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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소곡

문덕수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그대 가슴속 꽃밭의 후미진 구석에
가녀린 하나 풀잎으로 돋아나
그대 숨결 끝에 천 년인 듯 살랑거리고
글썽이는 눈물의 이슬에 젖어
그대 눈짓에 반짝이다가
어는 늦가을 자취 없이 시들어 죽으리.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지금은 전생의 숲속을 헤매는 한 점 바람
그대 품속에 묻히지 못한 씨앗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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