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각지 근처에 있는 허름한 분식집 <옛집국수>는 국수 한 그릇에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있어 정겨운 곳이다. 손님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가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말없이 국수를 더 부어주는 인심이 푸근하다. 이 할머니네 국수집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다음날, 방송사로 담당 PD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감사합니다"를 연방 외쳐대는 나이 지긋한 사내의 목소리에 당황한 PD는, 곧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사연은 다음과 같다. 15년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아내와도 헤어진 사내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급기야 가족도 외면하는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용산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하루는 너무나 배가 고파 음식점을 돌며 밥 한 끼를 구걸했단다. 그러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행색의 사내를 흔쾌히 받아주는 식당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기가 생긴 사내는 '모든 식당이 이렇게 나를 박대한다면, 야밤에 식당 골목을 다시 찾아와 불을 싸질러 버리고, 나도 죽어버리겠다'는 무서운 결심을 했다. 한데 지친 발걸음으로 <옛집국수>에 들어선 순간, 그의 결심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할머니는 사내의 험한 몰골을 보고도 반갑게 국수를 말아줄 뿐 아니라, 그가 국수를 허겁지겁 다 먹을 무렵 그릇을 빼앗아 가더니 한 국자 더 퍼주는 게 아닌가? 무안해진 사내는 말없이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틈을 타서 사내가 가게를 뛰쳐나가는 순간, 그의 뒤통수를 때리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다쳐!" 돈을 내놓고 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아닌, 얼굴도 모르는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 사내는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용기를 내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나 자수성가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방송을 보고 감격에 겨워 전화를 한 것이었다. 15년 전 그날, 막다른 골목에 놓였던 한 사내를 일으킨 것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 당신이 축복입니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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