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친구와 한 어제의 약속도 지키기 어려운데 ‘신’과의 약속을 자그마치 380년 동안이나 신실하게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버바이에른의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과 신은 과연 어떤 약속을 서로 주고받은 것일까?

30년 전쟁과 흑사병 그리고 예수님이 베풀어주신 기적

신성로마제국이 있던 독일을 중심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사이에서 벌어진 종교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을 겪던 독일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의 일이다. 주민 두 명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정도로 사람들은 흑사병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633년, 오버아머가우의 주민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렸다. “주님께서 불쌍한 저희들을 이 무서운 흑사병에서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신다면 10년 마다 예수님의 고통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뜻으로 연극을 만들어 바치겠습니다.”라고.


너무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기 때문일까? 하나님은 그 날 이후 오버아머가우의 주민 누구도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는 기적을 내리시어 응답해주셨다고 한다.

주님의 은혜와 기적에 감사하는 뜻으로 오버아머가우 주민들은 ‘그리스도의 수난’(독:Passionsspiel, 영:Passion Play)이라는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고 지금까지도 신실한 마음으로 꾸준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최고의 종교, 문화 행사인 그리스도 수난극

1634년을 시작으로 한 그리스도의 수난극은 벌써 내년 2010년이면 41번째 공연을 갖는다. 지난 4월 17일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장작 4시간의 비공개 회의를 갖은 오버아머가우 지방 자문 회의는 2010년 그리스도 수난극에 출연하게 될 연기자들의 배역을 결정했다.


발표는 다음 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신, 구교 공동 주체 미사 이후 수난극이 펼쳐질 무대 앞에서 있었다 하는데 발표를 기다있고 있던 오버아머가우 남자들의 외모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을 달고 있었다.

사실 이 남자들은 모두 수난극에서 한 가지 배역(특히 예수님!)을 받길 원하는 사람들로 그 곳 전통에 따라 ‘재의 수요일’ 이후 머리와 수염을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참고로 그리스도 수난극에는 전체 2500개의 배역이 있으며 연극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오버아머가우에서 태어난 사람이나 그곳에서 20년 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연출자 크리스티안 슈틱클

벌써 세 번째 수난극의 연출을 맡은 슈틱클(1961년 생) 씨는 지금까지의 연출자들 중 최연소라는 점 이외에도 1860년 요제프 알로이스 다이젠베르거 목사에 의해 쓰여진 반유대주의 성향의 연극대본을 수정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수난' 연출자 슈틱클 ©쥐트도이체 차이퉁


뿐만 아니라 슈틱클씨는 강한 반대의견에도 불구, 6시간이나 진행되는 수난극을 일부 저녁시간대로 옮기는데 성공했다니 그리스도 수난극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과감히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오버아머가우의 ‘그리스도 수난극’은 단순히 연극이라고 말하기보단 최고의 종교행사요, 문화행사라는 설명이 더욱 걸맞다.

지난 번 공연이 있던 2000년엔 520 000명이 110번에 걸쳐 공연된 연극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수는 1990년보다 10 %나 늘어난 것이라 하니 2010년 그리스도의 수난극을 보기 위해 바이에른의 작은 마을로 몰려들 관람객은 또 얼마나 늘어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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