좐 칼빈-성령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는 끈이 되신다
좐 칼빈 2014. 11. 3. 05:08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것이 되시고 또한 우리 속에 거하셔야만 비로소 그가 아버지께로부터 받으신 축복들을 우리와 함께 나누실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가리켜 “우리의 머리”(엡4:15), “많은 형제 중의 맏아들”(롬8:29)이라 부르며, 우리에 대해서는 그에게 “접붙임”이 되었다고 하며(롬11:17), 또한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갈3:27)고 말씀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와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그가 소유하시는 모든 것이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누리고, 또한 그가 베푸시는 모든 은택을 누리는 것은 바로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말미암는다.
사도 바울은 깨끗이 씻음과 의롭다 하심에 대해서,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6:11)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성령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기 자신과 연합시키시는 끈이시라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특별한 목적으로 성령을 받으셨다. 우리를 세상과 분리시키고 우리를 영원한 기업의 소망으로 연합시키시기 위하여 친히 성령을 받으신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을 가리켜 “거룩하게 하심”의 영이라 부른다(살후2:13,벧전1:2,롬1:4). 그가 친히 우리 속에 있는 하늘의 생명의 뿌리와 씨가 되시기 때문이다.
선지자들이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해 제시하는 최고의 사실은 바로 그 나라에서는 성령께서 더욱 풍성하게 부어지리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욜2:28). 그리스도는 성령의 선물들을 지니셔서 그의 백성들에게 베풀어 주신다. 주님은 목마른 자들을 향하여 자기에게 와서 마시라고 초청하셨다(요7:37). 바울은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엡4:7) 각 사람에게 성령이 주어진다고 가르친다.
바울은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를 구하면서 동시에 “성령의 교통하심”을 거기에 덧붙이는데(고후13:13), 그것은 성령의 교통하심이 없이는 아무도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나 그리스도의 은혜를 절대로 맛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되었다”고 한다(롬5:5).
성령은 여러 칭호로 부른다. “양자의 영”(롬8:15)이라 부르는데, 이는 그가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독생자 안에서 우리를 품으셔서 우리에게 아버지가 되신 그 하나님의 값없으신 사랑을 우리에게 증거해 주는 분이시며, 또한 그에게 기도로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담대함을 주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을 기업의 “보증이며 인”이라고도 부른다(고후1:22). 성령께서는 은밀한 가운데 우리에게 물을 대어주심으로써 우리에게서 의의 싹이 돋고 의의 열매를 맺게 하시기 때문에, 그를 가리켜 “물”이라고 부르는 예가 많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사55:1), “나는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며 마른 땅에 시내가 흐르게 하며”(사44:3). 이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요7:37)과 일치한다. 그러나, 때로는 깨끗 씻어 정결케 하는 그의 능력 때문에 성령을 가리켜 “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호와께서 “맑은 물”로 그 백성들의 “모든 더러운 것”을 씻어 정결케 하리라고 약속하신다(겔36:25).
또한 성령께서 사람들에게 은혜를 부으시고 충만한 삶의 힘을 회복시키신다는 사실 때문에, 그를 가리켜 “기름”, 또는 “기름 부음”이라고도 부른다(요일2:20.27).
또한 반대로, 성령께서는 악하고 규모 없는 정욕들을 억제하시고 제거하시며, 또한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으로 불타게 하시므로, 그를 가리켜 “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눅3:16).
성령을 가리켜, 하늘의 모든 풍성한 것들이 우리에게 솟아 나오는 “샘”으로 묘사하기도 하며(요4:14), 그를 하나님의 권능을 시행하는 “주의 손”으로 묘사하기도 한다(행11:21).
요컨대, 성령께서는 그의 신적인 감동으로 신적인 생명을 우리 속에 불어넣으셔서 우리가 더 이상 우리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그의 역사하심과 자극의 지배를 받도록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있는 선한 것은 모두가 그의 은혜의 열매들이며, 그와 상관 없이 우리가 지닌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모두 정신의 캄캄한 어둠과, 마음의 비뚤어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갈5:19-21).
그리스도와의 신성한 혼인을 통하여 우리가 그의 살 중의 살이요 그의 뼈 중의 뼈가 되어 그와 하나가 되는데(엡5:30), 이 신성한 혼인이라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합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직 성령을 통해서만 우리와 연합을 이루신다. 그 성령의 은혜와 능력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되어, 그는 우리를 자기 자신 아래 있도록 지키시고, 또한 우리는 그를 소유하는 것이다.
성령의 주된 역사는 바로 믿음이다. 따라서, 성령의 능력과 역사하심을 표현하는 일상적인 용어들은 대개의 경우 믿음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서만 그가 우리를 복음의 빛으로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는데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 난 자들이다(요1:12-13).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영접한다는 것이야말로 초자연적인 선물이라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주님도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16:17)고 하셨다. 에베소 교인들에게 바울은 그들의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엡1:13) 이 역시 이와 비슷하다.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다고 하는데(살후2:13), 이는 믿음 자체의 근원이 다름 아닌 바로 성령이시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도 요한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설명한다.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우리가 아느니라”(요일3:24).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요일4:13).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이 능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리의 영”을 주셔서(요14:17), 그들이 하늘의 지혜를 받아누릴 수 있도록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성령을 가리켜 천국의 보화를 여는 열쇠라 부르는 것(계3:7)도 합당할 것이며, 또한 그의 조명하심을 가리켜 마음의 눈이라 부르는 것도 합당할 것이다.
바울은 성령의 직분을 높이 기리는데(고후3:6), 이는 내적인 교사이신 그리스도께서 친히 그의 성령을 통하여, 아버지께서 자기에게 주신 자들을 자기에게로 이끌지 않으시면(요6:44) 인간 교사들이 아무리 외쳐도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구원은 그리스도 자신에게 있다고 말씀했거니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심으로써(눅3:16) 우리를 그 구원에 동참하게 하셔서, 그의 복음을 믿는 믿음 속으로 우리를 밝히 이끄시며, 우리를 중생케 하사 새로운 피조물들이 되게 하시며(고후5:17), 그리하여 세상의 더러움에서 우리를 깨끗이 씻으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구별하여 세우시는 것이다(고전3:16-17, 엡2:21).
- 존 칼빈, 『기독교 강요』, 중권(크리스챤다이제스트), PP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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