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좋은글 2008. 10. 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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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시




    李錫奎


    감의 몸속엔 음악이 흐른다
    가사를 음미하는 박자의 속도와
    높낮이를 조절하는 리듬에 맞추어
    나는 점점 붉어진다


    고독을 가르는 음악의 처절함과
    고독을 아우르는 음악의 부드러움과
    그 중심을 떠받치는 햇살들 바람들
    눈망울은 꿈인가
    눈물인가


    음악의 세계는 깊다
    미숙함이 황홀과 대면 악수
    잎 진 가지와 새의 날갯짓
    나는 막차를 놓친 나그네로서
    발길을 잠시 멈추고
    찬 서리로 분단장한다


    쌓인 낙엽과 헐벗은 나뭇가지의
    눈물 속에


    망각에 못박지 못할 이름과 오솔길들
    고독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이름의
    손과 발의 숨결들
    음악의 골짜기 속에
    발갛게 닳아 오른 서러움들
    꿈에도 잊지 못한 얼굴들
    바라만 보아야 하는 江처럼
    느껴졌을 때
    그의 얼굴은 잔잔히 떨리며 웃음 지었다
    - 그건 내가 누군가에게 못 붙인 편지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의
    제 몸속에 고여 있는 말을 들려주려
    우리에게 온 피울움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음악의 선율을 쫓다가 노래가 된 노래
    가 조용히 흐른다 그에 몸속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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