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 친구야

왕께 바치는 내 노래 2008. 10. 24. 07:53

    그리운 내 친구야
     
    아련한 추억속에...
     그리움만으로 남아있는 내 친구야
     
    우린 그때 낙옆이 굴러가는 것만 보고도
    허릴 잡고 까르르 웃어댔었지...
     
    봄이면 산나물을 캔답시고
    바구니를 옆에끼고
    어른들 꽁무니를 졸졸 따라나섰다가
     
    길가에 꽈리를  틀고 앉은 뱀을 보고는
    들고있던 바구니마저  팽개쳐버리고
    자지러지 듯 울면서 도망쳤었고...
     
    여름이면
    앞산의 산자락을 돌아 후미진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며 내려가며 가재도 잡고
    올챙이도 잡으며
    깔깔대었네
     
    가을이면 너와 함께
    뒷산에 올라 도토리도 주웠었고
     
    겨울이면 썰매를 탄답시고
    송판대기 한장에 냉큼 올라앉아
    코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도록
    앞뜰의 웅덩이를 따라 돌며 뱅글거렸지...
     
    달 밝은 밤이면 동구밖 빈 공터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술래잡기를 했고...
     
    그 때 넌 어쩌면 그렇게
    꼭꼭 잘도 숨었든지...
     
    난 너를 찾으려고 창수네 뒷간으로 갔다가
     푸르른 달빛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고
     
    너무나 무서워서
     슬그머니 집으로 도망쳐 버린 기억들...
     
    그리운 내 친구야,
    아직도 내 기억속에 너의 얼굴은
    동그란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이건만...
     
    나의 단발머리와 동그랗고 귀엽던 얼굴은
    어디로 가 버렸는가...
     
    거울 속에는
    어느새 눈가에 잔주름이 짜르르
    낯설기만한 어느 중년 부인이  
     
    여전히 큰 눈엔 씁쓸한
     웃음마저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고 가만히 서 있네
     
    내 그리운 친구야,
    새해라고 별것이 있겠느냐
    어찌보면
    육신이 날로 날로 후패해지는
    아픔일 수도 있을테지..
     
    그러나
    흐르는 세월이야 내 어찌하리
    세월의 끝자락을 잡고 계신 그분을
    친구삼아
    한 걸음 두 걸음 진실하게 걸어 가노라면
     
    언젠가는
    하이얀 백발의 면류관을 쓰고
    속사람이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노년기를 맞을 수가 있으리라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날로 새롭도다." (고후4:16절 말씀)
     
     
     
     
    글/최송연

'왕께 바치는 내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문을 열어주소서  (2) 2008.11.13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2) 2008.11.12
가을 나무  (0) 2008.10.09
죽음의 문턱  (2) 2008.09.17
사랑 노래  (0) 200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