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마무리
자료실 2009. 2. 1. 13:43특별한 마무리
스코트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의 유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요망 사항을 기록해두기 위해 쓴다.
1. 마지막 죽을 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따라서
- 주사, 심장 충격, 강제 급식, 산소 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4. 장례 절차와 부수적인 일들
- 법이 요구하지 않는 한,
어떤 장의업자나 그 밖에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받거나 불러들여서는 안 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내 몸을 처리하는 데 관여해서는 안 된다.
- 내가 죽은 뒤 되도록 빨리 내 친구들이 내 몸에 작업복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스프루스 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만든 보통의 나무 상자에 뉘기를 바란다.
상자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내가 요금을 내고 회원이 된 메인 주 오번의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 어떤 장례식도 열려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과 재의 처분 사이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 그 밖에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 화장이 끝난 뒤 되도록 빨리 나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만약 헬렌이 나보다 먼저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다른 친구가 재를 거두어 스피릿 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
5. 나는 맑은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청들이 내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회고
스코트가 가기 한 달 반 전인,
그이의 100세 생일 한 달 전 어느 날 테이블에 여러 사람과 앉아 있을 때 그이가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이는 신중하게 목적을 갖고 떠날 시간과 방법을 선택했다.
정연하고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기 위함이었다.
그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다.
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었다.
안팎으로 그이는 준비를 했다.
그이는 언제나 '기쁘게 살았고, 기쁘게 죽으리. 나는 내 의지로 나를 버리네.'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을 좋아했다.
이제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그이는 스스로 육체가 그 생명을 포기하도록 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했다.
나는(헬렌 니어링) 동물들이 흔히 택하는 죽음의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어나와 스스로 먹이를 거부함으로써 죽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한 달 동안 그이가 뭔가 마실 것을 원할 때
사과, 오렌지, 바나나, 포도 같이
그이가 삼킬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쥬스를 만들어 먹여주었다.
그러자 그이는 "이제 물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이는 병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몸은 수분이 빠져나가 이제 시들어가고 있었고,
평온하고 조용하게 삶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었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나는 그이의 침상에 같이 있으면서 조용히 그이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반쯤 소리내어 나는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나는 그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이는 마치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시험하는 듯이 "좋-아"하며 숨을 쉬고서 갔다.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갔음을 느꼈다.
헬렌 니어링 저, 이석태 역,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보리(1997), pp.221-229.
사는 법
Helen Nearing
나는 엄격한 채식인이면서 아내를 구타하는 자보다는
육식을 하지만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낫다는 간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엄격한 채식인(이제 막 열광적인 채식인이 된 사람이다)을 알았는데,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면 아내와 딸을 심하게 무시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고약한 강성론자는 먹는 법은 제대로 배웠는지 몰라도,
사는 법은 아직 배울 게 많았다.
- 헬렌 니어링, [소박한 밥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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