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악과를 따먹고 원수가 되어버린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시고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으로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의 풍요와 즐거움과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고 가시덤불과 고통 속에 살다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비참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그들이 애처로워 내어쫓지 못 하시고 에덴동산에 그냥 두셨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일 그들이 영생나무 실과를 먹고 영원히 살게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영원히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다시는 구원할 방법도, 회복할 방법도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들을 내어 쫓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하나님의 진심, 하나님의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 했을 것입니다.

창세기 4장에 들어가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아담이 그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잉태하여 가인을 낳고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고 말씀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빼앗겨 비참한 처지로 내몰린 인생의 바닥에서 감사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때 존귀하던 자가 급전직하하여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헤치며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대개의 경우 분노하고 원망하기 마련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에서 쫓겨났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버림 받은 것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와는 그 가운데서도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아들을 낳았다.’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전히 사랑하시며 먼 훗날 구원하실 것을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히브리어 원어를 보면 ‘동침하매’가 아니라 ‘야다’, ‘알매’입니다. 하나님을 알고 체험할 때도 사용하는 이 단어를 아담과 하와의 동침에 사용한 것도 기이한 일입니다.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는 ‘여호와로 남자를 얻었다.’ NIV 영어성경은 'With the help of the Lord I have brought forth a man.' 곧 ‘여호와의 도우심으로 내가 한 남자를 얻었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내가 내 남편과 동침하여, 내가 열 달 동안 임신하여, 내가 고통을 겪으며, 내가 아들을 낳았다.’ 곧 ‘내가 내 힘으로 수고하여’가 아니라, ‘여호와께서 도우사 남자(아들)를 얻게 하셨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의 아들은 인간의 수고를 통하여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끈을 붙잡고 기다리는 그 믿음을 통하여 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도우사 아들을 주셨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여자의 후손’을 기대하며 아들이 태어난 것을 얼마나 기뻐하며 얼마나 기대하였을까요? 그러나 그 아들은 하와가 바라고 기대하고 믿었던 구세주의 계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죄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하고 인간의 죄를 더욱 크게 하고 동생을 죽임으로써 믿음의 줄까지 끊어버리는 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을 배반하고 하나님과 같이 되려고 한 죄는, 선악과를 따먹은 그 불순종과 타락의 범죄는 아담과 하와의 기대와 같이 잠시잠깐의 고난, 그들 당대의 고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서 아들이 태어남으로써 곧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죄는 온 세상을 검게 물들이고, 온 세상을 사단마귀의 손아귀에 집어넣고 온 세상을 수천 년 동안 죽음과 절망의 고통에 밀어 넣은,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찢김 당하셔야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끔찍한 죄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죄, 우리의 죄악이 얼마나 크고 끔찍한지를 잘 알지 못 합니다. 우리의 죄가 하나님의 아들을 죽인 죄였다는 것을, 우리의 죄를 속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죽임 당하지 않으시면 안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세상을 덮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헤치는 우리의 수고와 고생을 원망하면서 정작 온 세상을 뒤덮은 공허와 혼돈, 흑암의 깊은 곳, 더러운 죄가 이룬 가시덤불과 사망의 깊은 바다를 헤치고 하나님의 아들이 찾아오셔서 참혹한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셔야 하는 아픔을, 아들을 그렇게 내어주실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가슴이 찢어지는 그 고통을 헤아리지 못 합니다. 우리의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리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용서와 그 아들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입으로는 ‘하늘의 두루마리, 바다의 먹물’을 노래하면서도 미쳐 깨닫지 못 하고 느끼지 못 합니다. 이와 같이 또한 우리는 우리가 받은 구원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후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축복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도 잘 알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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