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 친구야...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2010. 12. 27. 05:54
그리운 내 친구야
최송연
아련한 추억 속에...
그리움만으로 남겨진 내 친구야
그때 우리는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보고도
허리를 잡고 까르르 웃어댔었지...
봄이면 산나물을 캔답시고
바구니를 옆에 끼고
어른들 꽁무니를 졸졸 따라나섰다가
길가에 꽈리를 틀고 앉은 뱀을 보고는
들고 있던 바구니마저 팽개쳐버리고
자지러지듯 울면서 도망쳤었고...
여름이면 앞산의 산자락을 돌아
후미진 골짜기 흐르는 맑은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며 내려가며 가재도 잡고
올챙이도 잡으며 깔깔대었네
가을이면 너와 함께
뒷산에 올라 도토리도 주웠었고
겨울이면 썰매를 탄답시고
송판때기 한 장에 냉큼 올라앉아
코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도록
앞뜰의 웅덩이를 따라 돌며 뱅글거렸지...
달 밝은 밤이면 동구 밖 빈 공터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술래잡기를 했고...
그때 넌 어쩌면 그렇게
꼭꼭 잘도 숨었든지...
난 너를 찾으려고 창수네 뒷간으로 갔다가
으스름 달빛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고
너무나 무서워
슬그머니 집으로 도망쳐 버린 기억들...
그리운 내 친구야,
내 기억 속에 너의 얼굴은 여전히
동그란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이건만...
나 어디로 가 버렸는가...
거울 속에는
눈가에 잔주름이 짜르르
낯설기만 한 어느 중년 부인이
여전히 큰 눈에는
쓸쓸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네
내 그리운 친구야,
새해라고 별것이 있겠느냐
어찌 보면
육신이 나날이 후패해지는
아픔일 수도 있을테지..
그러나
흐르는 세월이야 내 어찌하리
세월의 끝자락을 잡고 계신
그분을 친구삼아
한 걸음 두 걸음 진실하게 걸어가노라면
언젠가는
하이얀 백발의 면류관을 쓰고
속 사람이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노년기를 맞을 수가 있으리라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날로 새롭도다." (고후4:16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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