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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이의"(敎子以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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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판서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얼마 후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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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묻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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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중요한 직책을 맡자 부자 집에서 사위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처가에서 뱅엇국을 먹으며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합니다.
열흘 만에 사치한 마음이 이 같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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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이 벌 받는 것을 그저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일을 시키시면서 쌀 몇 말만 내려주어 굶지
않게만 해주십시오". 김좌명이 기특하게 여겨 그대로 해주었다.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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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 남재의 손자 남지가 음덕으로 감찰이 되었다. 퇴근하면 할아버지가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물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급 관리가 창고에서 비단을 슬쩍 품고 나오기에 다시 들어가게 했습니다. 세 번을 그랬더니 그제야 눈치를 채고 비단을 두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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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말했다. "너같이 어린 것이 관리가 되었기에 매번 물어 득실을 알려 했던 것인데, 이제 묻지 않아도 되겠다."
'국조인물지(國朝人物志)'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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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윗 사람에게 잘 보여
월급 많이 받는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녀도 시원찮은데, 자식의 마음이 그새 교만해진 것을 보고 어미가 나서서 그 자리를 물려주기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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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자가 못 미더워 날마다 점검하던 할아버지는 손자의 심지가 깊은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어미는 자식이 죄짓게 될까 걱정했고, 할아버지는 손자가 집안과 나라에 누를 끼칠 것을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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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올바른 길로 가게 가르치기(敎子以義)가
쉽지 않다.
잘못을 저질러 혼이라도 내면 부모가 학교로 찾아가 선생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다.
떼돈 번 부모가 수억원짜리 스포츠카를 사주고, 자식은 그 차를 몰고 나가 남의 목숨을 담보로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발 좀 치우라고 했다가 지하철에서 20대가 80대 노인에게 쌍욕을 해댄다. 눈에 뵈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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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런 세상이 있는가. 이렇게 막 자라 제 몸을 망치고, 제 집안을 말아먹고, 나라에 독을 끼친다.
밖에서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가 훤히 다 보인다.
-조선일보에서 발췌-
<정민의 世說新語, 한양대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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