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매고 가는데 반해,
두 번째 제자는 지독히 힘들어하면서 뒤쳐져 따라왔다.
십자가를 걸머진 지 하루만에
첫 번째 제자는 길 끝에 당도하여
십자가를 스승에게 넘겨드렸다.
주님은 첫 번째 제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아주 잘 했다."
두 번째 제자는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길 끝에 도착했다.
도착한 제자는 십자가를
주님의 발 밑에 내동댕이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한테는 다른 제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십자가를 내주시다니요!
제가 이제사 온 것도 그 때문이라구요!"
주님은 마음이 상한 채 슬픈 얼굴로
두 번째 제자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그런데도 앞사람은 아주 쉽게 십자가를 옮겼는데,
유독 저만 십자가를 옮기느라 쩔쩔 맸다 이 말씀입니까?"
주님이 그에게 타이르셨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아라.
그 까닭은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늘어놓은 너에게 있느니라.
네가 불평할 때마다
십자가의 무게는 늘어났던 거야.
앞에 온 제자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 동안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준 거야.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옮길 수 있었던 거지
- 작가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