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무릅쓴 동행 - 히말라야

마음을 열어주는 풍경 2015. 12. 26. 21:01



1953년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사가르마타, 초모룽마)를 오른 뒤,

에베레스트를 향한 전 세계 산악인들의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에베레스트는

초모룽마(Chomolungma)라고도 일컫는데

한국에서는 초모랑마(대지의 여신)라고 발음한다.


에베레스트는

1950년 기준으로 8,848m이며

2008년 기준으로 8,850m인데 해마다 5cm씩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등반가들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이유가

돈을 위한 것이든, 명예를 위한 것이든,


혹은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르든,

아니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건

또는 그 외의 다른 무슨 이유가 있든 간에

목숨을 건 히말라야 등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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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경이 정상을 밟은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던

최고의 등반가 가운데 약 4분이 1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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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산악인들을 히말라야로 이끄는가?

이유는 단 하나, 그곳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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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들에게

에베레스트는 산 그 이상이다.


에베레스트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올라야 할 최고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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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는

몇 달 전(2015년 9월)에 개봉되었던

제이슨 클락 주연의 에베레스트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우선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에베레스트의 데쓰 존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극한의 한계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산악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 등에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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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영화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영화 에베레스트가

1924년 이후 히말라야 등반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사고 중 하나였던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영화 히말라야는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이들의 모습에 포커스가 맞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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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부는 엄홍길과 살아있는 박무택의 이야기,

그리고 후반부는 엄홍길과 죽은 박무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전반부가

엄홍길과 박무택 대원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칸첸중가에 오르면서

어떻게 우정(혹은 형제애)이 싹텄는지를 보여준다면


영화 후반부는

그 사랑하는 동생 같았던 박무택 원정대장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후 하산 도중 설맹으로 목숨을 잃고


그가

히말라야에 묻힌 것을 안타까워하며 

휴먼원정대를 결성하여 어떻게 그를 데려오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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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원정대가

진정한 휴먼 원정대였는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에베레스트의 죽음의 지대(Death Zone)가

어떠한 곳인지 잘 아는 사람들은 휴먼 원정대가

죽은 사람을 이용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Death Zone 에서

얼음으로 꽁꽁 언 시신을 데리고 내려 온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억원의 돈을 들여

시신을 겨우 100m 내린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이 들리지 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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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들 가운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5년 MBC에서 방송된 아! 에베레스트를 본 사람들일 것이다).

휴먼원정대가 진정한 동료애를 보여준 감동깊은 원정대였다고 말한다.


휴먼 원정대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영화 자체는 진정한 휴머니즘이 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영화 히말라야는

영화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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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베레스트가

사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영화 히말라야는 극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영화 에베레스트는

보고 난 후에 비극적인 아픔이 가슴에 남지만

영하 히말라야는 비극 후에도 아련한 감동을 남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휴먼원정대 자체가 따뜻한 인간애와

끈끈한 동료애를 추구하는 휴머니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침착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의 진행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영하 히말라야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경상도(대구) 사투리가 주는 익살스러움과 더불어

인간적이면서도 휴머니즘적인 요소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바로 이점 때문에

영화 히말라야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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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지 않거나

혹은 K2나, 버티칼 리미트,

노스 페이스같은 산악 영화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영화 히말라야의 등반 장면이

너무 아슬아슬하게 보일 것이고

그래서 손에 땀을 쥐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영화로 몰입시키는 대단한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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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베레스트 못지 않은

수려하고 스펙터클한 영상은 영화 히말라야의 백미중 하나이다.


한국 영화의 촬영기법이 

헐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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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는

극한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산 사나이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성경에서도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지 않았던가?(요한복음 15장 13절)


악천후로 모두가 나서기를 꺼려할 때

설맹으로 하산이 불가능해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백준호 대원(영화에서는 박정복)은 죽음을 무릅쓰고 등반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친구가 외롭지 않도록

곁에 머무르며, 마침내 자신도 죽음의 길에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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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왔던 산악 영화의 명작,


예컨대 K2나 버티칼 리미트, 노스 페이스

그리고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더 스펙터클하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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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완성도로 따지자면

이 영화는 수작에 들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당신이 영화 히말라야를 본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 생애에서 보지 못했던

가장 감동적인 한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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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 주안(powe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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