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잠든 오전 6시 이뤄지고 독성 워낙 강해 수십명 숨져 시리아 정부 "화학무기 사용안해"  

한 시리아 남성이 북서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 이후 실신한 아이를 안고 황급하게 임시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정부군이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공습에 대해 “시리아 6년 내전 중 가장 비인도적인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AP뉴시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화학무기 의심 공습은 대부분 시민들이 잠든 시각인 오전 6시에 이뤄져 그만큼 피해도 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공습 이후 피해자들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렀고, 하얀 거품을 물고 쓰러진 사람들도 다수였다. 구조요원들이 해독 액체를 뿌리며 구조에 나섰지만 워낙 독성이 강해 어린이들을 비롯해 수십명이 그대로 숨졌다. BBC가 보도한 동영상에 따르면 심지어 구조활동에 나선 요원들조차 독성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시리아 정부는 2013년에도 다마스쿠스 외곽 쿠타 지역에서 사린 가스를 사용해 국제적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사린 가스를 다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도 화학 공격으로 보이는 공습이 몇 차례 이뤄지는 등 화학 공격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공습 이후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시리아 정부 또는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고위 대표도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번 끔찍한 화학 공격에 최우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엔의 시리아 조사위원회(COI)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반군과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를 지속해서 사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리아 정부는 전황이 불리해지거나, 평화 협상 등에서 반군을 몰아세우기 위해 화학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반군이 장악한 지역의 민간인과 반군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화학무기에 손을 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격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에 평화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져 협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번 공격이 화학 공격으로 공식 확인된다면 알아사드 정권 퇴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시 알아사드 퇴출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도 국제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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