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천국 (은하수님의 기행문)

은혜의 단비 2011. 5. 12. 08:27

[제 1 부]  개 팔자 상 팔자







뉴욕의 퀸즈 미드타운 익스프레스웨이(495)를 타고 맨하튼 가까이 가다 보면
우측에 상당히 크고 오래되어 보이는 공동묘지가 한눈에 띕니다.
모리스(Maurice) 에브뉴 쪽으로 돌아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여느 다른 공동묘지와 뭔가가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 공동묘지에서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의 조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공동묘지의 묘에는 십자가 형상을
단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십자가 대신 엄청나게 크고 웅장한 비석들이 그야 말로 따닥 따닥 붙어있습니다.

뜬금같이 웬 공동묘지 이야기냐고 하시겠습니다만,
본향 가는 길에 꼭 들렀다 가야 하는 곳이기에
괜한 관심이나마 갖게 되는가 봅니다.^^

이곳은 “Mount Zion Cemetery” 라는 이름의 공동묘지입니다.

묘지가 자그마치 210,000개 정도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도 보통이 아닙니다.
역사도 만만치 않은데 1893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백 년을 훌쩍 넘긴 공동묘지입니다.
백 년이 넘도록 20여 만개의 묘지에 십자가가 단 한 개도 없다??
이거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관심사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의 눈에는 매우 이색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그 어떤 사람들이길래 무덤에 십자가가 하나도 없는 것일까요?
짐작하시겠지만 그곳은 유대인들만의 공동묘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유대인 공동체에 들어 간다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저들의 묘지에 유대인이 아닌 사람이 묻히는 것 역시
철저히 불허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배척해 버린 저들이기에
구원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는 십자가 역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미국의 뉴욕은 모든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라고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독특한 문화 중에서 이렇듯 공동묘지 문화도 역시 독특합니다.
그런데 뉴욕에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갖게 하는 이색적인 공동묘지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이제 그 색다른 공동묘지에 대한 작은 기행을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수년 전에 이곳을 방문하여 작성해 두었던 글이며
그때 모 사이트에 포스트 했었던 글임을 말씀 드립니다.
(게시판 특성과 맞지 않더라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약 3~4십분 가량 북쪽으로 올라가면
Hartsdale이라는 조그만 시(city)가 있는데 그곳에 꽤 오래된
공동묘지가 하나 있다.  
1896년에 만들어진 곳이니까 110년이 넘은 곳이다.
(보통 한 세기 이상의 역사는 되야 이야기가 되나 보다^^)

오늘처럼 화창한 날씨엔 문득 그곳에 대한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 많은 공동묘지를 보아왔지만 그곳만큼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cemetery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을 몇 번이나 다녀왔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 묻혀있는 곳도 아닌데 말이다.
(십자가를 볼 수 없는 희한한 공동묘지에 이어
이곳은 또 무슨 특색이 있을까?)

내가 그곳을 찾는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비문에 새겨진 내용들이 참 흥미롭고 다채로워서이며
또 하나는 비석 앞에마다 아기자기 놓여있는 꽃들의 풍경이
참 아름답고 소담스러워서이다.

맨 나중에 갔을 때 어느 중년 부부가 손잡고 정문으로 나오다가
부인이 다시 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안쪽 구석에 서서
훌쩍거리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남편이 와서 어깨를 다독거렸다.
역시 극히 공동묘지스러운 풍경이 아닌가 한다.

여느 공동묘지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비석들이 가지런히 서있고
숱한 비바람에 풍화된 비석 위 어렴풋이 십자가의 조각도 눈에 띈다.  
그리고 싱싱해 보이는 화려한 꽃들은 화원을 방불케 하듯  
각 비석들 앞에 즐비하고 단정하게 놓여져 있다.
대부분 꽃들은 금방 갖다 놓은 듯 신선해 보였다.

그런데,,,, 비석에 새겨진 비문에 새겨진 묻힌 자의 출생 년도와
사망 년도를 환산해보면 죽은 자들의 나이들이 거의 10년에서
길게는 15~6년 안 밖이다
이곳은 어린 나이에 요절한 젊은이들만 매장하는 공동묘지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무덤들의 간격도 매우 좁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곳은 Pet Cemetery 이다.
애완동물 전용 공동묘지라는 말이다.
비록 미국에 살지만 솔직히 애완동물 공동묘지란 너무나 생소하였다.
처음엔 햐 ~ 참내,,,, 기가막히군!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개, 고양이, 새, 토끼류, 말, 심지어 사자에 이르기까지
70,000여 개가 넘는 그야말로 동물들의 무덤천국이다.

사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고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무척 좋아했던 나로서는 생소한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그야말로 호기심의 대상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간 것이다.  

평소에 동물들을 무척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일상 속에서
매일이라도 느낄 수가 있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 유별난 줄은
정말 꿈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곳을 소개하는 글 하나만 봐도 우리 정서로는 지나치다 라는 표현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This beautiful hillside location is the final resting place for nearly
70,000 pet ..........


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개념이 그저 주인을 즐겁게 해주며
재롱을 피우는 애완 정도가 아니라 당당히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긴다는 것을
이곳 비문들을 통해서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흥미로운 비문을 소개해 보면…

"I know someday we'll meet again, goodbye my love"
- 7마리 개의 2가족 묘 -

"In loved memory of our family members we will always love you"
- 1마리 개의 묘 -

"God's greatest creation He made no mistake when He created them"
- 2마리 고양이의 묘 -

"Dear be loved pets, the road is lonely until we meet again beyond the sunset"
- 2마리 토끼 묘 -

"Heavenly Father and Son into your hands I entrust my loved ones always
in your heart and memories"
- 1마리 개의 묘 -

"Perfect gift from God till we meet again"
- 1마리 고양이 묘 -


어떤 비석에는 "Jehovah, Allah, Jesus, Amem"이라는 고유명사가
동시에 써있는 희한한 비문도 눈에 띄었다.  
이 무덤 속 동물의 주인은 좌우당 간에 어떤 신이든지  
그의 영혼을 돌봐달라는 뜻인 듯 하였다.  

그리고 의외로 십자가가 조각된 비석이 왠걸 꽤 많았는데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 과연 개나 고양이의 영혼과도  
진짜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라는 생각에
요건 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애완동물의 사후문제에 대한 이곳 Minister의 상당히 황당한
Biblical 해석에 대해 2부에서 언급함)

어떤 사람들의 묘지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십자가를
정말 아무 연관 없는 동물 묘지에서 볼 수 있다니,,,,??

백 년이 넘었으니 많은 동물들의 주인들도 이미 죽었을 텐데
그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것처럼 석양 넘어 저편 언덕에서
과연 저들이 다시 만났을까? 헷갈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려 보았다.


아무튼 비문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중에
곱게 늙은 한 할머니가 무덤 옆에 앉아 비석에 한쪽 팔을 괘고
비석을 쓰다듬으면서 뭔가 중얼거리는데 아마도
무덤 속에 있는 친구와 대화 하는 듯 하였다.
나중에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그 할머니는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씩은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그 할머니 사람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자주 찾아 갈까?
생각해 보았다.


한편 매년 9월 2째 주 일요일에는 IAPC (국제 동물묘지 협회) 주관으로  
이곳에서 [National Pet Memorial Day]동물 현충일(?) 행사를 하는데
이때에는 Minister(목사?)의 인도로 동물들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띠용~)

이 밖에도 계절마다 혹은 원하는 날마다 꽃을 놓아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묘지마다 싱싱한 꽃들이 놓여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일면으로는 좀 지나치지 않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곳 사람들의 이러한 애완동물 공동묘지 문화는
인간 생활에서 땔래야 땔 수 없는 애완동물에 대한
친근함과 친밀감의 절정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마치 하나님과 사람 사이가 그러한 것처럼……??


성경 원어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하다 라고 할 때 동사 ‘예배하다(worship)’의
히브리어 어근은 “그 주인에게 속한 개”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이 말이 뜻하는 의미는 개가 그토록 정답게 인간을 따르는 것과 같이
인간이 하나님을 앙망하는 관계성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담이지만, 오늘날 사회 저변에서는 기독교와 기독교인을
‘개독’이라는 단어로 호칭하기도 하는데
이런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가 인간에 충성하는 것만큼 이나
인생이 하나님을 반가워하고 즐거워 한다면…..
개독이라 한들 어떠랴.^^


처음 이곳을 알게 해준 책의 저자는 어느 개의 비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어떤 비석에는
“그는 우리에게 올 수 없으나 우리는 그에게 갈 수 있다” 는
기괴한 내용의 비문이 적혀있기도 한데
그러나 그 모든 비문 중에 우리의 눈을 가장 끄는 한 비문이 있는데

“헌신된 종이요, 진실한 친구요, 따뜻한 여인이요,  
그의 주인에 대한 열렬한 추앙자인 부르스를 기억하며….”

이것이야 말로 인간에 대한 개의 속성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이것은 인간이 갈망하고 열망하기에 마땅한 주인 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성하고 정말 매우 유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개들은 늘 “인간의 최고의 친구”로 묘사되어 왔으며
그러한 묘사는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어떤 냉소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인간을 알면 알수록 나는 개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개가 그 주인을 보고 깡총깡총 뛰며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고
연신 혀로 주인의 얼굴을 핥는 만큼 신앙인이라고 하는 내가
나의 주인 되시는 분을 정녕 기뻐하고 늘 반가워하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 개보다도 못한 놈???  


2부에서 계속


출처: 아멘넷, 글/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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