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천주교의 모든 것 2014. 11. 15. 00:46

강만원 > <개혁포럼 시사토론방>

‘하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예수가 인간이면서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도 되는 것이 아닌가요?”

느닷없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서 한동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댓글 올리신 분을 비방하거나 조롱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신앙을 솔직히 표현했을 뿐이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처럼 거리낌 없이 주장했을 것이다.

생각이 서로 다를 뿐, 틀렸다고 감히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그럴듯한 논리다.

1)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이다
2)예수는 인간이면서 하나님이다
3) 그러므로,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인간의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어머니이다.

언뜻 보면 논리의 허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가톨릭 신자들은 주저없이 마리아를 ‘성모’로서 신의 반열에 올린다. 인간적인 공경일 뿐 신적인 경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마리아에게 기도하고 그에게 위로를 받고 응답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그가 가톨릭의 신일 수 밖에 없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까.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독교의 종교적인 위상에 대해서 질문하면 어김없이 공경의 의미로서 ‘성모 마리아님’으로 부른다고 하지만, 공경과 경배는 분명히 다르다.

‘너희는 부모를 공경하라’. 성경에서 보듯이 공경은 세상의 부모에게 해당되는 말인 반면에 경배는 신적인 존재에게 해당된다.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를 대하는 태도는, 내가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신 또는 신적 존재이다.

성경 어디에 마리아가 승천했고, 성경 어디에 마리아가 신적인 능력과 권세를 부여 받았는가? 성경에 없는 사실을 교리로 세웠다면 이는 종교적인 주장일 뿐 결코 성경의 진리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기독교의 진리가 될 수 없다.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인식하는 신앙은 (일부)가톨릭 신자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전형적인 신앙관이다. 그러나, 예수가 육신을 지닌 인간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동일한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하나님의 어머니도 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런 논리라면, 성부 하나님은 예수의 아버지이기 때문에,성모 마리아는 성부 하나님의 아내도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성부, 성자, 성령은 일체이신 하나님이시니까 하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성삼위의 어머니도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신 예수에게 마리아가 신의 어머니로서 신성神性을 부여한 것도 아니고, 그녀의 특별한 영성을 통해 예수께서 ‘하나님’이 되신 것도 아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육신의 도구였을뿐, 특별한 능력이나 신성 때문에 하나님이 마리아를 선택하신 것이 결코 아니다.

‘어머니’라는 단어의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마리아가 하나님의 어머니도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분명한 전제가 성립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즉, 마리아의 태에서 예수의 육신이 태어났던 것처럼, 예수의 거룩한 신성이나 사망 권세를 이기신 초월적인 신성도 마리아에게서 비롯되었을 때 마리아는 비로소 예수의 어머니로서 ‘하나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예수의 ‘육신의 어머니’라는 말과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말은 형태상 같은 듯 보이지만 하지만 내용상 근본적으로 다르다.

결국 마리아가 하나님의 신성을 지닌 존재, 다시말해 ‘성모 하나님’일 때라야 비로소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나님의 신성과는 지극히 거리가 먼,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하나님 앞에서 ‘비천한 여종’의 신분이었던 그녀가 의인이 될 수 있었고, 나아가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한 순종을 통해서 예수를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지 그녀가 본래 거룩한 존재로서 하나님의 어머니였기 때문이 아니다.

마리아를 굳이 신의 반열에 두려는 가톨릭의 의도는 예수의 거룩한 탄생을 극적으로 미화하려는 종교적 계산 때문이며, 나아가 영지주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특별한 관계(?)를 부정하며 인간 예수의 주변에 있었던 유일한 여인으로서 마리아의 위상을 다지려는 의도일 뿐이다.

마리아는 온전한 순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한 아름다운 여자이다. 또한 생명을 아끼지 않으면서 동정녀의 몸으로 예수를 잉태했고, 예수를 낳았던 그녀의 순종이 없었다면 당연히 예수는 그 때 그 곳에서 ‘나사렛 예수’로 태어나지 못했다.

고대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르면 약혼은 동거만 하지 않을 뿐 혼인과 동일한 법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약혼한 요셉과 관계를 통해서 아기를 잉태한 것이 아니라면 마리아의 임신은 율법에 따라 간음에 해당하며 투석형에 처해지는 중죄이다.

천사장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전달받은 마리아는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으며 하나님의 뜻에 오롯이 따랐다(눅1:30-38)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그러나, 마리아의 온전한 순종을 말하면서 희생을 무릅쓰고 예수를 낳았던 순종의 여인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종교적인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의 탄생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며, 거룩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애써 꾸미고 치장할 때 오히려 본질이 훼손될 뿐이다. 예수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이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거룩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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