관악여상 졸업장을 받은 다음에 데려가 주옵소서, 기도했어요. 
하나님 아버지가 기도 들으사 현정이가 졸업장을 타던 그 날에

나는 정말 기뻐서 울었답니다.

기도 들어주셔서 기뻤습니다. 
그러나 현정이가 숨을 거두자 나는 너무 서러워 울었답니다.

이 세상 살 희망 사라졌기에 몇 시간을 미친 듯이 울었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 일어났어요.

죽은 지 여러 시간 흘러갔는데, 현정이가 눈을 뜨고 살아났어요.

의사들도「기적」이라 기뻐 하였죠. 
나는 너무 기뻐서 엉엉 울었죠.

그러자 현정이가 말을 했어요.

저의 손을 꼬옥 잡고, 내 눈을 보며 그 동안 되어진 일 들려줬어요.”


“엄마, 엄마, 그만 울고 내 말 들어봐.

나는 방금 하늘나라 올라갔댔어.

너무너무 좋아서 엄마 생각도 잊고 천사님과 손을 잡고 돌아다녔죠. 
하늘나라 여기 저기 구경하는데, 

천사님이 다정히 말씀하시었어요.

‘현정아, 아무래도 아니 되겠다.

너의 엄마 저렇게 울고 있으니,

주님께서 너를 잠시 돌려보내어, 하늘나라 소망을 알려준 후에

다시 오라, 말씀을 하시는구나.그러니 어서 다시 돌아가거라. 
어서 가서 울고 있는 너의 엄마를 위로하고 

예서 본 것 말씀드린 후 다시 오라,

하시며 보내주셨죠. 그래서 이렇게 살아난 거야.


엄마, 나는 다시 하늘나라 갈 테니까, 

이제부터 절대로 울지 말고 살아요.

기뻐하며 감사하며 씩씩하게 살아요.

절대 울면 안 돼요. 약속해줘요. 손가락을 걸고 나는 맹세하였죠.

 

“언젠가 주님께서 엄마 불러주시면 기쁨으로 우리 다시 만날 거예요.

엄마, 이제 가야 해요, 기다릴 게요. 우리 주님 앞에서 기쁨으로 만나요.”


그리고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 자는 듯이 하늘로 돌아갔어요.


나도 예수 믿은 지 오래 됐지만, 이제 생각하여 보니 헛 믿었어요. 
다행히 주님께선 현정이를 통하여, 늦게나마 천국믿음 주시었으니


나는 다신 울지를 않으렵니다.

남은 생애 기쁨으로 살겠습니다. 
현정이를 데려가신 하나님께서 나도 오라 부르시면 기쁜 맘으로

세상 떠나 천국으로 가겠습니다. 하나님,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장례식장 떠나는 우리 일행은, 형언 못할 하늘 평화 맛을 보았죠.

새아침 안개처럼「쓰나미」처럼 주님 주신 평화가 내 맘 속에 밀려올 때

우리들 모두는 하나님께 두 손 모아 이렇게 감사기도 드렸답니다.


죽음을 이기신 우리 구주 예수님, 참으로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죽음은 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 

영원한 하늘나라 들어가는 새 날임을

나 어린 제자의 값진 삶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게 하여주시니,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평화를 축원합니다.

여러분도 예수 믿고 구원 받아서 하늘나라 백성되길 축원합니다.



- 오소운 목사님


가져온 곳: joyful의 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