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콩글리쉬로 말하다. 마지막 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2024. 1. 29. 03:23<천사가 콩글리쉬로 말하다. 마지막 회>
금요일 밤 기도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한 밤중에 눈이 떠져서 화장실에 갔다와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침대 아래 무릎을 꿇고 다시 "주님, 어찌하면 좋습니까? 여행을 가도 될까요? 주님...." 기도를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따르릉, 따르릉." 하고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이 밤중에 누구지? 하면서 수화기를 얼른 들어 보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수잔 챙 집사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여보세요." " 네, 저 수잔 챙이에요. 여기 "피너랄 써비스(Funeral Service, 장례식장을 우리 콩글리쉬들은 이 단어 역시 종종 영어로 말함) 인데요. 안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아, 그래요? 네 집사님." 내가 대답하자 곧 전화가 탁! 끊어졌습니다.
아니, 지금 몇 시지? 시계를 보니까 새벽 2시 30분이었습니다. "이 늦은 시각에 수잔 집사님이 전화를? 그런데 남편이 위독하다는 것도 아니고 이 밤중에 장례식장이라니?
도데체 이게 무슨 소리지?
"엥? 그렇다면?
그제야 정신이 화들짝 들었습니다.
"와! 천사다! 천사가 수잔 챙의 음성으로 기도 응답을 정확히 알려주었네..."
너무 놀라서 잠자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남편도 놀란 눈치로 "그래, 그런 것같소. 화요일날 비행기 캔슬합시다. 돈은 생각하지 말고."
몇 며칠 그 문제를 놓고 기도하니까 천사가 수잔 챙 집사님의 음성으로 정확히 알려준 것입니다. 천사는 "여행가지 마라 그가 죽을 것이다 장례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장황게 말하지 않고 이곳 한인들이 자주 쓰는 용어 "여기 funeral service다. 안 가는 게 좋을 거다."
정확하고 간단하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함축된 말.. ."수잔 챙, Funeral service, 안 가는 게 좋을 거다." 그 짧은 문장 안에 모두 함축되어 있는 것이 너무 정확해서 놀라웠습니다. 하여 마음 편안하게 먹고 잘 쉬고 월요일 지난 다음 화요일에 여행사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형편상 비행기 예약된 날짜에 여행을 못가겠는데
언제 갈 수 있을 지 우리도 모르니까 무한정 오픈으로 연기해 주십사 했습니다. 에이전트가 막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제 예약일이 며칠 남지 않았은데 그럴 수 없다 하고 딱 잘랐습니다.
하기에 "아, 네. 그럼 비행기 캔슬해 주세요. 돈은 뜻대로 처리하시고요." 저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로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사장님께 보고하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하더니 얼마 있지 않아서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뭐라고 왔을까요? "원래는 안 되는 것인데 어제가 공휴일이어서 사모님이 전화하실 수 없었음을 감안해서 오픈 티켓으로 연기해드리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할렐루야!
결과는? 천사가 시키는 대로 휴가를 안 가고 있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곧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낮시간에 진짜 수잔 챙 집사님이 호스피스에 있는 남편에게 심방을 같이 가서 기도해 줄 수 있겠느냐? 하는 전화였습니다. 그래서 셋이 달려갔더니 Mr. Chang이 핼쓱하지만 편안한 얼굴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함께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갑자기 Mr. Chang이 큰 소리로
" Sue, I gotta go." 수잔의 애칭이 Sue 였고 직역하면 "수, 나는 가야만 해." 하시는 겁니다. 와우~그렇게 그분은 천국에 입성하셨고...
우리는 천사의 콩글리쉬 덕분에 장례식 잘 끝내었습니다. 물론, 포기했던 비행기 값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았지요. 10월의 어느날 사랑하는 여동생네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었고 휴가 날짜가 약간 늦어진 덕분에 9월이면 보지 못했을 단풍이 한창 산천을 곱게 물들이기 시작하는 진짜 가을의 향기를 즐기면서 생애 최고 멋진 휴가를 잘 다녀 왔답니다. 할렐루야. Praise the Lord!
긴 이야기 끝까지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디아/최송연.
참조. I gotta go 는 proper 영어가 아니고 가족끼리 편하게 사용하는
I have to go의 표현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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