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훼방죄와 맹세에 관한 고민과 답변]
어젯밤 어느 성도님으로부터 신앙상담을 구하는 메일이 왔습
니다. 어느 날 (군대)후임과 대화 가운데 어떤 사소한 일에 하
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였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 그 일을
생각해보니 자신이 성령을 훼방한 죄를 범한 것이 아닌가 싶
어서 최근에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고
민의 내용이었습니다. 혹시 이와 유사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여 청년에게 보낸 답신을 공유합니다. 작게
마나 신앙에 도움이 되는 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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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군인이시군요?
우선 힘겨운 군복무 중에도 하나님 앞에 마음을 둔 자로 살고
자 애쓰는 님에게 주 안에 안부와 격려를 보냅니다.

메일로나마 님의 마음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허나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령훼방죄와는
전연 관련 없는 일이니 너무 무섭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권면
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님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말씀과 교리(신
앙고백)에 대한 빈약한 이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여, 님의 고민과 관련하여 앞으로 님이 진
리를 배우고 확신함에 있어서 염두해야 할 두 가지 점을 간단
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성령훼방죄에 대한 오해와 참 의미
성령모독죄라고도 불리는 성령훼방죄는 공관복음에 모두 기
록되어 있습니다(마 12:32; 막 3:28,29; 눅 12:10). 그리고
사도 바울 쓴 서신에도 한 차례 언급하고 있습니다(딤전
1:13). 그만큼 신약성경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고의든, 무지든간에) 유독 한국 교회
에서는 이 구절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해석과 적용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사나 부흥사들이 주로 신자들에
게 자신의 말(교훈)을 강요하고자 할 때 이들 본문이나 성령
훼방죄라는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또한 신자들의 행동이 자
신의 신앙적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할 때도 그것을 성령
훼방죄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신자들은 목사
나 부흥사의 말에 조금이라도 따르지 않거나 혹은 조금만 양
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나 구원의 확신이 흔들릴 경우에 자
신이 사함을 받지 못하는 성령훼방죄를 범한 것은 아닌가 하
는 깊은 영적 자괴감과 치명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합니
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성령훼방죄를 이러한 방식으로 가
르치거나 이해하는 것은 성경의 본의를 벗어난 일입니다. 성
경에서 말하는 성령훼방죄란 사함을 받을 수 없는 죄를 가리
킵니다. 사함을 받지 못한다는 말은 극단적인 최절정에 이른
죄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귀신을 쫓아내신 예수님을 향해 도
리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 그 일을 한 것이라면 악
의적인 증오와 야멸찬 조롱으로 일관한 바리새인의 모습에서
이 죄의 전형을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바리새인의 지적은 단
지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궁금증이나 예수님에 관한 인식의
부족에서 유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
나님의 영으로 행하신 권능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권세와 정
사를 파하시고 하나님의 왕국을 세우시기 위해 오신 하나님
의 아들이며 메시야이신 그리스도를 사단의 앞잡이로 칭하
며, 그가 하신 모든 일을 마귀적인 사역으로 폄훼하였습니다.
이것은 다만 그리스도에 대한 반발이 아닙니다. 그를 세상에
구원을 이룰 자로 보내신 하나님과 그의 구원 사역을 적용하
시는 성령에 대한, 즉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 뜻을 증오하고 배
척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주님은 이런 무서원 죄에 대하여 이
것은 성령을 훼방하는 죄라고 하시면서 이 죄는 세상뿐 아니
라 오는 세상(심판의 때에 맞게 될 영원한 세상)에서도 사하
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엄히 꾸짖으셨습니다.

따라서 이 죄는 일반적인 자범죄와 성도들이 여러 가지 방식
으로 구원의 확신이 흔들리며 감소되며 심지어 중단될 때가
있는 상황에서 범하는 죄와 구별되어야 합니다. 또한 무지와
태만과 교만과 거짓말같은 죄의 본성적인 성품으로부터 야기
된 여려 형태의 죄와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참된 성도라
고 할지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성령을 근심케 하는 죄를 범하
게 되며, 지독한 시험과 절망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러한 죄들은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과 사역을 전면적으로 부
정하며, 모든 불신앙과 양심의 가책을 초월하여 하나님에 대
해 고의적이며 악의적이고 최종적으로 범하는 용서받지 못할
죄는 아닙니다. 성령훼방죄는 모든 죄의 절정이기에 모든 면
에서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와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므
로 이 죄는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뚜렷한 표징이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듭난 사람은
결코 이 죄를 범할 수 없습니다. 거듭난 자는 그리스도로 말미
암아 죄사함을 받았으며, 설령 죄 가운에 있거나 구원의 확신
이 흔들리는 상황에 있을지라도 성령의 역사에 의해 회복됨
으로써 마침내 견인하시는 은혜를 입어 구원의 완성을 경험
할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성령으로 거듭난
당신의 자녀를 결코 이러한 두려운 죄악 가운데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죄를
들어 말씀하실 때, 그 가운데 내포된 성도를 향한 위로의 메시
지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크고 심각한 죄라 할지라도
성령훼방죄만 아니라면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일을
없습니다. 다시 말해, 성령훼방죄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죄사함을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악마적인 악으로서 너무
나 불신앙적이고 뻔뻔스럽게 사악함으로 하나님의 모든 은총
을 가리며, 마지막 날까지 하나님을 향한 적대적인 의도와 행
위를 서슴지 않는 일이 아니라면,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
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입니다(요일 1:9).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께 용서받을 수 있는 근거는 오직 하나님의 부
요한 은총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와 효력은 우리가 무엇을 했다거나 무
엇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좌우되거나 변경되는 것이 아닙니
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신실하시며 인자하시며 불변하시며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속성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님의 행동은 결코 성령훼방죄라 할 수 없습니다.
님이 두려움과 자책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총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님의 심령 안에서 내주하시는 성령의 역사입니다. 따라
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죄에 대해 근심하며, 죄로부터 자
신을 분리시키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거듭난 자
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므로, 이번 일로 인해 오히
려 하나님께 더욱 진실히 나아가며 하나님을 아는 바른 지식
을 탐구하며, 그로 인해 하나님과 더 깊고 풍성한 교제 가운데
거하며, 성령과 말씀에 의지하여 거룩한 일을 사모하며 행하
며, 날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성도로서 장성해 가는 기회
가 되기를 바랍니다

2.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일의 주의사항
님의 전언에 따르면, 어떤 사소한 일에 대해 하나님의 이름으
로 맹세한 일이 마음을 상심케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성령훼방죄가 아니라, 성경적인 맹세가 무
엇인지 잘 모르는데서 발생한 일로 보입니다. 이 점에 대해 간
단하게 말씀드리면, 하나님으로 이름으로 맹세하는 일은 사
적인 차원에서 행해서는 안 됩니다. 합당한 맹세는 경건한 예
배의 한 요소로서 말씀에 합한 예배 가운데 행해야 합니다. 따
라서 이 맹세는 우리의 찬송과 영광과 경배를 받으시에 합당
하신 하나님의 이름으로만 행해져야 하기에, 결코 그 영광스
럽고 두려운 이름을 망령되이 또는 경솔하게 대하는 태도나
방식으로는 맹세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합당한 맹세는 성령과 말씀의 보증을 받아 행해져
야 합니다. 님이 후임에게 한 말은 합당한 맹세라고 할 수 없
습니다. 그럼에도 성도라면 하나님의 이름을 아무 일에나 함
부로 사용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일을 해서
는 안 됩니다. 맹세 여부를 떠나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어 일
컫는 것은 세째 계명을 범하는 가증스런 죄악입니다. 이 점을
잘 유의하여 앞으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더 존귀히 대하며 온
마음과 뜻을 다해 섬기는 성도가 되시라는 소망을 전하면서
이즘에서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주 안에 평안
출처: 개혁주의마을/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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