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세 자녀 기도로 살린다며 ‘방치’

독감에 걸려 사망한 자녀 셋을 ‘기도로 살려내겠다’며 방 안에 방치해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부는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도 “7일간 단식 기도를 하면 아이들을 살려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한 교회의 사택에 숨진 자녀 3명을 방치한 혐의(유기치사)로 박모(43)씨 부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박씨 부부의 진술에 따르면 세 아이는 지난달부터 독감 증상을 보여왔다. 둘째 아이(남·8)를 병원에 데려가고, 큰 딸(10)과 막내 아들(5)에겐 약국에서 사온 종합감기약을 먹였지만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사망하기 며칠 전에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피를 토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큰딸이 1일 오후 숨지자 방문을 걸어잠근 채 시신 곁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다음 날인 2일 오전, 오후엔 둘째 아들과 막내 아들마저 잇달아 숨졌지만, 박씨 부부는 “7일 동안 단식 기도를 하면 아이들이 살아날 것”이라며 번갈아가며 방에서 기도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9년 전남 보성읍에 1층짜리 단독 주택을 얻어 교회를 운영해왔다. 신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씨가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하고 교회를 차려 주민들은 그런 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씨는 자신이 ‘기독교 형제파’에 속해있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교회를 다닌 15~16명의 신도들은 대부분 고령의 마을 주민들로, 평소 박씨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들은 친척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지 열흘만에 발견됐다. 친척은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가 며칠째 유치원에 나오지 않자 교회 사택을 찾아갔다가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방문을 잠근 채 아이들 시신 곁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도 여전히 “영적인 기도를 통해 아이들을 살려낼 수 있다. 단식 기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아직 아이들이 살아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성경찰서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12일 세 아이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출처: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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