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죄의 수수께끼 / 안토니 A. 후크마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첫 조상의 유혹과 타락에 나타난 이러한 단계들을 분별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창세기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세계로 침입한 죄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죄의 기원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체이지 죄의 기원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사람과 천사의 삶에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죄는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악의 기원에 관한 문제는 바빙크가 말했듯이 삶의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 중의 하나이다.

 

물론 첫 조상이 창조될 그때에 죄를 범할 가능성이 그들 안에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어거스틴은 이것을 부정적인 묘사를 통하여 서술하였다: 인간이 처음 피조되었을 상태를 풋세 논 페카레(posse non pecare, able not to sin) 즉,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존재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진술자체가 죄를 범할 가능성이 아담과 하와 안에 처음부터 잠재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 가능성이 실제적으로 터져버렸는지 우리는 결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와의 마음 속에 의심이 처음 솟아올랐는지 우리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어떻게 죄없는 상태 즉 순결의 상태로 피조된 인간이 죄를 짓게 되었는지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나 그가 인간에게 주신 재능 안에서 우리는 죄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그 재능들로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하나님께 순종을 지킬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이 그들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의 힘을 의지하지 않고는 그들의 도덕적 순결성을 지킬 수 없었음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담과 하와가 그것을 지킬 수도 있었으며 지켜야 했다는 점이다. 왜 그들이 그리하지 않았는지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우리의 첫 조상들이 죄로 인해 타락하게 된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어찌 하나님께서 그의 뜻에 상반되는 것을 그들로 하여금 하도록 하실 수 있겠는가? 이 사상은 그 자체가 성경이 우리에게 하나님께 대하여 가르치는 모든 것을 부인하도록 한다. 야고보서가 말해주듯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함과 같다. 아담과 하와는 그들 자신의 욕심에 미혹되었으나 어떻게 혹은 왜 그랬는지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죄의 행위는 죄의 의지를 그 동기로 삼는다고 할 수 있겠으나 무엇이 죄의 의지의 근원이었나? 어떻게 무죄한 의지가 죄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할 수 있었겠는가? 어거스틴은 이점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도 악한 의지의 충족한 동인을 찾으려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동인은 그 자체가 충족한 것이 아니라 결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함들의 원인들-다시 말하거나와 충족한 것이 아니라 결함되어 있는 원인들-을 찾는 것은 마치 어두움을 보려는 것이나 침묵을 들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더 나아가서 혹자는 죄의 무감각성과 "무동기성"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죄를 합리적 체계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단연코 배격되어져야 한다. 몰상식으로부터 상식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죄는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이런 정도에 내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첫 조상이 죄를 범한 것이 하나님의 섭리적인 허용바깥에서 일어나지 않았음은 여전한 진리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타락의 원인이 아니셨다. 그러나 허락은 하셨다. 이것이 하나님이 어떻게 그의 뜻에 어긋나는 일들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실 수 있겠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오래전 어거스틴은 그것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주님의 하신 일들은 그의 의지의 모든 행위에 있어서 크고, 잘 숙고된 일이다'라는 진술의 의미는 이것이다. 즉 기이하고도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뜻에 어긋나게 행해진 일이라 할지라도 그의 뜻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죄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지 결코 하나님의 뜻밖에 있거나 너머에(praeter) 있지 않다. 하나님은 그의 전능하심으로 심지어 악으로부터도 선을 가져오실 수 있기에 인간타락을 허락하셨다. 그러나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뜻 밖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죄를 면제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죄는 언제나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안토니 A. 후크마의 '개혁주의 인간론'에서 발췌(222-225p) 

 

출처: 생명나무 쉼터/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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