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하는 설교사역

박영돈 목사 2013. 4. 5. 02:05

소모하는 설교사역



서울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주일 설교사역을 한지가 어언 9년이 되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교인수가 장년이 30명 정도였다. 젊은 신학도 시절에 많은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리라는 비전을 하나님이 꺼구로 응답해 주신 셈이다. 나 같은 죄인이 한 영혼 앞에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면 감사해야 할텐데, 그 당시 나는 그렇게 작은 인원앞에서 설교하는 것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설교를 하고 천안에 있는 신학교 사택으로 내려가면서 대형교회 목사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 비애에 빠지곤 하였다. 미국에서 같은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는 몇 만명 앞에서 설교하는데 똑 같이 설교를 준비해서 나는 고작 그 보다 천분의 일도 안되는 인원앞에서 설교를 하느냐고 옆에 있는 아내에게 투덜... 대곤 하였다. 거기다가 내가 그 목사보다는 설교를 훨씬 잘 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묻혀 썩고 있느냐는 독한 교만이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위인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9년이라는 세월은 이런 야망과 교만에서 서서히 자유하는 연단의 기간이었다고나 할까. 다행히 지금은 교인수에 별로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교인수가 전보다는 좀 늘었지만 여전히 작은 무리들에게 설교하고 있다. 아직도 어떤 때는 내가 마치 허공에 대고 설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허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얼마 안되는 교인들 중에 내 설교를 제대로 소화하고 그 말씀을 심각하게 듣고 말씀대로 살려는 이는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교인들은 아무리 열심히 설교를 준비하고 기도해서 전해도 설교 들으나 듣지 않으나 아무 상관없이 산다. 


그렇게 많은 설교를 듣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이들을 보면 복음 사역은 내 청춘과 함께 모든 것을 소모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말씀을 바르게 전해 교인들을 새롭게 하려는 뜨거운 열정이 식지 않으면서도, 10년이 지나도 도무지 변하지 않는 교인들을 보며 지치고 낙심하지 않는 오래 참음이 설교자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연약한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주님이 간혹 말씀에 목말라 하며 말씀대로 살려고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착한 양들을 만나게 하신다. 우리 교회에 매주 녹음한 설교를 3번 다시 듣고 설교 원고까지 받아가 꼼꼼히 읽고 말씀을 온 가족이 나누는 집사가 있다. 그 만큼 말씀을 온전히 체화하여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니 난로 새로워지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교인이 목사가 지쳐 탈진할 것 같을 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대부분 교인들은 목사의 설교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사실 목사는 말씀을 진지하게 듣는 몇 사람을 위해서 설교하는지도 모른다. 회중 가운데 말씀을 사모하고 그 말씀대로 살려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소모하는 것 같은 설교사역은 참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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