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선과 8.15

이단경계 2015. 8. 17. 20:46

작년 ‘12월 전쟁설’로 화제가 되었던 홍혜선씨가 오는 8월15일에 한국 집회를 재개한다고 해 논란이 일고있다. 홍씨는 작년 한국집회에서 ‘땅굴설’을 중심으로 ‘12월 전쟁’을 예언했으며, 이 예언을 기초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동남아와 미주 지역으로 ‘노아의 방주’를 타고 떠나는 부작용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었다.

본지는 작년 홍혜선씨가 다니는 풀러신학교 인근에서 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며, 샌프란시스코에 모여든 피난민들의 ‘노아의 방주’와, 그녀와 가족들의 연극세계를 검토한 후 ‘연극은 끝났으며, 더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기자는 홍 씨가 한국집회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한 이후 접촉을 시도했으며,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7월 29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홍 씨는 "지난 5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으며, 최근 결혼해 남편과 함께 그리스에 다녀왔다"는 근황을 전했다. 그녀는 “남편은 미군 군목(채플린)으로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이다”라며, “신혼여행으로 그리스에 다녀왔으며, 경제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세계의 영적 회복을 위해 ‘땅밟기’를 하고 왔다”고 전했다.

“남편이 군목이니 이제 사모라고 불러야겠다”는 기자의 말에 “하나님이 저를 사모로 놔두시지 않아, 풀러신학교 목회학석사(M.div) 과정에 입학했다”며 추후 목회자로서 사역을 계속할 것임도 암시했다.

지난 ‘12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한국 땅에 자비를 베푸시는 기간이다”며 “기회를 주셨지만, 계속되진 않을 것이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 중 하나가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원을 하려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금년초 ‘노아의 방주’를 탄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으로 많은 공격을 받았다는 질문에 “그 분들(피난민들)은 저보다 더 확실한 신앙이 있으신 분들로, 저의 영향으로만 건너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피신한 분들 중 상당수는 선교 목적으로 떠난 분으로 지금도 현지에 남아 좋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연락이 지속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홍씨는 계속해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땅굴설’에 대해 설명했으며, 최근 알게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8.15 집회에서 '이너힐링'(내적치유)를 위해 10만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을 언급하며 ‘치유’의 사역도 계속할 것임도 내비쳤다.

“데이비드 오워와 홍혜선의 오버랩”

홍혜선 씨 논란을 돌아보면 겹쳐지는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지난 2010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미국의 허리케인, 케냐의 기근 등을 정확히 예언해 화제가 된 케냐의 데이비드 오워 박사의 ‘한반도 전쟁예언 사건’이다.

그는 홍 씨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음란과 동성애를 강하게 지적했으며, ‘붉은 악마’와 한국교회의 맘몬화, 성장을 위해 바른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목사들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며,한국교회가 회개하지 않으면 몇 달 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워 박사가 이스라엘과 독일 등에서 공부한 유전학 박사라는 사실과 그의 경고에도 회개하지 않아 지진으로 삼십만명이 희생당했다는 ‘아이티 괴담’ 등은 널리 회자되었다. 또한, 그가 치유능력이 있어 세계각지에서 소경, 귀머거리, 앉은뱅이가 치유되는 동영상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한국교계 일부에서도 ‘오워 신드롬’이라 부르며 종말론적 예언자로 추켜세우는 ‘혹세무민’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린 오워의 한반도 전쟁설이 단기간에 한국교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예언’이 ‘남북경색’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1992년 ‘10월 휴거설’이 미국의 부시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등의 다국적군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홍혜선의 작년 12월 전쟁설도 박근혜 정부 이후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복고적 반공 분위기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인터뷰 도중 수십번 반복되는 ‘종북’이란 단어나, 광주민주화운동, 8.15 광복 등은 종말의 당위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짜집기 시대론’이었다.

한국교회의 음란성과 목회자의타락, WCC와 같이 종교다원주의로 나아가는 좌편향적 신앙관 등은 그들에게 예언의 당위성을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우리는 그들의 메시지를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가 가져야할 당위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당위성에 대한 고민이 예언에 대한 맹신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데이비드 오워와 홍혜선

“당위성과 예언을 혼동하지 말라!”

홍씨는 흔히 예언을 한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예언자 신드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은 싫음에도 하나님이 부르기에 따라야 한다는 ‘이사야 신드롬’이나, 가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 가서 땅굴설을 전파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요나 증후군’ 등이 심각하게 융합되어 있었다. 최근엔 광주민주화 운동과 815 광복을 언급하며 빨리 회개하지 않으면 바벨론 포로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항변하는 ‘예레미야 증후군’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흔히들 홍혜선 씨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무당’이라는 용어나,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표현 등이다.

실제로 몇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도 ‘정상의 세계와 망상의 세계’를 넘나들는 그녀의 정신세계를 목격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와 교회, 목회자의 문제를 지적할 때 보여준 ‘정상세계’의 눈빛과, 천국경험으로부터 시작해 땅굴, 전쟁으로 이어질 때 보이는 ‘망상세계’ 속 눈빛은 그녀의 정신세계가 일관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

홍혜선과 오워의 공통점은 둘다 근본주의에 기초한 일천한 ‘세대주의 종말론’에 신학적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성경은 상당부분 문자 그대로 읽어져도 되는 부분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성서신학의 깊은 지식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세대주의적 종말론은 다니엘, 요한계시록과 같은 묵시서들을 문자 그대로, 심지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함으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경우가 적지 않다.

작년 홍혜선의 예언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다 하더라도, 선교라는 미명하에 비지니스 경쟁으로 확대되어 낭패를 본 사례나, 전쟁이 나면 난민신청을 통해 미국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부추김으로 심각한 가정문제를 일으키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한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오워가 한 여성 언론인과의 대담에서 수염을 기르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여인이여, 주님과는 농담을 하는게 아닙니다”라고 대답한 유명한 일화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우리의 헛된 열망과 환호가 또 하나의 재림예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만큼 두려운 부작용이 있을까? ‘선지자적 예언’과 ‘선무당의 칼부림’을 분별할 수 있는 뱀같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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