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로 이것이야.  [2005-12-15]  전략
 
  

지난 1995년 10월. 동네 슈퍼마켓에 낯선 음료가 하나 등장했다. 이름도 생소한 ‘가을대추’. 지금이야 대추음료가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대추는 ‘드링크’지 ‘음료’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불과 몇달 만에 히트상품이 됐다. 콜라·주스 등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에 슈퍼에 들른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대추음료를 집어들었다.


인삼 제품을 주로 판매해 오던 웅진인삼(현 웅진식품)이 음료시장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시장이 작은 건강음료보다 훨씬 ‘큰 물’인 음료시장에 군침이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음료시장은 롯데칠성·해태음료·코카콜라 등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서 새로 들어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품목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음료제품이 저관여상품(제품 구매 판단에서 중요도가 낮고 잘못 구매해도 위험이 크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음료사업의 성패는 마케팅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주스나 청량음료를 맛 차이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광고 이미지에 좌우되다 보니 큰 업체가 더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큰 회사는 더욱 커지고, 작은 회사는 더욱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음료시장에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음료시장에 웅진식품이라는 중소기업이 등장했다. 다들 ‘실패’를 예상했지만 웅진식품은 음료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국내 음료시장 4위로 올라섰다. 연간 매출액 2,500억원에 로열티도 전혀 없다. 아침햇살은 외국으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 어떻게 빅3의 견제를 따돌리며 기존의 벽을 넘었을까?


웅진식품은 철저한 차별화로 새로운 수요를 찾았다. 어차피 탄산음료나 주스 등은 기존 제품 부류로 도전할 경우 대형 업체와 게임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콜라는 코카콜라의 하위 제품일 뿐이다. 모든 주스는 델몬트와 썬키스트의 아류작으로 취급받는다. 여기에 같은 제품을 내놓을 경우 마케팅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우선 제품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조운호 사장은 ‘음료수가 탄산음료와 주스 외에는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조사장은 ‘대추음료 개발’을 지시했고 연구진은 “그런 음료는 나온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불도저식 업무 추진에 대추음료가 탄생했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음료사업의 핵심은 영업망이었다. 건강식품 업체인 웅진인삼이 그런 유통망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궁리 끝에 음료시장의 비수기인 10월에 런칭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남들은 ‘음료의 음자도 모르는 짓’이라고 평가했죠. 하지만 성수기에는 영업사원을 구하기 어렵고 공장 가동 여력도 부족합니다. 또 비수기에는 대형 음료 회사들이 광고집행을 하지 않아 경쟁도 덜한 편이죠. 어차피 성수기에 붙어봐야 안 될 일이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수기를 택했습니다.”


조사장의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마땅한 일감이 없던 영업직과 공장은 가을대추의 출시를 반겼고, 비수기에 손 놓고 있던 거대 업체들은 허를 찔렸다. 출시 다음 해인 1996년 가을대추의 매출은 4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뒤이어 99년 시장에 내놓은 아침햇살은 가을대추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음료 사상 최단기간 1억병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웅진식품이 음료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도록 한 제품이다. 여기에 초록매실·하늘보리·쑥의향기 등 한국적인 음료들이 계속 출시됐다. 초록매실도 2001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많이 팔렸다.


웅진식품의 초기 전략은 철처한 차별화와 니치마켓 공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존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신규 시장을 창출한 셈. 자금력·조직력 등이 열세인 후발업체로선 기존 업체와의 충돌을 피하면서 최대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성숙시장인 음료시장의 경우 후발업체가 신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업체가 마케팅·자금·유통망 등을 이용해 고사시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웅진식품은 최근 ‘주류 음료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제주감귤’을 시작으로 올해 ‘자연은…’ 시리즈로 주스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연은…’ 시리즈는 올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5월에 출시된 뒤 현재까지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스시장은 전체 음료시장(3조4,000억원) 중 30%(1조1,000억원)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어차피 이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 큰 음료업체로 성장하기는 힘들다.


조사장은 “내년에는 탄산음료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콜라나 사이다는 아니다”고 밝혔다. 새로운 개념의 탄산음료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  20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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