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사제의 잇따른 아동 성추행 파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천주교의 모든 것 2016. 6. 19. 03:42[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최근 가톨릭 교회가 사제의 잇따른 아동 성추행 파문으로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리옹의 한 교회 사제 베르나르 프레이나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5년간 교회 합창단 아동 단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폭로됐다. 더불어 지난 4월 1일에는 리옹의 다른 사제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이 수사를 개시했다.
프랑스 가톨릭 교회 주교회의는 "옛날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12일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담화 발표 수준에 그치는 약속이 아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프랑스 전국 모든 교구에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 신고를 접수하는 조직이다. 더불어 성직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끄는 독립위원회도 설치해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어떠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할지는 미지수다. 프레이나 신부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들은 교구 대주교인 추기경 등을 성범죄 은폐 혐의로 고발했다. 교회 고위 관계자들이 프레이나 사제가 저지른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찰은 추기경이 집무하는 리옹 대교구 본부를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바르발랭 추기령. 교구 신부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들이 2002년부터 리옹 교구 대주교로 있던 추기경 등 교회 고위 관계자들이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며, 추기경을 검찰에 고발했다. 프랑스 총리는 인터뷰에서 추기경의 사임을 종용하기도 했다. |
바르바랭 추기경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은폐 혐의를 부인했다.
"프레이나 신부의 행동을 안 것은 2007∼2008년의 일이다. 나는 일부 사제가 저지른 악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제들이 어린이들을 성추행한 일을 사과한다. 그러나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시기, 나는 교구에서 책임질 위치가 아니었다."
교황청은 추기경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교황청은 "추기경이 책임지고 이 문제에 대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교황청의 반응에 반발했다. 피해자들은 바르바랭 추기경이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면담을 신청했다.
한편, 리옹 교구는 "지난 2014년 성추행 피해자에게 첫 진술을 들었다. 지난해 5월 프레이나 신부가 성직에서 떠나도록 한 교황청 권고에 따랐다"고 밝혔다.
미국 가톨릭 교회, 돈으로 해결한 증거 드러나
가톨릭 교회 사제의 성범죄 고발은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성 추문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은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 사제 안토니 크리스시텔리, 로버트 디아베르사, 길레스 시넬리 등을 아동복지법 위반 및 범죄 은닉 혐의로 기소했다.
세 명의 수도사는 같은 수도회에 있는 스테판 베이커 사제가 저지른 성폭력을 감쌌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스테판 사제는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아동 80여 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다. 기소된 수도사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베이커 사제의 성범죄는 한 곳에서 저질러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 오하이오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베이커 사제는 체육 지도를 명목으로 학생들을 불러내 성폭행했다. 당시 책임자였던 시넬리 수도사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다른 고등학교로 전출시켰다.
베이커 사제는 전출된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성폭행했다. 담당자였던 디아베르사 수도사는 같은 중대 범죄가 일어났는데도, 그를 청소년 연수 프로그램으로 보내는 등 학생들이 성폭행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게 했다. 베이커 수도사는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성폭행을 저질렀다.
펜실베니아 주 캐슬린 케인 법무장관이 알투 존스 타운 교구의 성적 학대를 다룬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50여 명의 사제가 80여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고, 가톨릭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불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들어났다. |
이에 앞서 펜실베이니아 검찰은 가톨릭 교회가 은폐한 다른 성폭행 사건을 조사했다. 검찰 조사로 알투나-조지타운 교구에서 일어난 사건에는 50명에 이르는 사제가 40여 년간 아동 수백 명에게 중대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교구 담당자였던 조지프 애더멕 주교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한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범죄 은폐 사실은 교구 비밀 문건이 폭로되면서 드러났다. 가톨릭 교회가 돈으로 사건을 무마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애더멕 주교는 '애무'는 1만~2만 5000달러, '구강성교'는 2만 5000~7만 5000달러, '강간'은 5만~17만 5000달러 등 구체적으로 배상 금액표를 작성해 관리했다. 문제는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처벌받는 가해자가 없다는 것이다. 가해자 대부분이 사망했거나 공소시효가 지난 탓이다.
호주 추기경, 사건 은폐한 혐의로 청문회 참석
가톨릭 교회의 조직적 은폐는 호주에서도 논란이다. 호주에서는 특별 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 빅토리아주 밸러랫에서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 사건과 1980년대 신부가 두 여아를 성폭행한 사건 등으로 호주 가톨릭 교회도 성범죄 관련 혐의가 계속 일었다. 더불어 교회 지도자들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시달려야 했다.
지난 2월 29일,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이 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영상으로 참가해 증언했다. 그동안 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 참가한 가톨릭 교회 인사 중 가장 고위 사제였다. 현재 바티칸에서 재정담당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펠 추기경은 "교회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지만, 본인의 은폐 의혹에는 답하지 않았다.
호주의 펠 추기경. 현재 바티칸에서 재정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호주 아동 성 학대 조사위원회가 진상 규명을 위해 연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영상으로 증언했다. 그는 주교 시절 담당 교구에서 일어난 사제의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한편, 1980년대 사제에게 성폭행당한 두 자매의 가족은 지금도 어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 한 명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식이 장애와 자해 등으로 반응하다, 지난 200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26세에 사망했다. 다른 한 여성은 성년이 되어서도 당시 기억을 떨치지 못해 폭음했고, 1999년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정신과 신체 모두 24시간 보호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영 neovoc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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