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상태에 신음하는 2,400만 동족의 고통을 외면한 혹독한 댓가를 치뤄야 할 수도를 외면하는 비극
사회/정치 2017. 7. 15. 11:20미군·미국인·미국 돈이 빠지는 날...
수풀을 들추고 드러난 진실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한 손을 털고 다른 한 손도 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얼핏 윤곽을 잡기 어렵다. 한미동맹의 ‘동맹’을 강화한 것 같기도 하고, 남북교류의 소위 ‘자주’를 강조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일까.
한미동맹? 7월4일 북한의 자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전후로 열린 한·미·중·일·러 정상들의 양자 및 다자 회담을 거치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북한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하는 등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선(先)제재, 후(後)대화’ 노선을 보였다. 한·미·일은 94년 정상 회동 시작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공동성명 내용인즉 “한반도 비핵화 원칙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강조한 뒤 “미국의 재래식 및 핵 역량을 활용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며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 즉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을 설득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도 했다.
반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3일 회담을 통하여 ‘사드 배치 반대’와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5일 열린 UN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주장한 것을 ‘중거리 미사일’이라며 언론 성명 채택을 무산시켰다. 시 주석은 6일 文대통령 앞에서 “北·中 혈맹”을 역설했다. 중국·러시아로선 북한 핵보다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 견제가 더 우선적인 국익이라고 보는 것이다.
<北정권 교체나 붕괴 없다는 4NO 원칙>
정부는 표면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는 전제가 있다. 文대통령은 6월3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4No’의 원칙을 밝혔다.
이는 7월6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에서 밝힌 대북 평화구상으로 이어졌다. 역시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정권의 교체나 붕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남북관계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른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것이란 요지를 밝혔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 비정치·민간 교류 지원의 의지도 역설했다. 대북지원은 8일 G20정상회의 대통령 연설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됐다.
<피할 수 없는 답을 피해 가면 시간만 흐른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김정은의 개과천선이다.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이것은 낭만적인 상상이다. 핵무기는 업적 없는 김정의 유일한 권위의 ‘근원’인 탓이다. 가짜 백두혈통 출신, 인민에 가져다 준 것은 가난뿐이다.
핵무기를 포기하면 내세울 게 아무 것도 없는 지도자, 최고 존엄 김정은의 민낯이다. 개혁·개방까지 나선다면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주민들이 인터넷만 사용해도 김정은을 지도자로 따를 리 없다. 핵 포기와 개혁·개방은 과거에도 불가능한 일이었고 미래에도 불가능하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혈로는 70년 체제의 운명을 걸고 개발해 온 핵과 함께 북한 체제를 끝내는 것이다. 압박과 봉쇄와 억지(deterrence)로 백기를 들게 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답을 피해 가면 시간만 흐른다.
한·미·일 3국은 7월4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대륙 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공식 규정했다. ICBM에 버금가는 사거리를 갖춘 것으로는 평가되지만 대기권 재진입체 등 핵심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고려한 것이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수년 내’ ICBM은 완성될 것이다.
ICBM이 완성으로 치달으면, 미국도 ‘독자적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다. 북폭을 할 수도 있지만 타협할 수도 있다. ‘북폭’은 화끈해 보이나 중국과 러시아, 복잡한 외교적 문제를 낳는다. 무엇보다 4No원칙을 밝힌 한국 정부의 절대적, 사실상 결사적 반대를 넘기 쉽지 않다.
‘타협’은 북한과 단계별로 적당히 주고받는 게임이다. 핵 폐기 이전에 테러단체에 핵 확산을 하지 않고 외부도발,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준다면 이른바 평화협정을 맺어주는 시나리오다.
<북폭이냐, 타협이냐>
미국이 북폭이 아닌 타협으로 선회하면 북한정권과 한국정부, 중국과 러시아 모두 환호할 지 모른다. 그러나 타협의 미래는 어떨까? 한미동맹은 유지될 수 있다. 동맹의 파기는 ‘미국’은물론 ‘한국’에게도 부담스럽다. 다만 북한과 그 뒤 중·러의 힘이 남진(南進)하며 한·미는 말 그대로 형식적 동맹이 된다. 주한미군 지상군은 철수하고 해군과 공군은 한국의 기지를 활용할 것이다.
지상군을 붙박이로 한반도에 두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다. 미국은 타협의 대가로 중국과 한국에 대해선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일본과 동맹을 강화해 ‘대륙세력의 힘’을 누르려 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미래를 이미 상정한 것인지 모른다. 6월30일 나온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文대통령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가 2012년 4월로 이양을 합의한 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3개월 뒤 2015년 12월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핵 문제 해결 뒤로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조속한’ 전환을 재합의, 5년 내 전작권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작권이 한국군에 넘어가면 한미연합사령부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단 사실이다. 연합사가 사라지면 한미동맹은 더욱 형식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미국이 한국서 한쪽 손을 터는 것이 된다. 주한미군이 해·공군 위주로 잔류하건 한미동맹의 틀 거리가 유지되건, 거대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70년 간 유지해 온 해양세력과의 연대가 느슨해지고, 그 이전 반 만 년 계속돼 온 대륙세력과의 결합이 견고해지는 미래이다.
그 틈을 파고들며 남한 정부와 북한 정권의 교집합인 6·15와 10·4선언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맺어질 것이다. 한미 간 동맹을 남북 간 연합이 대체하는 셈이다. 미국을 통해 유입된 자유주의에 대륙의 사회주의 흐름이 섞이며 가치의 혼재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 순간 봇물 터져 미군·미국인·미국 돈이 빠지면>
상황은 더 극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남한에 국가보안법 철폐와 반공세력 약화로 주사파가 더욱 창궐하면 주한미군 기지 등을 중심으로 반미시위가 격렬해진다. 한 순간 봇물이 터지며 미군과 미국인, 미국 자본까지 빠져나갈 수도 있다.
남(南)월남은 1973년 1월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월미군이 철수했고 2년 뒤 북(北)월맹의 남침으로 멸망했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 1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반년 뒤인 6월25일 김일성이 남침했다. 설령 미군이 모두 다 나가지 않아도, 한국이 전체주의 국가인 北·中·露와 유착해 과연 평화와 번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드(THAAD)의 한국 배치가 지지부진하면, 이는 미국의 ‘독자행동’을 부추길 것이다. 2기가 경북 성주에 들어와 있지만 레이더 가동에 필요한 유류 공급이 원활치 못하다. 4기를 추가로 배치할 때까지 이른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반미 성향 시민단체들의 공청회·토론회·세미나 등 숱한 난관을 안고 있다. 정부는 “사드 철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급속도로 개량되고 사드 배치가 시간을 끌게 되면, 미국은 남은 한쪽 손마저 털 수 있다. 역시 ‘북폭’ 아니면 ‘타협’을 저울질할 테지만 한국의 결사반대 아래서 후자로 기울 공산이 크다.
<'악'을 '악'으로 보지 않는 또 다른 '악'>
남북문제를 보는 뷰(view)는 북한 정권에 ‘연민’을 느끼는 순간 왜곡돼 버린다. 악(惡)을 악으로 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작은 악이다. ‘시간과 돈을 주면 평화로 갚을 것’이라는, 북한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햇볕정책은 진실이 아니며 성공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햇볕정책이 달빛정책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엄동(嚴冬)정책으로 각을 잡지 않는다면 북한의 변화는 요원한 일이다.
중국의 국제 전문가들조차 文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외교 정책이 난관에 봉착할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스인훙(時殷弘·시은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7월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과 중·러의 갈등 전선이 매우 뚜렷해졌다”며 “文대통령도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추수룽(楚樹龍·초수룡) 칭화(淸華)대 교수도 “文대통령이 온건한 대북정책으로 관계 개선 의사를 표시하고 남북회담 의사를 밝혀도 북한은 현재까지 (한국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추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뜻을 전혀 바꾸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공동대응, 한·미·일 vs 북·중·러 대치 등 새로운 형태의 냉전을 암시하는 컨셉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수풀을 들추고 드러난 진실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한 손을 털고 다른 한 손도 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형식화, 주한미군 무력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6·15와 10·4선언의 낮은 단계 연방제 속에서 해양과 맞닿아 온 기존의 문명 축은 대륙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되살아나고 한반도 평화로 분식된 분단은 고착되며,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막기 위한 대북지원은 상습화된다.
한미동맹 이완으로 주변 강국 횡포도 늘어날 것이다. 미군·미국인·미국 돈이 슬슬 빠지며 장기적 침체와 국가의 쇠락 속에 남미식 몰락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노예상태에서 신음하는 북한의 2,400만 동족의 고통을 외면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유일한 변수는 북한정권의 조속한 붕괴, 급변사태 뿐이다.
출처: 리버티헤럴드 / 김성욱 대표
(http://libertyherald.co.kr/article/view.php?&ss[fc]=1&bbs_id=libertyherald_news&doc_num=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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