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교주님은 있고 세월호의 아픔은 없나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에 있는 구원파의 총본산 금수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전국 각지의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금수원으로 통하는 길목을 차량으로 막고, 그 주변에는 신도들이 몇 겹으로 에워싸며 인의장막을 쳤습니다. 금수원 입구에는 300여명의 신도들이 굳게 닫힌 철문 뒤로 모여 검·경의 진입 등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신도들은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신도들의 차량은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고 있습니다.

 

 

 

 

 

유병언 검찰 출석 불응...금수원 있을 가능성 높아

 

현재 금수원에는 주말을 맞아 구원파 신도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오늘 저녁 8시로 예정된 정기예배 시간까지 최대 30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다 교주인 유병언을 결사옹위하겠다는 행동으로 보여집니다. 안성의 한 산자락에 위치한 금수원은 축구장 30여개를 합친 규모의 땅에 교회와 주택, 의료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오랫동안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곳의 대표는 구원파 핵심인물로 알려진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입니다.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은 어제(16일) 오전 10시 검찰 출석통보를 받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검찰은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유씨는 이를 보기좋게 비웃었습니다. 이에 열받은 검찰은 유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0일 오후 3시가 영장실질심사일인데, 이날에도 나올 확률은 낮습니다. 검찰은 유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수원에 찾아가 강제로 영장을 집행할 생각이지만 지금의 금수원 상황을 보면 검찰 뜻대로 순조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검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죽을 맛입니다. 유씨를 종용해서 자진 출석을 유도하자니 말을 들을 것 같지 않고, 금수원에 가서 영장을 집행하자니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법집행을 미루고 가만히 있자니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노조파업이나 촛불시위 등을 강제진압 전력이 화려한 만큼 이번에도 어떤 진압작전을 펼칠 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설마 구원파와 신도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사실 검찰의 체면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졌습니다. 검찰은 유병언 이전에 그의 자녀들에게도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들은 소환에 불응한 채 연락을 끊고 도주하거나 잠적한 상태입니다. 검찰은 이들의 위치를 제대로 추적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재 파악에 허둥대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장남인 유대균에게 즉시 체포가 가능한 ‘A급 지명수배'를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검찰은 유씨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지시를 받아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온 횡령·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중입니다. 

 

 

 

 

금수원에 신도들 속속 집결...물리적 충돌 배제할 수 없다

 

지금 금수원이 ‘폭풍전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대대적인 병력을 동원해서 금수원을 돌파하려고 시도할 것이고, 구원파 신도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양측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구원파 신도들은 정부의 공권력 집행을 ‘종교 탄압’으로 몰고 있습니다. 금수원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종교탄압을 중단하라” “공권력의 교회진입을 반대한다”는 문구들이 많습니다.

 

@출처=MBC 뉴스화면

 

지난 15일 구원파 조계웅 대변인(금수원 직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맹비난 했는데,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은 청해진에 있지만 사망 책임은 해경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구조활동은 느릿느릿하면서 종교탄압은 속전속결”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입니다. 조씨는 또 “만약에 유혈사태가 초래된다면 유례없는 종교탄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총장은 물러나야 할 것”이라면서, 신도들을 향해서는 “교회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며, “죽음을 각오하고 종교탄압에 맞서 싸우자”고 했습니다.

 

 

'국가'와 '법' 보다 '교주님'이 먼저다?

 

이런 것을 보면 한 가지는 명확해 집니다. 구원파에게는 대한민국의 ‘법’과 ‘체제’ 보다 교주인 유병언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해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죽거나 실종된 아픔보다 교주가 검찰에 불려간다는 것에 더 아파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원파의 교리는 ‘죄를 깨달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고 영혼을 구원받으면 이후 죄를 지어도 죄가 아니다’는 것인데, 과연 저들의 행동은 구원을 받을런지 궁금합니다.

 

 

 

금수원에 걸린 ‘김기춘 실장’ 플래카드 내막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금수원 정문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실명을 언급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구원파 신도들은 왜 대통령도, 검찰총장도 아닌 ‘김기춘 실장’을 언급했을까요? 이를 제대로 알려면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오대양 사건이 터졌을 다이 김 실장은 법무부장관을 맡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김 실장은 검찰총장 출신입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공예품 제조회사 오대양(주)의 공장 식당 천장에서 대표 박순자씨와 그의 가족, 종업원 등 3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대부분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겨있는 상태로 죽어있었습니다.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와 자녀들을 집단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렸습니다. 물론 원금을 갚지 않았고,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 폭행하고 잠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후 집단 살인극으로 최후를 맞은 것입니다.

 

당시 검찰은 구원파가 해당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8월, 구원파 신도들에게 거액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는데, 오대양 사건과는 별건입니다. 그러니까 구원파 신도들이 '김 실장'을 거론한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당시 오대양 사건처럼 이번 세월호 사건도 구원파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이는 것입니다.

 

구원파 평신도 복음선교회도도 “사건의 결말이 오대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기사건으로 종결이 됐다는 것도, 증인들의 말에만 의존해서 판결이 이뤄졌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것이다. 1991년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게 해달라"고 한 대목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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