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령님의 오심에 대하여

 오순절 성령 강림의 사건은 부활하여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건설하실 하나님 나라인 교회와 그의 백성가운데 영으로 오시어(요 14:16-17 / 내주하심) 그 백성을 가르치고 인도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그의 백성을 다스리시기 위하여 성령께서 오신 사건이다(요 14:25-26). 다시 말하면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신 성자께서 지상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인 교회를 이 땅에 세우고 그의 백성을 모으셨는데 이젠 그 나라와 그 백성을 다스리실 왕으로서 '영으로 오신 하나님'이 곧 성령님이시다. 그러므로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하나님 나라를 다스리실 왕께서 이 세상에 친히 오셨음을 상징한다. 이런 점에서 오순절 사건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자로 임재하신 성령님의 대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사역을 시작하실 때 하늘로부터 음성이 들리고 비둘기 같은 성령님이 그 머리에 임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오신 분임을 나타낸 사건과 연속선상에 있다(마 3:13-17; 막 1:9-11; 눅 3:21-22). 당시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같이 내려와 예수께 임하였다. 당시 하늘에서 들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마 3:17)는 음성은 시편 기자가 "내가 영을 전하노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도다"(시 2:7)고 선포하며 장차 모든 세계가 진정한 통치자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에게 굴복할 것을 선언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이 사상은 이미 이사야에 의해 온 세상이 하나님의 아들에게 복종하게 될 것이라는 신학으로 완성되어 계시된 바 있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나의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신(神)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공의를 베풀리라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로 거리에 들리게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며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공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사 42:1-4). 여기에서 이사야는 ① 하나님의 아들이신 '여호와의 종'이 온 세상을 통치하실 것이며 ② 그 날에는 공의로 세상을 다스릴 것이며 ③ 그의 통치는 쇠하지 않고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신학에 근거를 둔 사건이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 성취되었다.이와 같이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날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 오신 성자 예수께서 그 사역을 시작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지상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건설하셨다. 또한 죽음에서 부활하심으로 모든 적대 세력을 타파하시고 진정한 통치자임을 증거하신 후 승천하셨다. 이러한 점에서 오순절에 성령님이 지상에 임하신 사건은 그리스도께서 건설하신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즉위하신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대관식을 하는 이 날은 특별한 날이어야 한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유대인의 명절을 택하시어 많은 유대인들이 모인 날에 하나님의 나라를 통치하실 왕이 임재하셨음을 만방에 선포하셨다.

 2. 새 시대를 여는 오순절과 '새 날'

 '오순절'이란 유월절을 지내고 안식일 이튿날부터 일곱 번째 맞는 안식일로 이날에는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고 첫 이삭으로 떡을 만들어 두 어린 양과 함께 하나님께 화목제를 드리는 날이다(레 23:15-21). 이런 점에서 ① 유월절에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월절 어린 양으로 친히 자신을 드려 하나님께 화목 제물로 드림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이루셨으며 ②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이제부터 새로운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새 날'이 시작됨을 선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성령께서 통치하시는 이 날부터는 지금까지 있었던 통치 체제와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님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3-4)는 기록은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된 성령님의 통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모세의 율법이 돌비에 기록되어 하나님 나라의 헌법으로써 그의 백성을 다스려 왔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께서 친히 그의 백성의 심중에 들어와 다스리시고 계심을 보여줌으로써 '새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다(렘 31:31-34; 욜 2:28-32). 이미 예레미야나 요엘 선지자가 예언했던 것처럼 성령님의 통치는 물리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고 그의 백성의 심령을 다스리는 신령한 통치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통치자로 오신 성령께서는 친히 그의 백성에게 임재하시어(임마누엘) 그들의 인격을 감화하고 그들과 유기적인 일체를 이루어 한 몸을 이루시었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누구나 성령님과 일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 결과 하나님의 백성은 신적 속성을 가지게 된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는 신적 속성을 가진 하나님의 백성에게서 발견되어지는 독특한 형태의 열매이다. 이러한 열매는 하나님의 백성이 성령님의 통치를 받고 있다는 절대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증표이다.

 3.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의 의미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역사적 단회(單回) 사건으로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든 성도들이 오순절의 사건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순절 사건은 이제부터 이 땅에 교회가 건설되고 새롭게 교회의 역사가 시작하는 역사적인 시발점으로써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순절 이후 지상에 세워진 교회의 시대가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또다시 오순절 사건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오순절날 성령께서 강림하신 사건은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성도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내주하심과 중생 그리고 충만하심의 일반적 사역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성령님은 성도 안에 내주하시어 그와 유기적인 연합을 이루고(소명 : calling) 성도로 하여금 중생케 하여(칭의 : justification)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냄으로써 그 백성이 되었음을 증거(성화 : sanctification) 하심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시고 그의 백성을 다스려 나가신다. 이것을 가리켜 '성령님의 일반 사역'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령님의 일반 사역을 통하여 ① 성도에게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영적 각성(요 15:26)을 이루게 하시며, ② 친히 성도와 영적 연합을 하심으로써 성도로서의 장성한 열매(엡 5:8-9; 갈 5:22-23)를 맺게 하시며, ③ 그에게 은사(talent)를 주시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깨닫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감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하신다.그러나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으로 성령의 충만을 입은 제자들은 이미 성령님의 일반 사역에 의해 중생되었으며 감화를 받아 인도함을 받아오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관계 아래 영적 각성이 되어 있었으며 중생한 자들이었다. 만일 그들이 아직도 중생을 하지 못했다면 그들의 영혼이 다시 살지 못했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그들은 결코 영적 각성도 없었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믿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아가 구약의 성도들이 성령의 충만을 입어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았음을 볼 때 예수님의 제자들이 오순절 사건 이전에 성령의 충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구약에서 성령님의 사역은 신약에서 나타난 사역과는 그 성격이 다른 면도 있지만 중생케 하시는 사역만은 성령님의 고유한 영역이다. 따라서 구약의 성도들도 성령의 충만을 통해 중생하였으며 예수의 제자들 역시 성령의 충만을 입은 사람들이었다(요 1:12-13; 요 3:6; 딛 3:5; 롬 8:9).그러므로 오순절 성령께서 강림하신 사건은 일반적으로 성도 안에서 발생되어지는 중생, 칭의, 성화를 발생케 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성령께서는 창세 이래로 성도들 안에서 그와 같은 일반적인 사역을 수행해 오셨다. 그러한 사역을 주관하시던 성령께서 오순절에 만민이 보는 앞에서 강림하신 사건은 앞서 보았듯이 새롭게 건설되고 확장되는 교회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단회적 사건이며 결코 중복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신학자들이(특히 오순절 계통의 신학에서) 지금도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 연속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님의 고유한 사역에 대한 성격을 오해한 결과이다. 그들은 지금도 오순절과 같은 현상이 교회 안에 나타나야 할 것처럼 외치며 오늘날의 교회들이 오순절과 같은 체험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이미 교회 안에 임재하셨고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친히 교회를 통치하시고 계신다. 따라서 오순절 체험을 지금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교회의 진정한 통치자로 오신 성령님의 다스림에 교회가 순종하고, 성령님의 인도 아래 교회가 역사선상에서 각자 부여받은 역할과 위치를 확인하고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현상, 즉 교회가 성령님의 통치 아래 역사적인 행보를 지속하는 것을 가리켜 성령의 충만함 가운데 있다고 말한다.

 4. 오순절 사건에 대한 조명

 하나님께서 인류의 역사, 특히 구속의 역사를 어떻게 진행시키는가를 볼 때 역사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구속사의 큰 맥락에서 볼 때 창조는 삼위 하나님의 공동 사역이었으며 아담으로부터 시작된 역사를 이끌어 오신 분은 성부 하나님이 주관하셨고 부패한 인간의 심성을 구속하신 일은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고 마침내 그 구속의 완성은 성령 하나님께서 이루심으로써 영원한 하나님 나라가 성취되어 갈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오순절 성령 강림은 구속의 완성을 위한 성령께서 왕으로 오시어 이전의 역사와는 달리 새로운 역사를 주관하여 가실 것이라는 신적 의지를 만방에 알린 사건이다. 바로 이러한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령님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임하심을 만방에 나타내시고자 오순절에 임하셨다. 우리는 성령께서 임하신 모습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좀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 공개적으로 임재하신 성령님

오순절 날이 이르매 제자들이 함께 한 곳에 모였음을 볼 때 이곳은 마가의 다락방이 아닌 성전이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오순절은 새 소제가 드려지는 날로 성전에 모이는 규례가 있었기 때문이다(눅 24:53).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성전으로 모였을 것이며 이러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령님이 '홀연히' 임하시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약속대로 성령님이 오실 것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때를 모르고 오순절에 저희가 성전에 모이자 홀연히 성령님이 임하심을 체험하게 되었다. 만일 그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있던 중 성령님이 강림하셨다면 그들에게 성령께서 강림하여 불의 혀같은 것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외부 사람들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성령님은 비밀리에 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그의 제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임하셨다.혹시 성령님이 가만히 그들 가운데에 임하셨을 경우 어떤 이들은 그 사건을 심적인 감동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성령님의 임재에 대하여 상당한 오해가 발생할 소지를 남겨두게 된다. 그래서 성령님은 은밀히 오시지 않고 그의 강림에 대하여 누구나 인식하고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을 택하심으로써 제자들이 그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하셨다. 뿐만 아니라 당시 각처에서 모인 사람들까지도 이 사실을 보고 소동을 일으키고(행 2:6) 기이하게 여기는 것을 보아서도(행 2:7) 성령님의 임재가 단순한 심리적인 현상이 아닌 객관적으로 밝히 드러난 사건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게 하셨다. 따라서 성령께서 임하신 사건에 대하여 이후 아무도 부정하거나 심리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성령님의 공개적 임재는 역사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역사 안에서는 한번만 있어도 충분하다. 교회의 왕으로 성령께서 강림하신 사건은 거듭 반복될 필요가 없다.

 2) 성령님의 통치 아래 있는 제자들

"급하고 강한 바람같은 소리"(행 2:2)는 성령님이 공개적으로 임한 현상임을 증거하고 있다. 이 소리에 놀라 큰 무리가 모인 것을 보아(행 2:6) 심상치 않을 정도로 큰 소리가 성령께서 강림하실 때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느 소리 같으면 사람들이 놀라지도 않을 것이고 관심도 없어서 그 소리나는 처소에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들이 들어본 소리와는 완연하게 차이가 나는 신비스러운 소리였기 때문에 그 소리나는 장소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오순절 당시에는 외국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까지 모였음을 볼 때 이 소리는 여느 소리와는 확실히 다른 기이한 소리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소리를 먼 곳 사람들까지 듣고 성전에 모인 것을 보면 성령께서 강림하실 때의 소리가 온 예루살렘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분명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이한 소리를 듣고 모인 사람들이 그 소리나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참으로 형용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행 2:3)이 나타나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이 말은 "불의 혀들처럼 나누어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 각각의 하나하나 위에 머물렀다"라고 번역하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이 묘사는 성령님이 임하시어 성령으로부터 나오는 불의 혀같은 것이 거기 있는 제자들의 머리 위에 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성령님이 오시어 그의 제자들을 주관하시되 그들을 통해 말씀을 선포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실은 실질적으로 성령님이 권세를 가지고 친히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다.

 3) 교회의 공식적 출범을 알린 오순절 사건

성령님이 통치하시는 모습은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하심을 받고 성령의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4)는 모습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거기 모인 사람들은 제자들이 하는 방언을 하나의 소리(sound)로 듣지 않았다. "우리가 다 각 방언으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을 듣는도다"(행 2:11)는 반응을 볼 때 제자들이 어떤 소리(sound)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말(words)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써 제자들이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시 사도들은 정신이 몽롱하거나 자아 도취에 빠진 흥분된 상태에서 자기들도 알지 못하는 소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단어를 배열하여 그 안에 일종의 사상을 전달하기 위하여 논술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성령님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조롱하여 "저희가 새 술에 취하였다"(행 2:13)고 함을 보아 제자들은 어떤 의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든지 상관없이 무슨 말인가를 진지하게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가리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한다고 함을 보아 제자들이 성령님의 충만을 받아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순절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신 '큰 일'을 찬양한 시편 114편 등을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하는 관례가 있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성령님의 감동을 받아 하나님의 구원을 노래한 시편을 찬송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히브리 시(詩)의 가락은 오늘날과 같은 서양식 음계를 가진 곡조가 아니었다. 마치 우리 조상들이 시조를 읊듯이 히브리식 가락으로 찬양하였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그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고 술에 취했다고 빈정거렸을 뿐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술에 취한 것처럼 무의식 가운데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인도를 받는 가운데 의식이 분명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큰 일'에 대해 찬송하고 있었다.이러한 방법을 통해 성령님은 이제부터 새로운 일을 성령의 충만함을 입은 제자들을 통해 이루어 가실 것을 만방에 알리셨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15개 나라에서 온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당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이한 임재의 현상을 통해 그날에 많은 사람이 회개하고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역사가 일어남으로써(행 2:41) 이제부터 제자들을 통해 이루어 나갈 왕국은 전혀 새로운 왕국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바로 그 새 왕국은 모든 민족이 참여하는 '교회'였다.

 4) 오순절 사건의 불연속성

여기에서 마가는 그 당시에 3천명이나 회개한 것처럼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이 날'(행 2:41, that day)은 당일 하루를 지시하기보다는 당시 오순절 잔치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오순절 기간 동안 사도들이 성령님의 인도를 받아 '하나님의 큰 일'을 찬양하는 일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사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그 '큰 일'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자 할 때 제자들이 풀어 설명함으로써 비로소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접한 사람들이 회개하고 돌아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당시 성전 뜰은 3천명이나 모일만큼 넓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일 그곳이 마가의 다락방이었다면 3천명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마가의 기록은 성령께서 오순절 날 성전에 모인 제자들에게 임하신 후 그 기간 동안에 3천 여명이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되었음을 기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이러한 모든 현상은 성령께서 역사의 주관자가 되시어 새 역사를 주장하신다는 하나의 표징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임하신 성령께서 이제부터 각 사람 안에 내주하면서 그들을 주장하시어 마침내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성령님께서 이처럼 특별한 권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신 것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성령께서 세상을 통치하신 사실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성령님이 우리 각 사람에게 임할 때에는 오순절과 같은 특별한 현상을 통해 임재하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성령님이 왕으로서 임재한다는 공개적인 대관식이 있었으므로 이제는 교회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친히 우리를 인도하실 뿐 아니라 우리를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도록 거룩한 성품을 이루어 가도록 역사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순절과 같은 현상을 가져야만 성령을 받는 것처럼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교회를 세워나가시고 통치하시는 성령님의 사역을 의지하고 올바른 신앙을 표시하여야 한다.

 5. 성령님의 임재와 구약의 성취

 성령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하시는 일은 예수께서 이미 말씀하신 대로 "내가 아버지께로서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거할 것이요"(요 15:26)라고 천명하신 것처럼 성령님의 사역은 그리스도를 증거한다.이 일에 대하여 베드로 사도는 요엘 선지자가 예언했던 "하나님이 가라사대 말세에 내가 내 영으로 모든 육체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 2:17 이하)는 말씀이 성취됨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말세'(in the last days)란 구약의 선지자들이 내다본 신약의 교회시대이다. 이때에는 모든 육체(all mankind, all flesh), 즉 모든 민족에게 계시를 주시고 직접 성령의 은혜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하나님의 예언이 마침내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약속의 성령님이 오셔서 그리스도의 구원 계시를 그의 백성들에게 밝혀주심으로써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행 2:21)는 약속처럼 그의 백성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장성케 하시는 사역을 지금부터 시작하시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이러한 근거를 가지고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 사건의 의미를 전파하고(행 2:22-23) "하나님이 오른 손으로 예수를 높이시매 그가 약속하신 성령을 아버지께 받아서 너희 보고 듣는 이것을 부어 주셨느니라"(행 2:33)고 증거하면서 성령님의 오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변증하였다.

출처 : http://cafe.daum.net/C.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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