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美鬪)" / 임보 



진달래가 
벌에게 당했다고 하니
민들레도 
나비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화 산수유 복숭아 
살구 자두 들이 떼를 지어 
‘나두! 나두! 나두!’ 
아우성을 쳤다

드디어
벌과 나비들이 
얼굴을 싸쥐고
은둔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해
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못 달고
세상은 깊은 흉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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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인들의 시와 동양화

 



김홍도의그림 (호암미술관 소장)






탄노가 (嘆老歌)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터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 (1263~1343) 호는 역동,
고려 충숙왕때의 학



하여가 (何如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려보세


이방원(1371~1422) 조선 제3대 임금 태종
이 아직 임금이 되기전 정몽주가 이성계의
병문안을 왔을때 정적 정몽주의 의향을 떠
보며 회유를 하려는 '하여가' 노래다.


 


단심가(丹心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포은 정몽주 (1337~1392) 고려 공민왕때
벼슬은 문하시중 이방원의 '하여가' 에
대한 정몽주의 응답의 노래이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목은 이색 (1328~1396) 고려말의 대유학자로
공민왕때 문하시중 우국충정을 담은 노래로
여기서 세 가지는
'구름: 이성계의 신흥세력
'매화: 우국지사
'석양: 고려 왕조를 의미. 

 



삼은(三隱)? 

 
고려 시대의 선비들은 아호에 '은'(隱) 자를
많이 썼는데 이는 망한 고려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키며 숨어서 은거(隱居)한다는 뜻으로


포은(圃隱)정몽주, 목은(牧隱)이색,
야은(冶隱)길재 등 세 사람을 말한다. 

 

 


회고가(懷古歌)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랐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련가 하노라 

 

야은 길재 (1353~1419) 고려말 공민왕때의
학자 이방원이 태상박사의 벼슬을 내렸으나
고사하고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다.
이를 '회고가' 라고 한다.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가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씨 (정몽주의 어머니)
'새오나니: 시기하나니
'조히: 깨끗이
아들에 대한 훈계의 노래다.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 뿐인가 하노라

태종조때의 영의정 이직, 호는 형제,
사람을 겉 모습만으로 비평하지 말것이며 겉
모양은 훌륭하여도 마음이 검은 사람도
많다는 경계의 노래다.

강호에 봄이드니 이 몸이 일이하다
나는 그물 깁고 아희는 밭을 가니
뒤뫼에 엄 긴 약초를 언제 캐려 하나니

황희(1363~1452) 호는 방촌, 공민왕~문종
때의 영의정
이 노래는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전원 생활을하며 평화롭고 아름
다운 농촌의 봄 풍경을 읊은 노래.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 말동 하여라

김상헌 (1570~1652) 인조때의 정치가
병자호란때 끝까지 싸울것을 주창한 척화
신으로 심양에 인질로 가며 읊은 우국
충정의 노래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칠 아이는 여태 이럿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남구만 (1629~1711) 효종때 등제하여
영의정 역임,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하며
농촌의 평화로움을 그린 노래.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야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을손 바위 뿐인가 하노라.

윤선도 (1587~1671)호는 고산, 효종의 스승
이기도함. 오우가(五友歌) 중에 일생을
유배지에서 보내다 싶이한 불운한 학자요
정치가였다. 인생무상을 읊었다.

자네 집에 술 익거던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술 익거던 나도 자네 청하옵세
백년 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라

김육 (1580~1658) 호는 잠곡, 영의정을 역임
술도 술이려니와 우정을 잘 표현.


 


술을 취케 먹고 둥글게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정태화 (1602~1673) 호는 양파,
영의정을 지냄, 낙향하여 벗들과 더불어
술 마시는 심경을 노래로 표현.



붕우가(朋友歌)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요
마음이 천리오면 지척이라도 천리로다
우리는 각재 천리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작자미상)
여기 각재의 '재' 는 있을 '在'자,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처세가(處世歌) 

 
들은 말 즉시 잊고 본 일도 못 본듯이
내 인사 이러하매 남의 시비 모르로다
다만 손이 성하니 잔 잡기만 하노라

송인 (1517~1854) 중종~선조 중종의 부마
일일히 참견하지 말고 듣고도 못 들은체
보고도 못 본체하는 처세술을 노래.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물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절로 자란몸이 늙기도 절로하여라

김인후 (1510~1560) 호는 하서,
중종~명종 학자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님 계신 데 보내고져
님이 보신 후에야 녹아진들 어떠리

정철 (1536~1593) 호는 송강,
사랑하는 님에게 흰 눈과 같은 자신의 맑은
마음을 알리려는 연군의 정을 노래.



탄로가(嘆老歌) 

 
뉘라서 날 늙다던고 늙은이도 이러한가
꽃 보면 반갑고 잔 잡으면 웃음난다
추풍에 흩날리는 백발이야

낸들 어이하리요

김정구 (연산군때 사람)
이 노래에서의 꽃은 여자를 의미.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 이 있을지니 흙인듯이 있거라

윤두서(1668~?) 호는 공제, 유선도의 증손
겸허한 처세관으로 현인은 아무리 초야에
묻혀 있어도 자연히 알려지게 된다는..



오륜가(五倫歌)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부모옷 아니시면 내 몸이 없으렸다
이 덕을 갚으려니 하늘 끝이 없으리

주세붕의 오륜가 (1495~1570)
백운동 서당을 창건하며 서원의 창시자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엇더리

황진이 (본명은 진, 기명은 명월) 중종때의
송도 명기, 시 서화 음률에 뛰어남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스승의 죽음을 노래함)




     - 옮긴 글-



 

친구여~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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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ft 1

 

Mountain/Sean Kelly

 

Try to be a mountain.

I would like to be one.

It would calm and quiet.

A peaceful  town, nestled at my foot.

Smoke curling gently from chimneys.

The town has a harbor, with fishing boat.

And beyond, the nice calm peaceful ocean.

The pine trees sway in the breeze

Clouds cover my peaks like a gentle blanket.

 

I hear the sounds of the quiet town,

The sounds from the tavern,

The men mining in the caves,

Picks and hammers  rising in the caves.

Taking out large deposits of ore.

The mix of industrial sounds, with natural sounds, it is odd, with even.

The blue ocean rippling in the breeze.

Imagine.

 

I feel. The calm air.

Not rough.

Not bumpy and uneven like a rock wall.

Gentle and soft, like a fluffy pillow.

It is like this when you are a mountain.

It is nice.

But, it can get boring, an empty chalkboard,

Sitting there all the time.

Nothing to do. But watch,

Wait,

And wait.

All the time.

 

I think that time is walking on.

I’m not sure.

I notice bodies being carried to the graveyards.

I sense people being born.

It is depressing, a cold dreary time,

Yet happy, a bright sunny day.

I watch the town grow and shrink.

I keep thinking about things.

I know I will eventually die.

Nothing lives forever.

I don’t mind.

Living is like a birthday present.

Dying is a school critic’s Monday mornig.

This is how I live.

 

 

(11세 천재 소년의 詩)

 

(Mountain)/Sean Kelly

 

하나의 산이 되어보십시오

나는 산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평온하고 조용합니다.

평화로운 마을이, 발아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굴뚝에서 부드럽게 감는 연기.

마을에는 항구가  있고, 낚시 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너머, 평화로우며 조용하고 멋진 바다.

소나무는 산들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구름은 부드러운 담요처럼 봉우리를 덮습니다.

 

나는 조용한 마을의 소리를 듣습니다.

선술집의 소리,

동굴에서 채굴하는 남자들,

망치를 들고 올렸다 내렸다 하며.

대규모의 광석을 캐냅니다.

산업 소리와 자연의 소리가 섞인 것은 고르면서 이상합니다.

산들 바람에 잔물결이 출렁이는  푸른 바다.

상상해보십시오.

 

나는 느낍니다. 잔잔한 공기를.

거칠지 않습니다.

고르지 않은 바위벽처럼 울퉁불퉁하지 않습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솜털 베개처럼.

그대가 산일 이와 같습니다.

그거 좋네.

그러나 그것은 빈칠판처럼 지루할 있습니다,

거기 항상 앉아 있으니.

바라보는 외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다림,

바라봄,

그리고 기다림.

항상.

 

나는 시간이 걷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시체들을 묘지로 옮겨가는 것을 봅니.

나는 사람들이 태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은 우울하며, 차갑고 지루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행복하고 화창한 날도 있습니다.

나는 마을이 성장하고 수축하는 것을 지켜 봅니다.

나는 계속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결국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영원한 것이란 무엇도 없습니다.

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삶은 생일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죽어가는 것은 학교 평론가의 월요일 아침입니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번역: 최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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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판결 억지탄핵

    민초  허보영




국민들이 투표하여 대통령을 뽑았는데

헌재판결 정치탄핵 억지탄핵 웬말인고

헌재법관 역사앞에 진실앞에 떳떳하며

진정으로 법과양심 정의앞에 떳떳하나

 

천신고아 박대통령 마음둘곳 없는신세

친구하나 두었기로 그게탄핵 죄이던가

구중궁궐 높은담에 말벗하나 두었기로

피눈물도 없는자여 너희한번 당해보라


고영태와 그일당의 사기사건 본질인데

순실이와 박대통령 공범엮어 탄핵하나

재임중에 형사소추 면제특권 있을진대

의혹뿐인 공소장에 대통령을 탄핵하나


무소불위 특별검찰 고영태를 수사하고

손석희도 수사하고 김성현이 수사하라

이기자도 수사하고 사건전모 파헤쳐서

모든진실 확인되면 그때가서 판결하라


좌파국회 정치검찰 선동언론 쓰나미로

온국민을 현혹하여 탄핵으로 몰고갔네

민주국가 모든백성 묵비권의 권리있고

재판없이 유죄없다 헌법권리 못누리나


헌법수호 책임지라 국민들이 맡긴권력

국회권력 시녀되니 안타깝고 한심하다

헌법아래 국회있고 삼권분립 있을진대

헌법정신 앞세워서 대통령을 탄핵하나


죄없는자 돌로치라 성경말씀 못들었나

세상사람 죄없는자 찾을수가 없을진대

대통령을 죄뮫는자 너희들은 죄가없나

너희배후 좌파권력 세상사람 알고있다


온세계가 부러하는 대한민국 왜이러나

무너졌다 대한민국 법치국가 무너졌다

삼권위에 국회권력 헌재까지 농락하니

무소불위 죄파권력 온나라를 휩쓸구나

 

대한민국 주변에는 오대강국 있을진대

북한핵이 머리위에 중국협박 도를넘고

러샤푸틴 스토롱맨 일본아베 기를꺽고

우방미국 트럼프도 국수주의 스토롱맨

 

대한민국 온국민이 똘똘뭉쳐 모자란데

여당없는 다섯야당 나랏일이 걱정이라

조선시대 당파싸움 날이새고 지던때에

임진왜란 병자호란 역사에서 못배웠나


소돔땅과 고모라땅 의인열명 못찾아서

유항불로 심판받은 성경말씀 못읽었나

헌재판관 의인일까 국회의원 의인일까

각료중에 의인있나 혹시찾다 못찾았네

 

오늘날에 대한민국 의인열명 못찾아서

좌파정권 들어서면 나라장래 위태롭다

남북간에 평화협정 미군철수 주장하고

남북정당 정치협상 주체사상 세상된다

 

백성들아 정신차려 나라위해 기도하자 

후회해도 소용없다 땅을쳐도 소용없다

월남패망 반면교사 세계역사 바로보고

자랑스런 나의조국 자손만대 물려주세


 

주후 2017년 3월 10일 무명민초 분개하여 불면중에 시를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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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의 추억/ 김성훈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
        이런 날엔,
        당신 생각이 나요.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지....
        김치전에 막걸리를 마시다가도
        창밖으로로 지나 가는 노랑색,

        파란색 우산밑의 戀人들이
        당신과 나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른팔은 "쭉"펴면
        그 안에"쏙"하고 들어와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肩胛骨뒤로 날개제거한 상처가
        비만 오면 아프다고 했지, 아마 당신.

        팔뒤꿈치가 당신을 닿을 때마다,
        한우산 안에
        우리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되곤했지요.

        그대.
        지금 집에 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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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전의 思夫曲(사부곡)

 


* 400년전의 思夫曲(죽은 낭군을 그리워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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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몇 년 전 추석무렵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고성 이씨 분묘 이장 시에 발견한
    미이라와 유품들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시신을 염할 때 입혔던 옷가지 등이
    우리 복식사나 풍습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하여
    TV에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이라의 주인공인 이응태의 품에서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낸 한글 편지 한 통이
    416년 만에 같이 공개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ㅡ눈물로 쓴 400년 전의 사부곡(思夫曲)ㅡ

    사부곡(思夫曲)은 죽은 남편을 못 잊어 그리워하는
    아내의 가슴 도려내는 그리움의 읊음이다
    지난 1998년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의 한 양반가의
    오래된 묘지를 이장하던 중 무덤 안에서 조선 중기에 쓴
    한 여인의 한글편지가 한 통 발견되었다.

    412년이라는 세월을 넘어서 세상에 알려진 이 편지는
    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 살았던 경남 고성이씨(固城李氏)
    이응태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써서
    죽은 남편의 품에 넣어준 만사(輓詞)이다.

    만사(輓詞)-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적은 글 輓-수레끌만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이편지는
    어찌 나를 두고 당신이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몰래 와서
    당신모습 보여주세요...라며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과 생전의 각별했던 부부애를 애틋한 필체로 표현하고 있는
    죽은 남편을 그리는 사부곡(思夫曲)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6년 전인 1586년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임종 후 장례 전날까지의 짧은 시간에
    써 내려간 이 글은 원지 절반 크기의 한지에 촘촘하게 적혀 있다.
    하고픈 말이 더 있는데 쓸 종이의 지면이 부족하자 종이를 옆으로
    돌려 상단 남은 부분에 다시 빼곡하게 적을 정도로 지아비를 그리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또 무덤 안에는 저승갈 때 신고 가라고 이씨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줄기와 함께 정성껏 역은 미투리와
    남편이 소중히 여겼던 아직 태어나지 않는 복 중의 아이에게 줄
    배냇저고리까지 함께 들어 있어 죽은 남편의 넋을 위로하려는
    각별했던 정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남편을 그리워한 이씨 부인이
    정작 어디에 묻혀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이 기사는 전하고 있다.

    이 편지는 당시 엄격한 남녀유별의 유교사상 속에서
    이처럼 때 묻지 않고 허물없는 애정표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뜻밖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와 남편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또 존중했던 당시 조선사회의 남녀 평등한 사고 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았지만 정신만은 영원히 함께 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이야기는 툭하면 이혼하고
    자기만 위로 받으려는 이기주의 생각으로 나날이 엷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부부와 가족 간에 대한 사랑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00년 전 진실로 서로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
    비록 육신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그들의 영혼만은
    지난400년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을 것이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가슴에 고이 품어주었던 마지막 편지였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 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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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어온 감동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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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물 쏟는 주님


어둠에서 완전히 깨어
주님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철 없이 보내 버린 날들은
갈대 같은 몸짓으로 입맞춤을 바라는 입술이
무색 하도록 가여운 그런 밤이었습니다.
유난히도 달은 밝아 예전 보다 더 애틋하게
주님을 그립게 하던 그런 밤이었습니다.

나의 새 삶이여 나의 영원한 생명이여
나 주님을 사랑 합니다.
주님을 향한 나의 계절은 변함이 없습니다.
내게 사랑이 시드는 음지는 없습니다.
절망 마저 주님께 맡겨 놓은
내겐 정녕 두려움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떠나 가고 이 큰 세상에
덩그라니 홀로 남는다 하여도 주님이 내게 주신
진실한 사랑과 거룩한 희생을 가슴에 품고
나는 이 땅에 무너짐 없는 소망의 탑을 쌓으렵니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오고 아침이 밝을 때 까지도
알아 주는 이 없는 나의 삶을 바라 보며
눈물 쏟는 주님이여!
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님을 사랑 합니다.
진정 내 생명보다 소중한 주님을 사랑 합니다.

이제 가을은 진한 커피향과 함께
하얀 눈꽃으로 피어 납니다.
머지 않아 봄도 올 것입니다.

이렇게 변화 하는 영물화(詠物畵)속에서
나의 별이 금 초록 빛을 발할 때
주님 곁에서 영원토록 노래할 날 위해
인적 없는 땅에 나의 별을 파종 하러 가겠습니다.



<그대 채울 수 없는 빈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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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갈래길..여러분의 선택은!!




 


" 가지 않은 길 "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오래 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꺽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 걸은 자취가 적었습니다.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 적어

아무에게도 더렵혀지지 않은 채 묻혀  있었습니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프루스트의 시 )



      

                                                             

 

출처: 맑은 누리/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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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 어매 우리 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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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매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뭣할라고 날 낳았던가
날라거든 잘 낳거나..
못날라면 못 낳거나..
살자허니 고생이요. 
죽자허니 청춘이라
요놈 신세 말이 아니네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뭣할라고 날 낳았던가
 
님아 님아.. 우리 님아
속알머리 없는 님아..
겉이 타야 님이 알제 
속만 타면 누가 아나
어떤친구 팔짜 좋아..
장가한번 잘도 가는데
몹쓸 놈의 이내 팔짜..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뭣할라고 날 낳았던가(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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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외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느할머니의 소지품중 유품으로 단하나 남겨진 이 시가 양로원 간호원들에 의해 읽혀지면서 간호원들의 가슴과 전세계 노인들을 울린 감동적인 글 입니다.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원 아가씨들. 제가 어떤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묻고 있답니다. 당신들은 저를 보면서 대체 무슨생각을 하나요. 저는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고, 성질머리도 괴팍하고, 눈초리 마저도 흐리멍텅한 할망구 일테지요. 먹을때 칠칠치 못하게 음식을 흘리기나하고 당신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한번 노력이라도 해봐욧!!" 소리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할줄도 모르는것같고 늘 양말 한 짝과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답답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인가요? 그게 당신들 눈에 비쳐지는'나'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 보세요. 그리고 제발 나를 한번만 제대로 바라봐 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어넘기는 제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해 줄게요. 저는 열살짜리 어린 소녀였답니다. 사랑스런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언니,동생들도 있지요. 저는 스무살의 꽃다운 신부랍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있는 아름다운 신부랍니다. 정다운 남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고 그러던 제가 어느새 스물다섯이되어 아이를 품에안고 포근한 안식처와 보살핌을 주는 엄마가 되어있답니다. 어느새 서른이 되고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제 품에만 안겨있지 않았답니다. 마흔살이 되니 아이들이 다자라 집을 떠났어요 하지만 남편이 곁에있어 아이들의 그리움으로 눈물로만 지새우지는 않는답니다. 쉰살이 되자 다시금 제 무릎위에 아가들이 앉아있네요. 사랑스런 손주들과 나 행복한 할머니 입니다. 암울한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홀로 살아갈 미래가 두려움에 저를 떨게하고 있네요. 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들이 없답니다. 젊은시절 내 자식들에 퍼부었던 그 사랑을 뚜렸이 난 기억 하지요. 어느새 노파가 되어 버렸네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 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쇠약해가고 우아했던 기품과 정열은 저를 떠나버렸어요. 한때 힘차게 박동하던 내 심장자리에 이젠 돌덩이가 자리잡았네요. 하지만 아세요?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16세 처녀가 살고 있음을... 그리고 이따금씩은 쪼그라든 제 심장이 쿵쿵대기도 한다는것을.. 젊은 날들의 기쁨을 기억해요. 젊은 날들의 아픔도 기억해요. 그리고 이젠 사랑도 삶도 다시 즐겨보고 싶어요. 지난세월을 되돌아보니 너무도 짧았고 너무도 빨리 가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했던 영원한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때가 온것같아요. 모두들 눈을 크게 떠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봐 주세요. 제가 괴팍한 할망구라뇨? 제발 제대로 한번만 바라보아주어요. '나'의 참 모습을 말예요." 누구나 다 똑같이 늙어 갑니다 나이가 든다는것,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게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날인지 어렸을때 어른들은 우리에게 참 좋은때다 라고 말했지요 지금의 저를 보고 더 연세가 있으신분들은 지금도 좋은 때다라고 제게 말하곤 합니다 이 좋은때에 정열을 불태워 뭔가를 할수 있다는건 정말 소중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따뜻한 사랑의 표현을 실천해보세요. 아름다운 하루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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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은 고마웠습니다 답례하고 싶어 불러냅니다 그러나 날 위해 밥을 짓고 밤 늦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지치고 힘든 어머니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파하던 어머니 걱정을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한 잘못은 셀 수도 없이 많아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알게돼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머니 서울여대 공모전 대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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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물
- 도 종 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

 

어머니는 그런 세상을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두살 동생을 등에 업으시고' 다섯살 내 손잡으시며 머리에는 떡 광주리를 이셨습니다 시장 동네 돌며 떡 장사를 했었지요 지독한 가난이라 이고 지고 잡고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고생을 새벽잠 눈비비며 칭얼대는 아이 업고 철부지 내 손잡고 떡 광주리를 이고 사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세상을 사셨습니다 젊음 한때를 이고 잡고 업고 그것이 사는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있는 아침중에서>


p>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이리/ 마야 앙겔루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더라 장미가 좋아 꺾었더니 가시가 있었고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 내가 목동이라면 당신에게 한잔의 우유를 드리겠고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에게 한 편의 시를 드리겠지만 나는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자이기에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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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年代式 사랑
-김 성훈



약간은 불편하고
조금은 촌스런 시대,

熱力學지식이 부족해서
방안에서도 허연 입서리가
방점처럼 음절을 찍어대 던 시절,

누가 하나 먼저 죽으면
한쪽이 멍하니
밥을 못 먹는 그런 시대,

대신,
아이리시 수녀가 짠
거북이 목 스웨터가
눈만 땡그런 그녀 모습에
너무 잘 어울리던 시대,

태양을 닮은 그녀,
바다에서 온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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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 칼릴 지브란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7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8
내 영혼이 나에게 시간을 헤아리라고 훈계했네
"어제가 있었고, 또 내일이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 그 때까지 나는
과거란 단지 잃어버린 채 잊혀질 시대라고 생각했었고
미래란 내가 얻을 수 없는 시대라고 여겨왔었네.

이제는 이것을 배웠다네.
덧없는 현실 속에서도 모든 시간이란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얻어지는 것이며
마침내는 실현되리라는 것을.

9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나의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언덕이
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10
내 영혼이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서 보고
그들이 깨어 있을 때 베개를 찾아 나서라고.
내 생애 동안 나는 그들의 꿈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내게 그러했었네

그러나 이제, 낮에는 내 꿈 속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자는 밤에는 그들이 자유로움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함께 누리게 되었네.

그림: DANIEL GERHART


1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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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가 누구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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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직접 빛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등대였는지 알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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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등대 아래에 머물기만 했었기에

그때는 미처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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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을 때 비로소 그가 보인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지난후 알게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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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까이 있었기에 나는 알지 못하였지요.

그가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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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언제나 나를 밝혀주었음에도

나는 그때 그 것이 무엇인지 몰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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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을 늘 지나쳐 배회만 하였을뿐

나는 그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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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 내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그 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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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던 그가 내게 바라던 것은 오직 하나 -

내가 창공을 훨훨 날아 오르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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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창공을 마음껏 누비며

하얀 구름처럼 꿈을 펼지기를 원했던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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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답니다.

그가 거친 암반 위에 힘들게 서 있었던 것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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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말없이 있어주었기에

그가 있던 자리의 힘겨웠음을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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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그가 밝힌 빛을 외면한 채

세상의 관심만 쫒는 탕아(蕩兒)였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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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 고마운 등대를

오히려 빛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 생각하기도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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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멀리 시선을 두라고 하던 그 -

그가 자신을 태워 나를 밝히려 했음을 이제야 깨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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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밝히기 위해 고난을 딛고 서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나는 왜 그것을 깨닿지 못하였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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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이제야 깨닿습니다. 

그가 서있던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자리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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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고, 감미로운 미풍이 세상을 어루만져도

그는 그 것을 차마 음미하지 못하였음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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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있던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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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폭풍이 이는 자리 -

그래도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준 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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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힘들 때 

은은한 빛으로 위안과 용기를 주던 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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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세월이 지나

이제야 느껴봅니다.

 

그가 낮에도 그렇게 빛나고 있었음을....

그가 멀리서 나를 인도해 지금에 이르게 하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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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있어 세상이 아름다웠고...

그가 있어 행복을 떠올릴 수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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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웠던 그대 -

 긴 세월을 돌아 이제야 느껴봅니다.

 

흠 흠

그대를... 그대를 사랑해요...

 

****

 

등대가 그리워 집니다.

인생의 등대가 되어준 사람들...

 

아직 그 자리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세월이 조금은 두렵습니다.

 

기나긴 인생 길...

그리고 수 많은 삶의 질곡들...

그 속에 빛이 되어준 등대 -

 

과연 여러분의 등대는 무엇이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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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파도 앞에서

 

 - 이 해 인 -

 

 

 

바다에 나가

큰 소리로 빌었습니다

 

부디

출렁일 준비를 하십시오

 

겉으로 드러나는 고요함으로

평화를 측정하진 말라고

파도가 나에게 말해줍니다

 

멈추지 않아야 살 수 있다고

출렁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오늘도 파도 앞에서

큰 소리로 빌었습니다

 

 

 

 

* 이해인 시집 '작은 기쁨'(열림원)중

 

 


Amembo _ Chris Glass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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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이리/ 마야 앙겔루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더라 장미가 좋아 꺾었더니 가시가 있었고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 내가 목동이라면 당신에게 한잔의 우유를 드리겠고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에게 한 편의 시를 드리겠지만 나는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자이기에 오직 드릴 것은 사랑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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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feuilles mortes

Simone, allons au bois : les feuilles sont tombées ;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êles épaves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l'air si dolent à l'heure du cré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Quand le pied les é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â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Viens :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 déjà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시몬,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황혼이 질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다
        바람이 휘몰아칠때 낙엽은 정답게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발이 밟을때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소리를낸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가까이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밤이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은소리가?
              

 
*****************************************************************************
프랑스의 소설가·시인·극작가·문예평론가인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의 시.



1892년 간행된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레미 드 구르몽이 34세 때에 출판한 것으로, 작가 특유의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부조된 '시몬'이란 여성에 대한 깊고 강렬한 애정이 담긴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의 형식은 내재율을 지닌 자유시이며, 지성과 관능이 미묘하게 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낭만적 서정시이다. 가을 낙엽을 시의 제재로 삼아 인생에 대한 단상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시의 첫구절에서 청유형 어미를 활용해 상징적인 여성인 '시몬'에게 가을숲으로 가자고 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표현을 후렴구처럼 반복 사용함으로써, 시에 전체적인 통일성과 음악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묘한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반복기법은 '시몬'이라는 여성에 대한 작가의 간절한 동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 시는 1889년 문예지 《메르퀴르 드 프랑스 Mercure de France》를 창간해 상징주의를 옹호하는 비평과 미학이론을 발표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레미 드 구르몽의 대표적인 상징시로 오늘날에도 전세계적으로 널리 애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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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없어

울적할 떄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 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아니한가 

 

이정하 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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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의 묘지
     
      폴 발레리
           
      비둘기들 노니는 저 고요한 지붕은
      철썩인다 소나무들 사이에서, 무덤들 사이에서.
      공정한 것 정오는 저기에서 화염으로 합성한다
      바다를, 쉼없이 되살아나는 바다를!
      신들의 정적에 오랜 시선을 보냄은
      오 사유 다음에 찾아드는 보답이로다!
     
      섬세한 섬광은 얼마나 순수한 솜씨로 다듬어내는가
      지각할 길 없는 거품의 무수한 금강석을,
      그리고 이 무슨 평화가 수태되려는 듯이 보이는가!
      심연 위에서 태양이 쉴 때,
      영원한 원인이 낳은 순수한 작품들,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지식이로다.
     
      견실한 보고, 미네르바의 간소한 사원,
      정적의 더미, 눈에 보이는 저장고,
      솟구쳐오르는 물, 불꽃의 베일 아래
      하많은 잠을 네 속에 간직한 눈,
      오 나의 침묵이여!…… 영혼 속의 신전,
      허나 수천의 기와 물결치는 황금 꼭대기, 지붕!
     
      단 한 숨결 속에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경에 올라 나는 내 바다의
      시선에 온통 둘러싸여 익숙해진다.
      또한 신에게 바치는 내 지고의 제물인 양,
      잔잔한 반짝임은 심연 위에
      극도의 경멸을 뿌린다.
     
      과일이 향락으로 용해되듯이,
      과일의 형태가 사라지는 입 안에서
      과일의 부재가 더없는 맛으로 바뀌듯이,
      나는 여기 내 미래의 향연을 들이마시고,
      천공은 노래한다, 소진한 영혼에게,
      웅성거림 높아가는 기슭의 변모를.
     
      아름다운 하늘, 참다운 하늘이여, 보라 변해 가는 나를!
      그토록 큰 교만 뒤에, 그토록 기이한,
      그러나 힘에 넘치는 무위의 나태 뒤에,
      나는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니,
      죽은 자들의 집 위로 내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 가여린 움직임에 나를 순응시키며.
     
      지일(至日)의 횃불에 노정된 영혼,
      나는 너를 응시한다, 연민도 없이
      화살을 퍼붓는 빛의 찬미할 정의여!
      나는 순수한 너를 네 제일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스스로를 응시하라!……그러나 빛을 돌려주는 것은
      그림자의 음울한 반면을 전제한다.
     
      오 나 하나만을 위하여, 나 홀로, 내 자신 속에,
      마음 곁에, 시의 원천에서,
      허공과 순수한 도래 사이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재하는 내 위대함의 반향을,
      항상 미래에 오는 공허함 영혼 속에 울리는
      가혹하고 음울하며 반향도 드높은 저수조를!
     
      그대는 아는가, 녹음의 가짜 포로여,
      이 여윈 철책을 먹어드는 만(灣)이여,
      내 감겨진 눈 위에 반짝이는 눈부신 비밀이여,
      어떤 육체가 그 나태한 종말로 나를 끌어넣으며
      무슨 이마가 이 백골의 땅에 육체를 끌어당기는가를?
      여기서 하나의 번득임이 나의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닫히고, 신성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찬,
      빛에 바쳐진 대지의 단편,
      불꽃들에 지배되고, 황금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곳, 이토록 많은
      대리석이 망령들 위에서 떠는 이곳이 나는 좋아.
      여기선 충실한 바다가 나의 무덤들 위에 잠잔다!
     
      찬란한 암케여, 우상숭배의 무리를 내쫓으라!
      내가 목자의 미소를 띄우고 외로이
      고요한 무덤의 하얀 양떼를,
      신비로운 양들을 오래도록 방목할 때,
      그들에게서 멀리하라 사려 깊은 비둘기들을,
     
      여기에 이르면, 미래는 나태이다.
      정결한 곤충은 건조함을 긁어대고,
      만상은 불타고 해체되어, 대기 속
      그 어떤 알지 못할 엄숙한 정기에 흡수된다……
      삶은 부재에 취해있어 가이없고,
      고초는 감미로우며, 정신은 맑도다.
     
      감춰진 사자(死者)들은 바야흐로 이 대지 속에 있고,
      대지는 사자들을 덥혀주며 그들의 신비를 말리운다.
      저 하늘 높은 곳의 정오, 적연부동의 정오는
      자신 안에서 스스로를 사유하고 스스로에 합치한다.
      완벽한 두뇌여, 완전한 왕관이여,
      나는 네 속의 은밀한 변화이다.
     
      너의 공포를 저지하는 것은 오직 나뿐!
      이 내 뉘우침도, 내 의혹도, 속박도
      모두가 네 거대한 금강석의 결함이어라……
      허나 대리석으로 무겁게 짓눌린 사자들의 밤에,
      나무뿌리에 감긴 몽롱한 사람들은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어버렸다
     
      사자들은 두터운 부재 속에 용해되었고,
      붉은 진흙은 하얀 종족을 삼켜버렸으며,
      살아가는 천부의 힘은 꽃 속으로 옮겨갔도다!
      어디 있는가 사자들의 그 친밀한 언어들은,
      고유한 기술은, 특이한 혼은?
      눈물이 솟아나던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간다.
     
      간지 소녀들의 날카로운 외침,
      눈, 이빨, 눈물 젖은 눈시울,
      불과 희롱하는 어여쁜 젖가슴,
      굴복하는 입술에 반짝이듯 빛나는 피,
      마지막 선물, 그것을 지키려는 손가락들,
      이 모두 땅 밑으로 들어가고 작용에 회귀한다.
     
      또한 그대,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바라는가
      육체의 눈에 파도와 황금이 만들어내는,
      이 거짓의 색체도 없을 덧없는 꿈을?
      그대 노래하려나 그대 한줄기 연기로 화할 때에도?
      가려므나! 일체는 사라진다! 내 존재는 구멍나고,
      성스런 초조도 역시 사라진다!
     
      깡마르고 금빛 도금한 검푸른 불멸이여,
      죽음을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만드는,
      끔찍하게 월계관 쓴 위안부여,
      아름다운 거짓말 겸 경건한 책략이여!
      뉘라서 모르리, 어느 누가 부인하지 않으리,
      이 텅빈 두개골과 이 영원한 홍소(哄笑)를!
     
      땅밑에 누워 있는 조상들이여, 주민 없는 머리들이여,
      가래삽으로 퍼올린 하많은 흙의 무게 아래
      흙이 되어 우리네 발걸음을 혼동하는구나.
      참으로 갉아먹는 자, 부인할 길 없는 구더기는
      묘지의 석판 아래 잠자는 당신들을 위해 있지 않도다
      생명을 먹고 살며, 나를 떠나지 않도다.
     
      자기에 대한 사랑일까 아니면 미움일까?
      구더기의 감춰진 이빨은 나에게 바짝 가까워서
      그 무슨 이름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리!
      무슨 상관이랴! 구더기는 보고 원하고 꿈꾸고 만진다!
      내 육체가 그의 마음에 들어, 나는  침상에서까지
      이 생물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제논! 잔인한 제논이여! 엘레아의 제논이여!
      그대는 나래 돋친 화살로 나를 꿰뚫었어라
      진동하며 나르고 또 날지 않는 화살로!
      화살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는도다!
      아! 태양이여…… 이 무슨 거북이의 그림자인가
      영혼에게는, 큰 걸음으로 달리면서 꼼짝도 않는 아킬레스여!
     
      아니, 아니야!…… 일어서라! 이어지는 시대 속에!
      부셔버려라, 내 육체여,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신선한 기운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
      나에게 내 혼을 되돌려준다…… 오 엄청난 힘이여!
      파도 속에 달려가 싱그럽게 용솟음치세!
      그래! 일렁이는 헛소리를 부여받은 대해(大海)여,
      아롱진 표범의 가죽이여, 태양이 비추이는
      천만 가지 환영으로 구멍 뚫린 외투여,
      짙푸른 너의 살에 취해,
      정적과 닮은 법석 속에서
      너의 번뜩이는 꼬리를 물고 사납게 몰아치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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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북아일랜드의 한 정신의학 잡지에 실린
    어느 할머니의 시를 소개합니다.

    스코트랜드 던디 근처 어느 양로원 병동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의 소지품 중
    유품으로 단하나 남겨진 이 시가 양노원 간호원들에
    의해 발견되어 읽혀지면서

    간호원들의 가슴과 전 세계 노인들을 울린
    감동적인 시입니다.

    이 시의 주인공인 "괴팍한 할망구"...는 바로
    멀지않은 미래의 우리 자신들 모습이 아닐런지요.... 

    *****************************************
    **"괴팍한 할망구..."**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원 아가씨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묻고 있답니다.
    당신들은 저를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저는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고...
    성질머리도 괴팍하고...
    눈초리마저도 흐리 멍텅한 할망구 일테지요

    먹을때 칠칠맞게 음식을 흘리기나 하고
    당신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한번 노력이라도 해봐욧!!"
    소리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 할줄도 모르는 것 같고
    늘 양말 한짝과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답답한 노인네....

    목욕하라면 하고...
    밥 먹으라면 먹고...
    좋던 싫던 당신들이 시키는 데로
    할 일 없이 나날만 보내는 무능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인가요.
    그게 당신들 눈에 비쳐지는 "나"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보세요.
    그리고 제발...
    나를 한번만 제대로 바라봐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어 넘기는 제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해줄께요

    저는 열살짜리 어린 소녀랍니다.
    사랑스런 엄마와 아빠...그리고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지요.

    저는 방년 열여섯의 처녀랍니다.
    팔에 날개를 달고
    이제나 저제나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밤마다 꿈속을 날아다니는...

    저는 스무살의 꽃다운 신부랍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있는
    아름다운 신부랍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 스물다섯이 되어
    아이를 품에 안고
    포근한 안식처와 보살핌을 주는
    엄마가 되어있답니다.

    어느새 서른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제 품에만 안겨있지 않답니다.

    마흔살이 되니
    아이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났어요.
    허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아이들의 그리움으로 눈물로만 지새우지는 않는답니다.

    쉰살이 되자 다시금
    제 무릎 위에 아가들이 앉아있네요
    사랑스런 손주들과 나...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암울한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홀로 살아갈 미래가
    두려움에 저를 떨게 하고 있네요.

    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들이 없답니다.
    젊은 시절 내 자식들에 퍼부었던 그 사랑을
    뚜렷이 난 기억하지요

    어느새 노파가 되어버렸네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쇠약해가고...
    우아했던 기품과 정열은 저를 떠나버렸어요.
    한때 힘차게 박동하던 내 심장 자리에
    이젠 돌덩이가 자리 잡았네요...

    허지만 아세요?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16세 처녀가 살고 있음을...
    그리고 이따금씩은
    쪼그라든 제 심장이 쿵쿵대기도 한다는 것을...

    젊은날들의 기쁨을 기억해요.
    젊은날들의 아픔도 기억해요.
    그리고...이젠
    사랑도 삶도 다시 즐겨보고 싶어요...

    지난세월을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짧았고...
    너무나도 빨리 가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했던 영원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때가 온것 같아요.

    모두들 눈을 크게 떠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 보아주세요.
    제가 괴팍한 할망구라뇨....
    제발...
    제대로 한번만 바라보아주어요
    "나"의 참모습을 말예요... 

    담아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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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지하 '오적(五賊)'

      
      1970년 5월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이다. 담시(譚詩)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택해 전통적 해학과 풍자로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풍자시이다.

    1970년대 초 부정 부패로 물든 한국의 대표적 권력층의 실상을 을사조약 당시 나라를 팔아먹은 오적(五賊)에 비유해 적나라하게 풍자함으로써,

    문단에 파문을 일으키며 김지하라는 시인의 존재를 널리 알린 문제작이다.

     

    이 작품을 발표한 《사상계》는 폐간되고, 작가와 편집인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란 죄목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1960년대의 시에 대한 강렬한 비판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일제 통치 시대의 수혜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오적'이라 일컫고, 이들을 모두 '犬(개 견)'자가 들어가는 신조어 한자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탈을 쓴 짐승으로 등장시킨다. 짐승스런 몰골의 다섯 도둑들이 서울 장안 한복판에서 도둑질 대회를 벌이는 것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며 고대소설처럼 등장 인물들을 차례대로 풍자해 나간다.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들의 부정부패와 초 호화판의 방탕한 생활은 통렬한 풍자를 통해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부정 부패를 척결할 임무를 부여받은 포도대장(경찰 또는 사법부의 비유)이란 인물은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을 잡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매수되어 오적을 고해바친 죄 없는 민초 '꾀수'를 무고죄로 몰아 감옥에 집어넣고 자신은 도둑촌을 지키는 주구로 살아간다. 작가는 포도대장과 오적의 무리가 어느 날 아침 기지개를 켜다가 갑자기 벼락맞아 급살한다는 고전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에 소실되어버린 민족의 가락을 되찾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뚜렷한 목적 의식 아래 씌어진 작품이다. 창작 서사시로서 한국의 현대시문학사에 '담시'라는 새로운 형식과 전통적인 풍자 기법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야기를 소리로 형상화함으로써, 특권 지배층을 날카롭게 공격하고 피지배계층의 한을 드러낸 점과 판소리를 계승 발전시킨 점은 높이 평가된다.

      "꼭 읽어야할 현대시 222선"에서 퍼왔습니다

      이 시는 1970년 5월 '사상계'를 통해 '담시'라는 독창적인 이름으로 발표, 파문과 물의를 일으키며 김지하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오적'은 민중의 집단적 창조력에 의해서 긴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예술 형식의 하나인 판소리 양식으로 뒷받침되어 있으며, 일제 식민 통치의 암흑기 속에서 쇠잔하고 소실되어 버린 민족의 가락을 되찾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뚜렷한 목적 의식 아래 씌어졌다. 그것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민족 문학의 새로운 진로에 큰 빛을 던져 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 시를 대할 때에는 그 안에 담긴 내용 못지 않게 양식과 가락에 대해서도 크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담시란 '단형 서정시보다 길고 단편 소설보다 짧은' 길이 속에 당대의 정치적 문제를 기습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 시'의 독특한 장르이다. 기습성(담시의 발표 연도와 정치적 사건의 맥락에서의), 공격성(반민중적 소수 집단을 향한 정치적 풍자시라는 점에서), 이야기 전달성(담시의 형식적인 면과 감추어진 진실의 폭로라는 의도에서) 등의 특성을 지닌 이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역사적 현실의 가장 첨예한 내용의 요청에 부응하려는 시도에서 그 정당성을 지닌다.


      '오적'을 보면 대뜸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은 표면 구조에 있지 않고 심층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적이라고 못 박은 사람들 즉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일제 식민 통치의 수혜 특권층이라 할 수 있다.

     

    이 오적을 통해서 의도한 바는 이 작품에 그린 과장되고 희화화되고 풍자의 대상이 된 모든 인물들의 행태가 바로 불식되지 못한 일제 식민 유산의 부산물로, 진정으로 자율적이고 근대화된 통치 질서를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식민 잔재의 완전한 청산을 통한 새로운 인간에 의한 새로운 통치 이념의 구현이 필요하다는 방향 제시였다고 할 수 있다. 

     

     


      1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 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 옛날 상달 초 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 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 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 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 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죽
      남북 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 배꼽 같은
      천하 흉포 오적(五賊)의 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 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 안에는 큰 황소 불알 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 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 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 놈이 모여
      십 년 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 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 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 쌌는다.


      2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 해 입고 돈으로 모자 해 쓰고 돈으로 구두 해 신고 돈으로 장갑 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 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 봐라 저 재벌놈 재조 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 치고 계자 치고 고추장 치고 미원까지 톡톡 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 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 까기 여념 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 쥔 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 얻고 수의 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 샀다가 길 뚫리면 한 몫 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 원에 쓱싹, 노동자 임금은 언제나 외상 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 할애비요 구워 삶는 재조는 뙤놈 술수 빰 치겄다.

      또 한 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 투성이 몽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 일성, 쪽 째진 배암 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 축재는 축재 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 선거는 선거 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 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 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 국민 그리 알고 저리 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3
      셋째 놈이 나온다

      고급 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 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 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어허 저놈 뒤 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당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 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 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 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 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 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 놈이 나온다

      장성(長猩) 놈이 나온다
      키 크기 팔대장성, 제 밑에 졸개 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 공단 울긋불긋, 천 근 만 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 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 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 한 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 먹고
      엄동설한 막사 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 지을 재목 갖다 제 집 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 놈 군기 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 쉬엇 열중 열중 열중 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 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 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 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 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 고여 삐져 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 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 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산이닷, 아사(餓死)한 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 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 날라 질근질근 껌 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 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 듣고 뒤쫓아온 말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 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 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4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 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이라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이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 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 뜯고 물어뜯고 업어 메치고 뒤집어 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 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 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중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이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 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 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배고파서 돈벌라고 서울 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 바짝 저리 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 없이 쏙쏙 기어나오는 건
      아니랑께롱
      한 마디뿐이겄다
      포도대장 할 수 없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 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 있나 말만 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 말 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 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 좋아 제 무릎을 탁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 버렸겄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겄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 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 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레 같은 저 함성 범 같은 늠름 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 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갖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 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 손상, 백성 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렸다.


      5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 하나 깜짝하는 놈 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 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 푸른 용트림이 기둥 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 가득
      몇 십 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 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 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 원짜리 수석 비석(瘦石肥石), 천만 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 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 원짜리 참새 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여대생(女大生) 식모두고 경제학박사 회계 두고 임학(林學)박사 원정(園丁)두고
      경제학박사 집사 두고 가정 교사는 철학 박사 비서는 정치학 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 박사
      박사 박사 박사 박사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 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 속에 에어컨 넣고
      새들 행여 죽을세라 새장 속에 히터 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 속에 냉장고 넣고
      대리석 양옥(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쩍 얹어 기둥은 코린트식(式) 대들보는 이오니아식(式)
      선자추녀 쇠로 치고 굽도리 삿슈 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석조(石造)벽에 갈포 발라
      앞뒷퇴 널찍 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 매달아 부연얹고
      기와 위에 이층 올려 이층 위에 옥상 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도자창(盜字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풍(風), 본따 놓고 목욕탕은 토이기풍(風), 돼지우리 왜풍(倭風)당당
      집 밑에다 연못 파고 연못 속에 석가산(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
      열어 재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 듯 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 함롱, 봉그린 용장, 용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 층 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삘딩같이 높이 솟은 금은 청동 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거꾸로 걸린 삐까소, 옆으로 붙인 샤갈,
      석파란(石坡蘭)은 금칠액 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鳥蝴蝶人物)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 점 걸어 두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 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이태리화기, 호피 담뇨 씨운테레비, 화류문갑 속의 쏘니 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 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 만년필, 촛불 켠 샨들리에,

      피마주 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 직접 직사 곡사 천장 바닥 벽 조명이 휘황칸칸 호화율율.
      여편네들 치장 보니 청옥 머리핀, 백옥 구두 장식,
      황금 부로취, 백금 이빨, 밀화 귓구멍 마개, 호박 밑구멍 마개, 산호 똥구멍 마개,
      루비 배꼽 마개, 금파 단추, 진주 귀걸이, 야광주 코걸이, 자수정 목걸이, 싸파이어 팔지
      에머랄드 팔지, 다이야몬드 허리띠, 터키석 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 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 암야에 횃불처럼
      도도 무쌍(無雙)이라!
      왼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 콧구멍 볶음, 염소 수염 튀김, 노루 뿔 삶음, 닭 네 발 산적, 꿩 지느라미 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 발톱 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 안 뺀 복지리,
      생율, 숙율, 능금, 배 씨만 발라 말리면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 식혜,
      파인애플 화채, 무화과 꽃잎 설탕 버무림,
      롱가리트 유과, 메사돈 약과, 사카린 잡과, 개구리알 구란탕, 청포 우무, 한천묵,
      괭장망장과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째주, 보드카, 람주(酒)라!
      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 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더면 나도 일찍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양심(良心)이란 두 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6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 잔 두 잔 헐레벌떡 석 잔 넉 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 일어서서 일장 연설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쳐먹었는지 이빨이 확 닳아 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내 부딪쳐가면서 씹어 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 정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옵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입네다
      여러 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니
      부디 소신껏 그 길에 매진, 용진, 전진, 약진하시길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이 말끝에 박장대소 천지가 요란할 때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 채어 오라 묶어 세운 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가을이라
      서산낙일에 객수(客愁)가 추연하네
      외기러기 짝을 찾고 쪼각달 희게 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 흐르는데
      어쩔꺼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쌌는데 어쩔꺼나
      콩알 같은 꾀수 묶어 비틀비틀 포도대장 개트림에 돌아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우리 꾀수 어쩔꺼나
      전라도서 굶고 살다 서울 와 돈번다더니
      동대문 남대문 봉천동 모래내에 온갖 구박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구나 가막소로 가는구나
      어쩔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사정 누가 있어 바로잡나
      잘 가거라 꾀수야
      부디부디 잘 가거라.


      7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 곁에 있는 개집 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 하매,
      포도대장 이말 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 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 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 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 같은 거지 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잡지 '思想界'를 김지하 시인의 이 담시가 실린 후 폐간되었습니다.

    現代文學 지와 사상계는 꼭 사보았는데 이때 오적이 실린 사상계를 몇 달간 보지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오적'이란 시는 친구 노트 필기 한 것을 처음 대한 기억이 납니다. 이때는 '오적'을 안다고 하면 가막소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현대의 오적'은  더욱 진화했습니다.  동산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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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                                                        

     

                                                              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날이 있을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될 때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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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꿈  
    
    하늘, 
    뭉게구름 둥실 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꿈처럼 
    자유로이 떠돌고 싶었던 날들은
    나날이 꿈 이였지
    비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눈보라 몰아치는 산 위에서 꿈을 꾸었지. 나의 꿈이 너를 울리는 꿈이 아니라
    내가 네가 어울려 만들어가는 세상다운 꿈 그런 꿈은 고통(苦痛)의 시간과 함께 하는 줄 철이 들어서야 알았지
    -짐보의 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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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닥토닥

                  김성훈

     토탁토탁.
    아기를 엄마가 품에 안고
    등을 가만가만 토탁토탁.
    배도 부르고
    이렇게 행복한 적도 없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삼촌, 이모, 고모
    집 앞의 구멍가게 아저씨,
    모두, 아기가 트림하길 기다립니다.

    토탁토탁
    토실토실한 뺨을 엄마 어깨에 대고
    아이는 세상을 바라 봅니다.
    '왜, 이 사람들은 이런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아기의 눈꺼풀이 점점 무겁습니다.

    토탁토탁,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토탁토탁 토탁토탁
    이제는 코까지 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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