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한국전력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종사하던 제가 나이 만 마흔일곱 살 한창나이에 IMF 한시퇴직 하고 미국에 와서 신학공부와 개척교회를 하다 은퇴하였으니 수중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재산도 없고 한국의 연금도 없고, 얼마 되지 않는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SI)만으로는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교회나 교단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고 미국정부에서 저소득아파트 같은 극빈자 혜택프로그램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겨우 식품보조 프로그램(Food Stamp) 혜택을 받아 생활에 보탬을 얻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여태 굶주리지 않고 길거리에 나가앉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개척교회를 하면서 생존의 위기를 겪었을 때를 생각하면, 먹을 것이 떨어지고 아파트 렌트비도 낼 수 없던 그 때의 아슬아슬했던 상황과, 그 때마다 기가 막히게 도움을 보내오신 하나님의 기이한 손길과 방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참으로 우리 가족은 그 때 살아계신 하나님,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뼈저리게 체험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절대로 하나님을 부정할 수 없는 확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척교회 목회를 접고 은퇴 아닌 은퇴를 한 뒤 2020년에 본격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을 때가 또한 저희에게 닥친 큰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10년마다 하는 미국 인구센서스가 마침 그 해 2020년에도 있었고 약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센서스 기간 중 일을 할 인구센서스 요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있어 저도 응모하여 인구센서스 요원이 되었습니다. 3개월이라도 일을 해야 하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센서스 요원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창궐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자 센서스요원 교육과 센서스가 한 동안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실업수당 지금 프로그램이 시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자격은 희한하게도 제가 센서스 요원으로 응모한 직후 시점을 기준으로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히게 시점이 들어맞은 것입니다. 덕분에 한 주에 몇 백 달러씩 주는 코로나 실업수당을 1년 반 동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팬데믹 실업수당을 받지 못 하였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아찔합니다. 이 또한 하나님의 기이한 도우심이었습니다.

 

 

작년 2022년 가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실업수당지급도 중단된 다음부터는 승용차로 한인마트 빵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아름 마켓의 식품배달 일도 몇 달간 했습니다. 그러다가 도어대시, 우버이트 딜리버리, 그리고 우버엑스 드라이버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달려 젊은 사람들처럼 할 수는 없지만 감사하게도 아직 건강하고 운전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한 주일에 사나흘 정도 일을 합니다.

 

 

이젠 편안한 은퇴후 생활을 누려야 할 나이에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싶고 내가 왜 이런 가난과 궁핍의 길을 걸어왔는지 후회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말 나를 부르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저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싶은 때도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저희와 지금의 저희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백성과 홍해를 건넌 백성이 같을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가마솥 고깃국과 마늘과 부추를 먹으면서 편안하게 애굽 종살이 하는 것과 만나를 먹으며 불기둥과 구름기둥,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가나안을 향하여 메마르고 거친 광야를 걷는 것의 가치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늘도 드라이버 일을 나갑니다. 어두운 밤 뉴저지의 열악한 도로를 달리는 밤길운전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건강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저를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다 가도록 하시지는 않을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일을 위하여 쓰임 받도록 부르심 받은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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