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세진 환난의 광풍

자료실 2017. 7. 26. 11:16

잠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박정희를 말하다]라는 책을 읽은 후유증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지금의 국가적 혼란이 사실은 김일성의 목표였으며, 그의 계획이 우리나라에서 착착 진행되어 왔다는 것, 그리고 그 오랜 과정이 마침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지금의 우리 사회가 박 대통령을 유신 독재의 프레임에 가둔 계기는, 1974년 8월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이 있기 4개월 전, 대남공작 요원들에게 내린 김일성의 비밀교시의 실행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가 10월 유신을 들고 나온 것은 곧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유신체제가 굳어지면 남조선 혁명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유신체제가 더 굳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유신헌법을 백지화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유신헌법 반대투쟁이 더 격렬하게 일어나도록 적극 불을 붙이고, 정 안 되면 박정희를 아예 없애버리는 공작도 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언제부턴가 익숙하게 들려오는 '낮은 단계 연방제'라는 어휘 또한 언제부터 주장된 것인지 몰랐는데 김대중이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이던 1991년에 3단계 통일론을 발표했고, 그 중 제2단계인 '1연방과 2지역 자치정부 체제'를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북한과 남한 내의 혼란의 연관성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1990년에 개최된 국제 심포지움에서 김일성이 제시한 '한반도 통일 5개 원칙'을 설명한 서대숙 당시 하와이 대학 교수의 발표 내용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 원칙은 미군 철수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평화의 원칙은 한국군의 현대화를 중단시켜 북한 인민군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며, 자유왕래라 함은 남쪽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자유로이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남한 내의 반체제 인사들이 북쪽을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게 하여 남한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남한의 정권을 타도하는 데 있다. 이것을 위해 북한은 남한 정부보다는 남한 내의 사회단체와 대화를 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지금의 혼란은 건국 이전과 이후의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나 전쟁 직후 폐허와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위협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려 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거대하고 드세진 혼란의 광풍은 1.4후퇴 때처럼 대한민국을 백척간두로 몰아붙인 형국이다.


영국 방송인 제스퍼 베거는 그의 저서에서 "김정일이 최악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남한의 대통령인 김대중은 김정일이 정권을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언급했는데, 지금 사태를 보건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김일성의 목표가 80퍼센트 이상 완성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90퍼센트, 그리고 마지막 남은 단추 몇 개를 이니가 채우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라는 노래를 즐겨불렀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무엇을 찾으려 꿈의 거리를 헤매어 왔노라"라는 대목에 이를 때마다 그는 왜 목이 메었을까. 끝없는 꿈의 거리는 조국의 근대화요, 그 무엇은 조국통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 노래는 전혀 모르더라도 내 노래 취향이 이토록 올드하진 않지만, 책에 이 노래가 소개된 탓에 엉뚱하게도 이 노래 말고, 가사도 잘 모르는 그 시절 즈음의 가요 일부가 어제부터 자꾸 혀 끝에 맴돈다.


온갖 적페 메딜리스트들이 장관이 되고, 개그우먼과 여자 소설가가 에너지위원이 되고, 성스캔들 관련자가 행정관이 된 것도 모자라서, 아무 연관도 없는 전 대법관이 원자력 에너지의 암울한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앉았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사를 검색해 보니 이렇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중략) 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마지막은 개사를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억울하면 촛불을 들어라. 종북을 하라, 좌파가 되라!


"만일 북한이 쳐내려온다면 나는 서울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선두에 나서서 싸우다 죽을 겁니다. 내가 죽는 편이 국민의 전의를 더욱 강화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일본의 시사 평론가를 만난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한 말이다.


마침내 국정원의 대공수사기능을 없애고 수해 현장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니는 어떻게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할까... 날 샜다. 잠이 좀 오려나. 그가 즐겨 불렀다는, 그러나 진짜 이 나라가 황성옛터가 되면 안 되는데 하고 바라면서, 아마도 그래서 박 대통령도 부르며 목이 자주 매였을, 그 노래나 한 곡 듣고, 이제라도 잠을 청해 볼까 한다.



글쓴이: 소설가 Kyun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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