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巨木) 
                        최송연

바람이 가져다준
작은 씨앗 하나 곱게 품고
수없는 밤을 홀로 몸살하며
움을 틔워내야만 하는 그대

간간이 불어오는 미풍,
따사로운 햇살,
밤이면 
흘러내리는 별빛이 있어
그리 외롭지만은 않은 들녘이어도

새들이 날아와 깃들일 만큼
자라가려면
날이면 날마다 
행복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

한여름 뙤약볕과
모진 비바람
차디찬 눈보라가
그대 고운 얼굴을 할퀴며
주름 짙게 할지라도
그 모든 아픔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다면

그제야
가지를 더 멀리 뻗어낼 수 있는
거목(巨木)이라  불릴  수 있으리니...
한 마리 피곤한 새마저도 품을 수 없다면
그대의 그 푸른 기상만으로
어찌 거목(巨木)이라 부를 수 있으랴...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 13: 31-32)


 


 출처: 최송연의 목양연가 "왕께 바치는 내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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