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의 경제적인 이익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무슬림들의 이해가 맞물려 유럽 남쪽이 몸살을 앓고 있다. 美 후버연구소 역사학자인 빅터 데이비스 핸슨(사진)은 최근 "지중해 문화가 퇴보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워싱턴 타임즈 기고글을 통해 "아랍의 봄이 북아프리카 거의 전 지역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하고, "지중해 주변의 이슬람 경제권은 산산조각이 난 상태"라며 "지중해는 종교와 정치 및 경제의 각종 긴장에 시달리는 침체된 전근대적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의 글 전문.

 

hb.jpg지중해 문화가 퇴보하는 이유

 

지브롤터의 고지대에서 바라보면 남쪽으로 14㎞가 약간 넘는 거리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이 보인다. 동쪽에는 지중해의 망망대해가 아시아까지 2400㎞나 펼쳐져 있다. 로마인들이 ‘우리의 바다’라고 불렀던 지중해 덕분에 로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유럽을 통일하여 500년 동안 세계적 문명이 번성한 단일 제국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중해는 그리스, 로마, 비잔틴, 오토만, 피렌체, 베니스 같은 역사상 위대한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브롤터의 좁은 해협에 있는 고대의 ‘헤라클레스의 기둥들’이 역사적으로 항상 발전과 번영의 표지판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오토만 제국의 등장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고전적인 도시국가들이 역사에서 사라짐에 따라 지중해는 세계적 변화의 촉매가 아니라 박물관과 더 비슷해졌다. 그에 비해 개혁과 계몽으로 활력을 충전한 북부유럽 문화는, 이슬람과의 소모적인 지구전이 벌어진 지중해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했다.

 

17세기 초가 되자 북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도는 뱃길을 이용하여 더욱 쉽고 안전하게 중국 및 인도의 부유한 시장에 도달했다. 신세계의 발견으로 지중해는 부와 문화의 동력을 또다시 외부세계에 빼앗겼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시적으로 지중해에 활력이 되살아난 듯이 보였다. 북아프리카에서 거대한 분량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었다. 수에즈운하는 유럽에서, 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페르시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유럽 통합과 아프리카 및 중동의 계속된 식민지 독립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민주적이며 상업적으로 상호 연결된 신생 국제사회가 지중해에서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되었다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아랍의 봄은 북아프리카 거의 전 지역을 혼란에 빠뜨렸다. 시리아의 유혈내전이 악화되어 레바논의 민병대와 이란의 용병부대 및 터키와 이슬람 수니파 소속 토후국들 및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중국, 유럽, 러시아, 미국 같은 무기 공급국들까지 휘말려들어 스페인 내전 같은 양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지중해 주변의 이슬람 경제권은 산산조각이 난 상태다. 유럽연합의 남쪽 부분의 경제도 마찬가지 파탄이 나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이 보조금과 대출을 놓고 다투는 가운데 물주인 북유럽은 갈수록 인내심이 줄어든다. 북아메리카와 중국 및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지가 발견됨에 따라 지중해의 에너지 공급자들과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수에즈운하의 중요성이 오래지 않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유럽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부터 젊은 무슬림 이민자들을 계속 받아들인다. 빈곤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젊은 무슬림 이민들은 불을 찾는 불나방처럼 유럽의 부유한 사회에 끌려들어 가지만 유럽을 부유하게 만들기보다는 소모품처럼 이용당할 뿐이다.

 

최근 스웨덴의 폭동과 영국 병사의 잔인한 참수행위 및 프랑스 도시 교외의 주기적인 폭동은 모두 지중해가 이제는 휴가의 관문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지중해는 종교와 정치 및 경제의 각종 긴장에 시달리는 침체된 전근대적 사회로 변하고 있다.

 

국제적인 폭력사태의 진원지라는 점 외에 지중해는 새로운 부와 기술 및 소비상품을 만들어내는 바깥세상에 중요하지 않다. 외부세계는 지중해의 과학이나 기술혁신의 덕을 별로 보지 않고 발전 중이다.

 

지중해가 부흥하기에 앞서서 입헌정부들이 무슬림세계 전역에 수립될 필요가 있다. 화석처럼 경직된 유럽연합의 관료체제는 근본적 개혁을 하든가 없어져야 한다. 경제적 신념과 번영 및 안보가 보장된 풍토가 만들어져야 새로운 세대의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지중해 문화는 지금 21세기로 발전하기보다는 침체된 18세기의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빅터 데이비스 핸슨 (美 후버연구소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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