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5장) 라헬의 무덤

이응한 목사 2016. 11. 5. 00:46

(창세기 35장) 라헬의 무덤

 

  “카바르 라헬”, 라헬의 무덤은 예루살렘 남쪽 10 킬로미터쯤, 베들레헴 입구에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신작로 같은 길가에 허물어져가는 건물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높이 8, 9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벽에 둘러쳐진 총길이 700 킬로미터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의 경계의 검문소, 방탄유리 안에서 여권과 허가증을 요구하고 무장한 군인들과 감시카메라들이 지키며 빨간불, 파란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여러 단계의 회전문을 거쳐야 통과할 수 있는 검문소를 지나 건물 속에 들어가 버렸다고 합니다.

  세겜의 참극을 일으키고 벧엘로 올라간 그들, 야곱이 돌기둥을 세우고 전제물과 기름을 붓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다음 그들은 벧엘에서 떠나 아버지 이삭이 있는 기럇아르바, 마므레로 향합니다. 그런데 에브랏 베들레헴 길에서 라헬이 난산 끝에 아들을 낳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고통 끝에 아들을 낳고 그 혼이 떠나려 할 때 라헬은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 ‘내 슬픔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 이름을 고쳐 “베냐민”, ‘내 오른손의 아들’로 부릅니다.

  야곱이 그를 사랑하여 외삼촌 라반에게 봉사하던 7년을 수일같이 여긴 라헬, 그러나 첫날밤을 언니 레아에게 빼앗기고, 아들을 줄줄이 낳는 언니에게 남편의 사랑을 빼앗길까봐 아들 낳기를 그렇게 소원했던 라헬, 아들을 얻기 위하여 여종 빌하를 남편에게 주면서 아들 낳기 경쟁을 벌이고, 마침내 자신도 아들 하나, 요셉을 낳고 ‘하나님이 나의 부끄러움을 씻었다.’고 외쳤던 여인, 그러나 그 라헬은 남편을 따라 아버지의 집을 향하여 가는 긴 노정(路程)에서 목적지를 앞두고 베들레헴 길가에서 베냐민을 낳다가 죽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가련한 여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는 라헬을 기억하셨습니다.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라마에서 슬퍼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도다.(렘31:15)” 마태복음은 헤롯이 베들레헴 일대의 두 살 아래 사내아기들을 모조리 죽인 잔혹한 사건을 놓고 말합니다.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받기를 거절하였도다 함이 이루어졌느니라.(마2:18)”

  성경은 주님의 증거책입니다. 주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라헬의 안타깝고 슬픈 죽음은 영원한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주님께서 피로 물든 길을 넘어 십자가에로 오시는 이야기입니다. 라헬이 낳은 요셉은 형제들에게 팔려 노예로 끌려갑니다. 그러나 죽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애굽의 총리가 되어 형제들을 기근으로부터 구해냅니다. 그리고 라헬이 죽으면서 낳은 베냐민, 사사기를 보면 베냐민 지파는 다른 지파들과 전쟁을 벌여 몰살의 지경에까지 이르는 참혹한 일을 겪습니다. 그 슬픈 여인 라헬의 무덤이 있는 그 베들레헴에서 먼 훗날 마침내 마리아는 십자가에 죽임당할 아들, 예수님을 낳습니다.

  “슬픔의 아들 베노니”, 그것은 십자가에 죽임당할 주님의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내 오른손의 아들”, 그것은 마침내 죄와 슬픔을 딛고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우리를 구원하실 부활의 주님의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아들을 낳고 고통과 슬픔 가운데 숨을 거둔 라헬은 베들레헴의 구유에 아들을 낳을 마리아, 두 살 아래 모든 사내아이가 죽임당하던 그 어머니들의 통곡, 십자가 앞에서 바로 눈앞에 주님의 죽으심을 보며 고통과 슬픔을 당해야 했던 마리아의 모습, 그 슬프고 아픈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슬프고 사랑스러운 여인 라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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