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꿈을 위하여 한국에,

조경현

그는 서울의 명문 S대학 1년을 마친 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시카고의 명문 C대학에 편입학을 하였다. 갓 성인이었지만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미래의 꿈과 공부로 달래면서 열공하였고 졸업반이 되었을 때, 그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미국학교의 교사로 나가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미국 대기업에서의 특채 제의였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선 돈을 벌어야 할 심산으로 그 회사에 입사하였고, 그가 회사에서 부지런히 일한 결과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3개월 전에 그 회사를 퇴직하고 한국에 입국하였다. 사실 그는 나의 중학교 동창으로서 우연찮게 밴드를 통해 소식만 서로 주고받다가 어제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고, 함께 식사하면서 무려 다섯 시간동안 쉼 없이 대화거리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 신기하였다. 결국 그 음식점이 문을 닫아야 했기에 우리의 대화는 다음 만남(인천)으로 미루어야만 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나와 중학교 동창이외에 내가 현재 사역하고 있는 인천이 그의 어릴 적 고향이며, 그의 가정은 부모님이 함경도 분으로서 아버지는 장로, 어머니는 권사로 교회에서 퇴직하셨다는 신앙의 공통점도 있었고, 또 한 가지는 그의 꿈이 나의 꿈과 비슷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10년 전, 아내와 사별하는 아픔은 나와 다른 점이다.

이제 지난 과거는 모두 마음에 추억으로 남기고 새로운 꿈을 위하여 날개짓을 하기로 맘  먹었단다. 그의 꿈은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교회에서 양로원을 방문했었는데, 부유하게 살던 그에게는 그곳의 삶이 충격과 도전이었단다. 외롭게 살고 계시는 저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어린 가슴에 어른이 되어 돈을 벌면 양로원같은 시설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섬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경현아, 나는 내 재산이 ***인데, 이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구나.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런 맘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 같애, 지금도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진 미국생활 30년의 삶을 청산하고, 시민권까지도 포기하고 귀국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준비를 했는데, 사회복자사 자격증 취득, 이미용 기술 습득, 간호보조사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미국에서 S대학원에 다니는 아들만을 남겨 두고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그의 눈은 총기가 있어 보였고, 마음의 열정도 보였다.

오늘 아침, 그런 묵상을 했다. 하나님은 성령의 예민한 이들을 불러 당신의 일을 맡기신다는 것이다. 스데반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 받지 못한 이들이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했다고 하면서 회개할 것을 촉구하였다(행7;51). 오늘날 주님이 사용하시는 인물은 누구일까? 목사도 장로도 아니다. 어떤 감투를 쓴 이들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평범한지만 주의 음성을 듣고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는 자일 것이다.

어제 늦게 귀가하였지만, 새벽에 일어날 때 필자는 얼마나 흥분이 되었는지 모른다. 지난날의 모든 피곤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기대로 하늘을 날듯 가벼웠다. 나는 어제의 만남을 통해 모처럼 주의 은혜를 체험하였다. 주님은 때로 믿음의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 신선한 은혜를 주시는 분임을 새삼스럽게 느낀 하루였다. 오늘은 또한 한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을 때 약간 홍조된 마음이었으니 또 기대되는 하루를 살련다.

13 12 3(화) 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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