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십자가 신학만이 십자군 및 교회에 대한 승리주의적 이해와 연결된 사악한 관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는 이신칭의는 서구의 소유적 개인주의와 정치적 정적주의 안에 집약된 형태로 은닉하고 있는 상태에서 뚫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삶의 토대로 삼고 있는 모든 우상숭배적 추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야 한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공공신학자인 존 디 그루치 박사(Dr. John W. de Gruchy)는 지난 10월 20일 밤 8시 30분, 경기도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가진 종교개혁500주년기념공동학술대회에서 ‘세상의 생명을 위한 말씀과 성령의 변혁운동으로서의 종교개혁’이라는 주제로 강연에서 한 말이다. 통역은 김선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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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디 그루치 박사(Dr. John W. de Gruchy)가 번영신학과 번영복음을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단신학이라고 질타했다. ⓒ<교회와신앙> |
그루치 박사는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로교 안에 너무 많은 분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교파별로 너무나 찢겨져 있어서 놀랐다.”며, “한국의 대형교회들과 선교활동에 대해 들어왔다. 남아공에도 대형교회가 있다. 하지만 주류 교파가 아니라 오순절파와 독립교회들 중에 대형교회가 있다. 주류교회에는 대형교회가 없다. 번영신학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는 “전혀 그리스도적(기독교적)이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제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를 ‘번영하라’고 부르신 게 아니라 ‘십자가를 지라’고 부르셨기 때문”이라며, “그리스도인이 번영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는 것은 주님이 우리를 부르신 의도가 전혀 아니”라고 전했다.
심지어 “남아공에서는 오순절파나 독립교회를 제외하고는 목사나 신학자들은 번영신학을 믿지 않는다. 번영신학이나 번영복음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단신학이라”고까지 말해 회중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특히 “복음은 세상을 섬기라고 말씀하셨는데 번영신학은 우리 자신의 상태를 더 좋게 하거나 더 높은 지위를 얻게 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에 필요가 무엇인지, 그 필요를 채워주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그런데 번영신학과 번영복음은 돈을 내게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르틴 루터 당시 성직자들은 성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했다. 면죄부는 ‘돈을 내고 복을 받는다’는 개념의 번영신학과 일맥상통한다. 루터는 하이델베르그 논쟁에서 제시한 95개조의 논제를 통해 면죄부를 공격하면서 ‘영광의 신학’ 대신 ‘십자가 신학’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한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의 교회 개혁운동이 교회 안의 잘못된 신학과 제도를 개선한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변혁운동으로 나아갔다.”며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루치 박사는 “루터는 맘몬(Mammon)을 ‘지상에서 가장 흔한 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종교개혁시대 이후 전 세계에 퍼진 자본주의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그리고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럽의 착취와 식민지화의 집단 ? 종족학살에 나타났다.”며 “오늘날 경제 성장, 통화 팽창, 사유화의 힘은 지구를 위협하며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제도에 어설프게 손을 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만이 도움이 될 것이다. 교회로서 우리는 대안을 찾는 것을 도와야 한다.”며 “특히 ‘번영복음 ? 번영신학’이 너무나 많은 신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루치 박사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후계자들인 우리는 지난 500년 동안 파벌주의와 교판간의 신앙고백 논쟁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개혁가들이 확신을 갖고 결사적으로 저항했던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권주의, 성직 계급주의, 권위주의, 가부장주의, 그리고 호사스런 풍조를 개신교식을 탈바꿈하여 다시 만들어 냄으로써 위태롭게 되었다는 비통한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공공신학자이자 목회자였던 디크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1932년 종교개혁 주일, 독일국가의회 총선이 치러지던 날, 요한계시록 2장에 관한 설교를 하면서 회중들에게 ‘너는 너의 첫 사랑을 버리고 말았다’며 루터의 교회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기억하고 회개할 것을 촉구했다.”며,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회퍼는 종교개혁의 중심에 ‘말씀’ 뿐만 아니라 ‘성령’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말씀은 결코 하나님의 성령과 분리될 수 없고, 성령은 말씀과 분리될 수 없다. 개혁가들에게 말씀과 성령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 안에 연합되어 있었다.”면서, “프로테스탄트 개혁은 변혁적 신앙고백이라는 이해의 특성을 규정하는 요소들인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 간의 관계성 회복”임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16세기 개혁가들은 성경을 읽을 때나, 성경 본문을 가지고 설교를 할 때나, 그리스도를 고백할 때나 성령이 그리스도에 대한 주된 증인이기에, 성경은 성령의 변혁하는 사역 없이는 죽은 문자로 남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성경은 독자를 과거로 연결시켜 준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성령만이 확신시키고, 개종시키고, 변화시키면서 그 과거를 현재로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루치 박사는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변혁적 힘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에큐메니칼 전체와 힘을 합쳐야 한다. 루터와 동행하되 그를 넘어서고, 칼뱅과 동행하되 그를 넘어서고, 츠빙글리와 동행하되 그를 넘어서고, 재세례파와 웨슬리와 동행하되 그들을 넘어서야 한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넘겨준 신앙고백들을 되새겨 보되, 오로지 오늘날 그리스도를 충실히 고백하고자 성령을 통해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하자.”고 갈무리했다.
한편 존 디 그루치 박사(Dr. John W. de Gruchy)는 Chicago Theological Seminary(Th.M, D.Lit., D.D)와 Rhodes University(D.Lit), University of Cape Town(D.S.S)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작물로는 The Church Struggle in South Africa(1979), Liberating Reformed Theology: A South African Contribution to an Ecumenical Debate(1991), Christianity, Art, and Transformation: A Study in Theological Aesthetics, Bonhoeffer(2001), John Calvin: Christian Humanist and Evangelical Reformer(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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