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절대적 신앙고백인가

자료실 2011. 6. 30. 05:52



사도신경, 절대적 신앙고백인가

정통과 이단의 잣대

 

꽤 오래전의 체험담이다.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심방하는 도중에 생긴 일이었다. 내용인즉, "이번에 새로운 목사는 이단이 아니냐?"하는 소문이 들려온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진원을 알아보니, 심방중 예배를 드릴 때에 사도신경을 하지 않았대서 생겨난 소문이었다. 함께 심 방을 다니시던 권사님 한분이 그 나름대로 수상쩍다는 생각에 '이단운운'을 하였던 것이었다.

 

이렇듯 한국교회는 예배순서(대표적으로 주일낮예배) 가운데 사도신경을 하지 않으면 이 상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고착화되어 있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이단 연구가로 유명했던 탁명환씨는 '이단분별의 기준'의 첫번째 기준 을 '사도신경의 신앙고백 여부를 가지고 이단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기독교이단연구: 1990.11 국종연구소 p.75)고 주장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지역교회들은 사도신경을 당연한 신앙고백으로 하는 것은 물론, 이단 이 아닌 정통교회임을 자인(自認)하는 뜻에서도 늘상 고백하여 오게 되었다.

 

그러나 사도신경을 제대로 이해하며 고백하는 신자들은 몇이나 될까? 그냥, 고백하자니까 밑도 끝도 없이 암송하는 신자들이 뜻밖에 많다는 사실에 매우 걱정스럽다(특히, 저리로서 의 '저리'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교인이 많다. 참고로 '저리'란, '거기로부터'라는 말이 옳다).

 

그리고 집회 중에 사도신경을 고백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호와증인,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 교회(몰몬교), 통일교, 박태선천부교 등이 이단이라고 한다면,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천주교회(로마카톨릭)는 무엇인가?

 

정통신앙을 가지고 있다 하는 개신교회의 지도자들(목회자, 신학자) 가운데는 천주교회를 이단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단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정통과 이단, 장신대 역사신학 교수 이형기 지음 - 역자 주). 그렇다면 천주교회는 무엇인가? 사도신경을 고백하니 이단이 아니 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단이라고 해야 할까? 만일, 그렇다면 사도신 경은 정통과 이단의 잣대, 곧 '이단분별의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도신경의 기원과 전승(傳承)

교리사적인 연구에 의할 것 같으면 사도신경의 기초가 될만한 신앙고백이 2세기 초부터 존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회들이 고백하고 있는 사도신경의 모체(母體)가 된 것은 5세기경의 '로마교회신조'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8세기 무렵에 로마교회를 비롯한 서방의 여러 교회들이 사용하는 신정들을 지금의 사도신경과 같은 내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같은 고대교회의 전승을 '티란니우스 루피누스'라는 사람은 사도신경의 사도적인 근원을 다음과 같이 증명하고자 하였다. 12사도들이 성령강림 이후 온 세상을 향하여 선교하 고자 결단했을 때, 그들은 선교를 위한 하나의 신앙규범을 공동으로 일치시킨 것이 오늘의 사도신경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첫째로, 베드로가 말했다. "나는 전능하신 천지의 창조자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다"

안드레는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우리의 유일한 주를 믿는다"

계속해서 야고보가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었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

요한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당하시어 십자가에 죽으셨고, 죽어 장사지냈다"

도마는 "그는 지옥으로 내려가 삼일만에 죽은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

다른 야고보는 "하늘에 오르셔서 선한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으셨다"

빌립은 "그곳에서 그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죽은 자들을 심판하러 오신다"

바돌로매는 "나는 성령을 믿는다"

마태는 "거룩한 교회와 성도들의 교제를 믿는다"

가나안의 시몬은 "죄의 용서를 믿는다"

다대오는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맛디아가 말했다. "영원한 삶을 믿는다"

 

이렇게 하여 사도신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방교회(회랍정교회의 원조)는 예나 지금이나 사도신경을 공식적인 신앙고백으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내용상의 문제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마가 말했다고 하는 "그는 지옥으로 내려가 삼일만에…"와 같은 내용은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까닭이다.

 

그대신 동서방교회가 함께 정통성을 인정하는 '니케아신조'(325번)를 신앙고백으로 사용 하여 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희랍정교회가 이단인가?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닌, 오직 사도신경 을 신앙고백으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도신경을 절대화 하지말자

예배시간에 사도신경을 신앙고백으로 하지 않는대서 이단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오직 성경'을 근간으로 하는 신앙을 주장하는 개신교회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사도신경이란 문자적으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배 드릴 때 사도신경을 고백하지 않아도 아무 잘못이 없다. 또는 희랍정교회처럼 '니케아신조'를 신앙고백으로 한다해도 이단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느낌이기는 하지만, 사도신경을 외울때마다 늘 불만스러운 내용의 한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구절이다. 거룩한 신앙고백의 순간마다 '본디오 빌라도'의 이름을 언급하게 되는 것이 늘 찝찝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기 보다는 '내 죄를 인하여서 고난을 받으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언제나 '본디오 빌라도'에게만 핑계를 대는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공교회(共敎會)를 탈퇴하여 독립교회 아무 교단에도 속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교회(私敎會)를 이루고 있는 어느 교회들이 사도신경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웃긴다. 사도신경 안에는 분명 '거룩한 공회(公會)와 성도가 서로 교통(交通)하는 것'을 믿는다고 하건만은 실상은 탈퇴하여 자기들 멋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사도신경을 고백한대서 정통이고, 고백하지 않는대서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도신경을 고백하면서도 이단일 수가 있고, 사도신경을 고백하지 않고서도 정통일 수가 있다.

 

<기독저널신문 1996년 5월 6일 월요일 곧은소리>
- 정락유 목사 (울산 성광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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